키워드로 읽는 2024 중고차···엔카·케이카·리본카 “가성비·비대면·서비스”
저렴하고 품질 양호한 차를 온라인 구매 경향 강화 맞춤형 서비스 필요성 ↑···불황 속 경쟁 격화 전망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국내 중고차 업체들은 올해 중고차 시장 키워드로 가성비, 비대면, 서비스 세 가지를 공통적으로 꼽았다. 고객들이 양호한 품질을 갖춰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되는 중고차를 비대면 구입하고, 차량을 구매·운행하는 동안 각자에 최적화한 서비스를 선호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엔카닷컴, 케이카, 리본카 등 중고차 업체들은 지난해 시장 동향을 토대로 올해 시장 트렌드를 전망했다.
각 사가 발표한 트렌드 키워드는 엔카닷컴 ‘G.R.E.A.T’, 케이카 ‘R.E.F.O.R.M’, 리본카 ‘P.E.A.C.H’다. 각 키워드는 트렌드 요소의 영단어 첫글자를 따서 지었다. 내년 트렌드 요소로 엔카닷컴은 친환경차 인기(G), 가성비차(R), 중고차 거래 편리(E), 맞춤 서비스 진화(A), 혁신 정보기술(T)을 꼽았다.
케이카는 합리적 구매추구(R), SUV·RV 인기(E), 친환경차 선호(F), 온라인 구매 대중화(O), 중장년층 고객 비중 증가(R), 소비자 요구 만족(M)을 제시했다. 리본카는 인증중고차(P), 라이브 커머스(E), 애프터서비스(A), 가격 정책(C), 정직함(H)을 꼽았다.
◇“신차 너무 비싸”···가성비 중고차 수요 증가할 듯
3사가 함께 꼽은 트렌드 요소 중 하나가 가성비다. 가격 대비 성능을 의미하는 가성비는 최근 중고차 시장에서 중시된다. 시장에서 줄곧 중시돼온 품질은 기본 전제고, 매물의 매력적인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지가 거래 성사의 관건으로 떠올랐다. 신차 가격이 고물가, 고급 사양 선호 추세 등으로 인해 지속 인상 중인 가운데 운행에 문제 없고 비교적 저렴한 중고차를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케이카에 따르면 지난해 500만원 미만으로 비교적 저렴한 차량의 고객 판매대수가 전년 대비 22.2%나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비교적 고가인 ‘출고 이후 5년 이하’ 매물의 판매대수는 15.7% 감소했다.
케이카는 “경기침체와 고물가가 지속되며 지난해 트렌드였던 짠테크(짠내나는 재테크)와 가성비를 추구하는 합리적 소비 현상이 올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온라인 거래가 기본 “비대면 서비스가 중심으로”
3사는 또한 올해 중고차를 PC, 스마트폰 등으로 살펴보거나 거래하는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했다. 기기 화면을 통해 차량을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고, 관련 정보를 텍스트로 확인 가능하기 때문에 차량이나 영업사원, 담당자를 직접 마주할 필요성이 줄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케이카의 온라인 구매 서비스 ‘내차사기 홈서비스’의 구매 비중은 지난해 1~11월 누적 58.7%로 사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케이카 매물 10대 중 6대가 온라인 판매된 셈이다.
중고차 업체들은 비대면 서비스의 형식적 자유로움을 활용해 여러 방식의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엔카닷컴은 차량의 성능점검, 검수, 구매상담, 구매, 케어까지 딜러와 만나지 않고 진행할 수 있는 서비스 ‘엔카믿고’를 제공 중이다. 리본카는 홈쇼핑처럼 실시간 영상을 통해 차량을 소개하고 상담을 진행하며 바로 거래하는 라이브 커머스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리본카는 “이커머스가 중고차의 주요 거래 채널로 부상하며 비대면 중고차 판매 방식도 진화하고 있다”며 “단순히 온라인으로 구매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을 넘어 매장만큼 생생한 구매 경험을 제공하는 기업들이 경쟁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객 맞춤형 서비스 대두
최근 고객 니즈가 다양해지고 있어 각자에 최적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도 중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차를 까다롭게 고르는 고객 성향이 중고차 시장에도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엔카닷컴은 구매 과정의 편리함에 초점 맞춘 고객 맞춤형 서비스에 주목하고 있다. 상품 추천(큐레이팅) 서비스를 이벤트의 일환으로 진행하며 호응을 얻었다. 엔카닷컴은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차별화한 고객 서비스를 개발하고 더욱 정교하게 개선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케이카, 리본카도 차량 구매 전·후 고객에게 필요한 사후 서비스(A/S)에 주안점을 뒀다. 케이카는 보증연장 서비스 상품 케이카 워런티의 보증 범위 확대, 가격 조정, 정비 네트워크 확장을 실시하는 등 전면 개편했다. 리본카도 주행거리 무제한 연장보증 서비스, 찾아가는 서비스 등을 도입해 차량 운행을 지원한다. 한편 리본카는 차량 구입 시 흠집 제거, 시트 복원 등 개선점을 선택적으로 요청해 매물의 최종 매입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선택형 개선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엔카닷컴은 “중고차는 일물일가(상품별 가격 상이)로 차량 상태가 모두 달라 공산품과 달리 소비자들의 차량 탐색과 선택 과정이 긴 편”이라며 “개인 취향이나 예산 등을 고려한 매물 추천 등 맞춤형 서비스와 기능들이 중고차 시장에서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기 둔화에 수요 불투명···“서비스 경쟁력 더욱 중요”
올해 시장 트렌드가 제시된 가운데, 중고차 업체들은 예년보다 더욱 치열한 고객 유치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중고차 판매가 통상 신차 판매와 같은 추이를 보이는데, 올해 고금리 기조로 신차 판매 예측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한국모빌리티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올해 국내 신차 판매대수를 전년(174만대) 대비 1.7% 감소한 171만대로 추산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소비자들의 구매심리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중고차 수요가 3년만에 증가폭(2.1%)을 기록했는데 올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서면 제한된 수요를 확보하려는 업체 간 다툼이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일 PwC 경영연구원은 “현대차·기아의 시장 진출을 계기로 중고차 매물의 판매가가 투명하게 공개되면서 업체 간 입찰, 가격 경쟁이 심해질 것으로 본다”며 “이에 따라 향후 중고차 업체의 경쟁력은 가격 아닌 차량 상품성 개선, 브랜드 파워, 서비스 품질로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