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약 개발 투심 쏠릴 분야는?···‘방사성의약품’ 주목

차세대 항암제 관심···국내 기업 방사성의약품 기술 확보↑ 퓨쳐켐, 전립선암 치료제 임상 선두···中 기술이전 기대감 듀켐바이오 "치매 및 인체면역항암제 진단 방사성의약품 개발"

2024-01-03     최다은 기자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지난해 항체-약물 접합체(ADC), 비만치료제,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신약 개발 투자 러브콜이 쏟아졌다. 올해는 바이오 투심을 주도할 분야로 ‘방사성의약품(RPT)’에 거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방사성의약품 기술 확보에 활발한 투자 행보를 보이면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산업은 글로벌 기술 트렌드를 쫓아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국내 바이오벤처 대다수가 글로벌 파트너사의 관심사에 맞춰 기술이전(Lisense-out)을 통해 수익을 내고, 신약 R&D를 지속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빅파마들은 방사성의약품 개발에 속도를 높이며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는 방사성의약품을 개발하는 미국 기업 레이즈바이오(RayzeBio)를 약 5조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도 암치료용 방사성 의약품 회사 포인트 바이오파마 글로벌(POINT Biopharma Global)을 14억달러(약 1조8200억원)에 인수하는 절차를 마무리했다.

노바티스는 5년여 전부터 방사성의약품 개발에 눈독 들여왔다. 노바티스는 2017년 방사성의약품 기업 프랑스 어드밴스드 액셀러레이터 어플리케이션스(AAA)를 38억달러(약 4조원)에 인수한 바 있다. 이듬해인 2018년에는 미국 엔도사이트를 21억 달러(약 2조원)에 인수했다.

국내 방사성의약품 개발 현황./ 표=김은실 디자이너

이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방사성의약품 선점 경쟁이 뜨거워지자, 방사성의약품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국내사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퓨쳐켐과 듀켐바이오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방사성의약품 개발에 전문성을 가진 기업으로 대두되는 가운데 SK바이오팜도 지난해 방사성의약품 신약 개발 의지를 보이며 연구에 뛰어들었다.

방사성의약품이란 세포 구성 물질이나 생화학적 경로에 작용하는 약물에 방사성동위원소를 붙여 몸속에 투여한 뒤, 방사성동위원소가 내는 방사선을 이용해 질병을 진단·치료하는 의약품이다. 방사성동위원소가 방출하는 방사선을 활용해 질병을 진단하거나, 종양을 정밀하게 타격해 암을 치료하는 원리다. 글로벌 차세대 항암제 개발 수요가 높아지면서 방사성의약품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퓨쳐켐은 전립선암 치료제 후보물질 ‘FC705’에 대해 국내와 미국에서 각각 반복 투여하는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FC705은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 환자 치료를 위한 전립선막항원(PSMA)을 표적하는 치료용 방사성의약품 신약후보물질이다. 지난해 9월 발표한 FC705 임상 1상 결과에서는 객관적 반응률(ORR)과 질병통제율(DCR)은 100%로 나타났다.퓨쳐켐은 FC705에 대해 중국 방사성의약품 기업 HTA 중국 기술이전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중국 기술수출을 위한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전립선암 진단 후보물질로는 FC303을 개발하고 있다. FC303은 전립선암에만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PSMA 단백질을 타깃해 PET-CT로 영상 진단하는 방사성의약품 신약이다. 국내와 중국, 유럽 등에서 임상 3상이 진행되고 있다. 회사는 2020년 9월 중국 HTA와 FC303의 중국 판권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퓨쳐켐 관계자는 “HTA와 전립선암 진단제에 대한 중국 기술이전 경험이 있다 보니 FC705 중국 기술이전도 HTA와 최우선으로 협상을 진행해 왔다”고 말했다.

듀켐바이오는 방사성의약품 파이프라인으로 전신 암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FDG’, 전립선암 재발·전이 진단용 ‘FACBC’, 파킨슨병 진단용 ‘FP-CIT’ 등을 상용화했다. 지난해 2월에는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쳐 뇌종양 진단의약품 ‘에프도파18F’(제품명 도파체크주사)에 대한 파킨슨병 진단 허가를 받았다. 도파체크주사는 양전자방출 컴퓨터단층촬영(PET-CT)에 쓰이는 방사성의약품이다. 듀켐바이오 관계자는 “치매 진단과 인체 면역 항암제 진단 방사성의약품 개발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SK바이오팜은 지난해 방사성의약품을 미래성장동력으로 삼고 기술 개발 뛰어 들었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7월 한국원자력의학원과 방사성의약품 치료제 연구협력을 맺었다. 지난해 8월에는 SK그룹이 미국의 원자력 기업 테라파워(TerraPower)에 투자하면서 악티늄 공급·생산 역량을 확보했다. 테라파워로 확보한 공급망을 기반으로 방사성의약품 시장에서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 회사 측 입장이다.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된 방사성의약품은 대부분 진단제로 개발됐다. 다만 고형암을 타깃하는 항암제로 개발할 경우, 기존 의약품보다 암세포 사멸 효과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치료제 개발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방사성의약품 시장은 지난 2021년 65억달러(약 8조5702억원)에서 연평균 6%씩 성장해 오는 2030년에는 112억달러(약 14조7672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방사성의약품 치료제들은 종양세포들과 결합해 표적화 방사선을 조사해 암세포를 사멸하는 기전”이라며 “암세포 공격 정확도가 높고 임상시험에 소요되는 시간이 비교적 적게 들어 치료제 개발 수요가 높아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