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이슈는 ‘진행형’···보험사, 감사보고서 앞두고 ‘긴장’

연말 기준 재무제표는 더 강한 검증 받아 난해한 IFRS17···당국 가이드라인도 맞춰야 일부 보험사 3분기 실적 대비 큰 변동 있을듯

2023-12-01     유길연 기자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보험사들이 3분기에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적용했지만 아직 회계 관련 이슈는 ‘진행형’이란 관측이 나온다. 올해 전체 기간의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가 작성될 때 또 실적에 대한 변동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3분기에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소급적용한 보험사들은 실적이 예상보다 많이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2023년 회계연도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내년 3월 말 공시할 예정이다. 보험사를 비롯한 기업은 직접 재무제표를 작성한다. 그런데 자산총액 120억원이 넘는 기업들은 연말 기준의 재무제표에 대해선 외부 회계법인의 꼼꼼한 분석과 테스트 등을 받게 된다. 이를 통해 검증된 재무제표와 함께 회계법인의 ‘감사의견’을 첨부하는 것이 감사보고서다. 

금융당국은 감사보고서가 나오면 일부 보험사들의 실적은 또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본다. 보험사들이 3분기에 내놓은 재무제표에 대해서는 회계법인이 감사보고서가 아닌 ‘검토보고서’를 작성한다. ‘검토’는 ‘감사’보다는 검증의 강도가 약하다. 주로 회계법인이 해당 기업에 대해 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분석 기법도 간소화된다. 이에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도가 감사보고서보다 다소 떨어진다. 원래 중형급 이상의 보험사들은 보통 검토보고서와 감사보고서 간의 재무제표 차이가 큰 경우는 별로 없다. 

그런데 올해 만큼은 이번엔 대형 보험사들도 검토보고서와 감사보고서 간의 실적 차이가 예상보다 크게 발생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됐기 때문이다. IFRS17은 워낙 난해하기에 아직 보험사들이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마련한 IFRS17 적용 ‘가이드라인’까지 3분기에 도입했기에 재무 실적을 산출하는데 있어 처리할 문제들이 남은 상황이다.

특히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기존에 이미 작성된 재무제표까지 소급해 적용한 보험사들의 경우 실적 변동 폭이 클 수 있다는 의견이다. 가이드라인 적용 자체도 복잡한데, 이미 나온 재무제표를 모두 다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추가로 해야할 일이 많다는 것이다.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롯데손해보험 등 주로 손해보험사들이 소급법을 활용했다. 

소급법을 택한 보험사들은 이미 3분기 재무제표에서도 실적이 크게 바뀐 바 있다. DB손보는 수정소급법을 적용한 3분기 누적 당기순익은 1조2624억원이었지만, 가이드라인을 소급해 적용하지 않은(전진법) 실적은 이보다 22% 감소한 9820억원이었다. 현대해상도 소급법에 따른 3분기 누적 순익은 7864억원, 전진법은 5746억원으로 약 2117억원의 격차를 기록했다. 롯데손보도 2629억원을 거뒀지만 전진법으로 택했을 땐 적자(-57억원)를 기록한 것으로 나왔다. 

더불어 대형 생명보험사들도 소급법을 하지 않았지만 가이드라인 적용으로 실적이 크게 깎인 바 있다. 삼성생명은 올해 3분기 당국의 가이드라인 적용으로 ‘미래이익’인보험계약마진(CSM)이 5400억원 줄었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도 각각 7500억원, 3200억원 줄었다. 세 대형 생보사가 한해 새롭게 확보하는 신계약 CSM 규모를 고려하면 많은 액수가 줄었다는 평가다. 가이드라인의 여파가 컸던 만큼 감사보고서에 추가 변동사항이 발생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IFRS17을 전 보험사에 모든 내용을 적용한 국가는 세계에서 우리나라 밖에 없다”라면서 “IFRS17은 원칙주의 회계이기에 세부적인 사안은 정해진 것이 없는 것이 많아 보험사들이 계속 수정해가야 할 부분이 많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감사보고서가 나오면 검증의 강도 차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한 보험사들이 드러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3분기 재무제표에 대해선 회계법인의 검사의 수준이 약하기에 가이드라인 충격이 크지 않도록 실적을 유리하게 산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매각을 원하는 보험사들 가운데 이런한 ‘꼼수’를 활용한 곳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보험업계 전문가는 “IFRS17 관련 실적 부풀리기 논란은 지난해부터 업계에서 일었다”라면서 “기준이 애매한 부분이 많기에 회계 관련 이슈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자료=각 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