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대출금 1년 새 8조원 ‘뚝’···내년도 대출 옥죄기 이어진다

올 3분기 말 저축은행 대출금 108조1150억원···전년比 8조1301억원↓ 고금리 장기화로 조달비용 상승 및 연체율 악화···대출 취급 여력 축소 “내년 저축은행업권 리스크 기조 강화···신규 영업 축소로 여신 성장 둔화 예상”

2023-12-26     김희진 기자
저축은행 대출금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저축은행의 대출금 규모가 1년 새 8조원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장기화로 조달비용과 연체율이 상승하자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을 모두 옥죄며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내년에도 고금리 기조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저축은행의 대출 영업 축소 움직임도 계속될 전망이다.

26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말 기준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대출금 잔액은 108조115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16조2451억원) 대비 7.0%(8조1301억원) 줄어든 규모다.

저축은행의 대출금 잔액은 지난해 3분기 이후 5분기 연속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용도별 대출금 운용 현황을 살펴보면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모두에서 대출금이 줄었다.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해 3분기 기준 71조3763억원에서 올해 3분기 61조9043억원으로 13.3%(9조4720억원) 감소했으며 가계대출도 같은 기간 40조6335억원에서 39조8250억원으로 2.0%(8085억원) 줄어들었다.

저축은행 업권 전반의 대출잔액이 줄어든 이유는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조달비용 상승 및 연체율 악화 탓이다. 고금리 여파로 예·적금 금리가 상승하면서 저축은행의 조달비용이 늘어났지만 법정 최고금리는 20%로 제한돼 있는 탓에 역마진 우려가 커졌다. 은행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시중은행과 달리 저축은행은 자금조달 수단이 예·적금으로 한정적이기 때문에 수신금리가 오르면 조달비용 부담도 가중된다.

조달비용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올해 3분기 저축은행 업권은 46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523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9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이후 3분기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고금리 장기화 및 부동산 경기 부진 여파로 대출 부실이 늘어나는 등 연체율이 상승하자 건전성 관리를 위해 중·저신용자 대상으로 대출 문턱을 높인 점도 대출잔액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올해 3분기 말 저축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6.15%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말 5.07%에서 2분기 말 5.33%로 상승한 이후 오름세가 눈에 띄게 가팔라졌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 이후 시장금리 상승이 본격화되면서 저축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크게 올랐고 그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 부담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며 “여기에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도 겹치면서 연체율 및 고정이하여신비율 등 건전성 지표가 악화됐고 저축은행들은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등 건전성 관리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저축은행이 대출 취급에 있어서 보수적인 태도를 취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예리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고금리 기조가 상당 기간 지속되면서 실물 및 부동산 경기침체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경제적 위기에 몰린 개인과 기업이 증가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이에 따라 내년에도 저축은행업 전반적으로 리스크 관리 기조를 강화할 것으로 보이며 신규영업 축소로 인해 여신 및 자산 성장성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