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기업대출 10개월 연속 증가세···은행채 발행 확대 ‘풍선효과’ 우려
5대 은행 기업대출 잔액 764.3조원···올해 들어 60조원 이상 증가 경기 부진으로 기업 운전자금 수요 확대···은행 기업대출 영업 확대 영향도 은행채 발행 확대로 회사채 투자 수요 위축···기업대출 증가세 부추길 가능성도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은행권의 기업대출 잔액이 올해 들어 10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 침체 여파로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이 은행 문을 두드리면서다. 최근 은행채 발행량 급증으로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여건이 악화함에 따라 당분간 기업대출 잔액 증가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10월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764조316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기업대출 잔액이 703조6746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서만 잔액이 60조6414억원 증가했다.
기업대출 잔액은 10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1분기 중에는 전월 대비 3조원대로 늘었던 잔액이 지난 9월에는 한달 새 8조8416억원 늘어나면서 증가 폭도 확대되는 추세다.
경기 부진으로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됨에 따라 운전자금 수요가 늘어나면서 은행권의 기업대출 잔액 증가세가 지속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확대에 제동을 걸면서 은행들이 비교적 규제가 덜한 기업대출로 눈을 돌린 점도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은행 대출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기업대출의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3분기 기준 5대 은행의 무수익 여신 규모는 3조5770억원으로 지난해 말(2조7910억원) 대비 28.2% 증가했다. 이 중 기업대출의 무수익 여신이 눈에 띄게 늘었다. 5대 은행 합산 기업 무수익 여신은 2조1616억원으로 지난해 말(1조6597억원) 대비 30.2%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 무수익 여신이 1조1305억원에서 1조4154억원으로 25.2%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기업대출 부문의 무수익 여신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기업대출의 연체율도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기업대출 연체율은 0.42%로 전년 동기(0.23%) 대비 0.19%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1년 새 0.22%포인트 상승한 0.49%를 기록하며 가파른 오름세를 나타냈다.
향후에도 기업대출 증가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0월 금융당국이 은행채 발행 한도를 폐지하면서 은행채 발행량이 급증하자 회사채 시장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은행채 순발행액(발행액-상환액)은 7조5393억원으로 한달 만에 3조원가량 증가하며 올해 들어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초우량채로 분류되는 은행채 발행물량이 늘어나면 시중 자금 수요가 은행채로 쏠리면서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워진다. 회사채 조달이 어려워진 기업들은 운전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은행 대출에 손을 벌리게 된다. 결국 은행채 발행 확대가 기업대출 증가세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 부진으로 기업들의 수익이 저조해지면서 운전자금 마련을 위해 은행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최근 은행채 공급이 늘어나면서 시장 내 투자 수요가 은행채로 쏠리는 상황이라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 길이 막힌 기업들이 은행 대출을 이용하는 사례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