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소액신용대출 1년 새 1400억원 ‘껑충’···연체율도 11%대로

9월 말 소액신용대출 잔액 1.1조원···1년 새 1447억원↑ 가계대출 감소에도 소액신용대출은 오히려 늘어 소액신용대출 연체율 평균 11%대···총대출 연체율보다 높아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서민 급전 수요 확대

2023-12-01     김희진 기자
저축은행 소액신용대출 잔액 및 연체율 추이/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저축은행의 소액신용대출 잔액이 1년 새 1400억원 이상 증가했다. 경기 악화로 서민들의 급전 수요가 높아진 가운데 고금리·고물가로 상환 능력이 떨어진 취약차주가 늘어나면서 소액신용대출의 연체율도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1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국내 79개 저축은행 중 소액신용대출 잔액이 10억원 이상인 곳은 총 37개로 집계됐다. 이들 저축은행이 취급한 소액신용대출 잔액은 1조112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682억원) 대비 1447억원(14.9%) 증가했다. 소액신용대출 잔액이 10억원 이하인 저축은행의 경우 공시 의무가 없다.

소액신용대출은 30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의 금액을 담보 없이 빌릴 수 있는 대출 상품이다. 대출 기간은 통상 1~5년 정도로 짧은 편이며 평균 금리는 약 18%로 법정 최고금리인 20%에 육박하는 높은 수준이지만 신청 당일 바로 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에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저소득층 등 취약차주의 생활자금 용도로 많이 활용된다.

자산 규모 상위 10개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애큐온·다올·상상인·신한·모아)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3분기 기준 잔액은 8309억원으로 전체 잔액의 75%가량을 차지했다. 전년 동기(7027억원)와 비교하면 1282억원(18.2%) 늘어난 규모다.

이 중 OK저축은행의 잔액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3분기 OK저축은행의 소액신용대출 잔액은 1969억원에서 올해 3분기 3631억원으로 84.4%(1662억원) 급증했다.

소액신용대출 잔액이 증가한 반면 저축은행 전반의 가계대출은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상호저축은행 업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39조8230억원으로 지난해 9월(40조6299억원)보다 8069억원 감소했다.

가계대출 취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소액신용대출은 오히려 증가세를 나타내는 배경에는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경기가 악화되면서 자금난에 빠진 서민들의 급전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급전 수요가 많고 금리가 높은 소액신용대출 특성상 잔액이 늘어날 경우 부실 위험이 함께 커질 가능성도 높다는 점이다.

실제로 올해 3분기 말 소액신용대출 잔액이 10억원 이상인 37개 저축은행의 소액신용대출 연체율 평균은 11.62%로 지난해 같은 기간(10.32%)보다 1.3%포인트 상승했다. 올해 3분기 저축은행 업권의 총대출 연체율이 6.15%인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높은 수준이다.

일부 저축은행은 1년 새 연체율이 10%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하나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소액신용대출 연체율이 13.61%였으나 올해 3분기 말 34.66%까지 치솟으며 21.15%포인트 급등했다. 머스트삼일저축은행은 같은 기간 59.31%로 72.5%로 13.19%포인트 오르며 저축은행 중 가장 높은 연체율을 기록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소액신용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신용대출을 받기 어려운 중·저신용자들이 돈을 빌릴 수 있는 마지막 보루로 여겨진다”며 “금리가 높고 대출금액이 소액임에도 불구하고 잔액이 늘었다는 건 그만큼 경기가 어렵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2금융권의 끝자락에 있는 대출 수단인 만큼 중·저신용자 등 취약차주의 이용 비중이 높다”며 “소액신용대출은 특성상 급전 수요가 많고 금리도 높기 때문에 연체 위험이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