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문 걸어 잠근 저축은행···중금리대출 1년 새 절반 이상 ‘급감’
올해 3분기 저축銀 민간 중금리대출 취급액 1.4조원···전년比 54%↓ 중금리대출 공급 저축은행 중 3분의 1 이상 저신용자 대출 취급 안해 조달비용·연체율 상승에 중금리대출 공급 여력 약화 대출절벽 현상 완화 위해 법정 최고금리 인상 필요하다는 지적도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저축은행의 중금리대출 취급액이 1년 새 절반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달비용 상승과 건전성 악화로 저축은행들이 대출 공급을 줄이면서 중·저신용자들이 불법사금융에 내몰릴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2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저축은행의 민간 중금리 신용대출(사잇돌 대출 제외) 취급액은 1조454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3조1436억원) 대비 53.7%(1조6890억원) 줄어든 규모다.
민간 중금리 신용대출을 공급한 저축은행 수도 1년 새 33곳에서 30곳으로 줄어들었다. 취급건수 역시 같은 기간 19만4836건에서 8만8384건으로 54.6%(10만6452건) 감소했다.
대형 저축은행들도 예외는 없었다. 자산 규모 기준 상위 5개 저축은행(SBI·OK·웰컴·페퍼·한국투자)의 민간 중금리 신용대출 취급액은 작년 3분기 1조4722억원에서 올해 3분기 5280억원으로 64.1% 급감했다. 이 중 페퍼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3분기에는 3010억원의 민간 중금리대출을 공급했지만 올해는 취급액이 집계되지 않았다.
저신용 차주 대상으로는 대출 문턱이 더 높아졌다. 신용점수 600점 이하의 저신용 차주를 대상으로 민간 중금리 신용대출을 취급하지 않은 곳은 1년 새 10곳에서 11곳으로 늘었다. 올해 3분기 기준 민간 중금리대출을 취급하는 저축은행이 30곳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3분의 1 이상이 저신용 고객을 대상으로 대출 문을 걸어 잠근 셈이다.
저축은행 업권의 중금리대출 공급이 대폭 줄어든 이유는 높은 조달금리로 인해 대출 취급 여력이 축소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저축은행 업권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4.27%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 말에는 3.62%로 내려갔지만 하반기 들어 수신금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금리가 다시 4%대로 올라섰다. 고금리 기조가 본격화되기 전 평균금리가 2%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높은 수준이다.
저축은행은 은행과 달리 자금조달 창구가 예·적금으로 한정된 탓에 수신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 영향이 뚜렷하다. 결국 수익성 방어를 위해서는 늘어난 조달비용을 대출금리에 반영해야 하지만 법정 최고금리가 20%, 민간 중금리대출 금리 상한은 17.5%로 제한된 탓에 조달비용 상승분만큼 금리를 올릴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중금리대출 취급을 늘릴수록 역마진 우려가 커지는 셈이다.
높아진 연체율도 중금리대출 축소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인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저축은행의 총여신 연체율은 5.33%로 2022년 말(3.41%)보다 1.92%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비율도 4.08%에서 5.61%로 1.53%포인트 상승했다.
서민금융기관으로 불리는 저축은행이 중금리대출을 걸어 잠그면서 금융권 안팎에서는 높아진 대출 문턱에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취약차주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금융감독원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센터에 접수된 불법 사금융 피해 건수는 6784건으로 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9년 상반기 기준 피해 건수가 2459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년 만에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저축은행이 서민금융 창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기 위해서라도 법정 최고금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저축은행을 비롯해 제2금융권 전반이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대출 공급을 옥죄면서 자금줄이 막힌 금융소비자가 불법사금융에 내몰리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불법사금융에서 더 높은 이자를 지불하면서 대출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지게 되면 민간 소비가 위축되면서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권 금융의 마지막 단계인 대부업체에서도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인해 저신용자를 품지 못하는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다”며 “대출 이용이 어려운 저신용자들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장 상황에 맞춰 법정 최고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