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법 개정안 연내 국회통과 가능성 '희박'···관건은 총선

산은법 개정안, 정무위 법안소위 안건 상정 무산 지역균형발전 실효성 논란 제기···핵심 원인은 여야 대립 21대 국회 만료 시 상정 법안 모두 폐기···차기 국회서 재논의 진영 간 첨예한 대립 지속···총선 이후 다수당 의지 따라 향방 결정될 것 

2023-12-01     김태영 기자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KDB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내용의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역균형발전 자체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제기되지만 핵심적인 원인은 여야 대립이라는 지적이다. 진영 간 첨예한 대립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내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는 당의 의지에 따라 개정안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산은법 개정안은 정무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논의된 이후 안건에 오르지 못하면서 계류 중이다. 앞서 지난 21일 정무위는 산은법 개정안에 대한 여야 지도부 입장 정리가 우선이라며 공을 넘겼지만 양당 지도부는 관련 논의를 시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무위 논의를 보면 산은의 이전을 두고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을 키워야 한다는 '지역균형론'과 금융 네트워크가 있는 서울에 산은을 둬야 한다는 '금융중심지론'이 충돌했다. 주로 여당이 지역균형론을 내세우고 있지만 야당은 신중론에 부합하고 있다. 일부 부산에 지역구가 있는 야당 의원의 경우 산은 이전에 찬성하는 등 명분과 실리가 뒤섞여 논의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 21일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동의해달라"고 주장했으나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업은행이 각종 금융기관과 협력해 글로벌 금융으로 뻗어나가려고 하는데 부산으로 이전하려면 산업의 밀집성이라는 인센티브를 놓치면서 억지로 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해결해야 한다"고 맞섰다.

반면 부산 남구 을이 지역구인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국이 개방되면서 부산의 중공업, 화학 등 기간산업이 노후화되고 경쟁력을 잃어버리고 있다"며 "산업은행이 부산에 와서 기간산업이나 중장비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산업의 고도화나 지역의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는 데 앞장서 줘야 한다는 것이 전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산업은행 부산 이전 문제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거치며 정부의 국정과제로 선정됐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한국산업은행법 제4조에 따르면 산업은행 본점은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문구를 부산광역시로 고치는 것이 핵심이다.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전은 사실상 무산된다.

개정을 위해서는 국회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여전히 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을 둘러싸고 여야가 이견을 보이고 있어 현재로서는 산은법이 개정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첨예한 대립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여야 관계를 감안할 때 산은법 개정안 연내 통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반응이다. 

당장 내년 예산안도 의결해야 하는 등 산적한 현안 처리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21대 국회 회기가 마무리되면 그 동안 상정한 법안들은 모두 자동 폐기된다. 22대 국회가 들어서면 다시 논의하고 개정안을 발의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로 인해 산은 이전 이슈가 다시 부각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엑스포가 물 건너간 이상 최소한 산은이라도 부산에 줘야한다는 논리가 여당 내에서 확산될 수 있다는 취지다. 표심 관리 차원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산은 부산 이전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하기 어렵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결국 최대 관건은 총선이다. 어느 정당이 다수당이 될지, 다수당 규모가 과반을 넘어설지 등 복잡한 셈법에 따라 산은법 개정안의 향방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은행법 개정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인 가운데 여야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부산·울산·경남 민심을 고려해 연내 절충점을 찾아 여야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며 "산은법 개정안 국회 통과가 동반돼야 하는 만큼 내년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한다면 산은 부산 이전은 아예 백지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