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달러·日엔화 약세에 환헤지형 ETF ‘웃고’ 환노출형 ETF ‘울고’
美·日 증시 상승세에도 달러·엔화 약세에 환헤지형 ETF만 고공행진 유동성 증시는 환헤지형이 유리···장기투자는 수수료 낮은 환노출형 유리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국내증시 상장 미국, 일본 ETF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환헤지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미국발 긴축완화 조짐에 따른 달러 약세와 엔저 현상으로 최근 미국과 일본 증시는 상승세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달러와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환노출형 ETF 투자자들은 원화 기준 별다른 이익을 보지 못하고 있다. 반면 환헤지형 ETF 투자자들은 수익률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 美·日 증시 상승세···환헤지형 ETF 웃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미국 대표 시장지수인 S&P500지수나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상장 ETF는 환헤지 여부에 따라 수익률 편차가 현격했다.
최근 1개월 기준 국내 상장 환헤지형 미국S&P500 ETF의 수익률은 6.17~6.51%에 달했다. 반면 환노출형 ETF는 수익률이 0.28~1.96%에 불과했다.
최근 3개월 기준으로는 격차가 더 컸다. 환헤지형 미국S&P500 ETF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2.88~3.56%였지만 환노출형은 –0.77%에서 0.43%에 불과했다.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상장 ETF들도 S&P500보다는 편차는 적었지만 마찬가지였다. 환헤지형 ETF 수익률이 환노출형 대비 2배 정도 높았다.
이 같은 수익률 편차 원인은 환율 변동이 환노출형 ETF 주가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환노출형 ETF는 원화가 기준이기에 미국 증시가 상승하더라도 환율이 떨어지면 그만큼 수익률이 조정된다. 반면 환헤지형 ETF는 사실상 달러가 기준이다. 미국 증시 상승세가 환율과 상관없이 온전히 주가에 반영되는 구조다.
이달 들어 미국 금리인상이 종료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달러 약세는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1일 1357.3원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전날 직전일 대비 2.4원 내린 1289.2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기준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미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3.30으로 지난 8월 30일 이후 가장 낮은 수치까지 떨어졌다.
일본 시장에 투자하는 국내 상장 ETF 역시 환헤지 여부에 따른 수익률 편차가 극심했다. 올해 들어 엔저 현상이 가파르게 지속됐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에는 TOPIX 지수를 추종하는 ETF 2종과 Nikkei225 지수를 추종하는 ETF 2종이 상장되어 있고 환헤지형과 환노출형으로도 각각 분류되어 있다.
이 가운데 환헤지형인 TIGER 일본TOPIX(합성 H)와 ACE 일본Nikkei225(H) ETF는 최근 6개월 기준 수익률이 10%에 육박했지만 환노출형 ETF 수익률은 보합세거나 마이너스였다.
◇ 환헤지형은 高수수료···장기투자시 환노출형
최근 미국 및 일본 증시 상승세는 통화 긴축에 대한 두려움이 완화되면서 화폐가치 하락 전망에 따른 증시 활황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증시 흐름 속에서 환헤지형 ETF는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환노출형 대비 별도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 단점이다.
투자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ETF 수수료는 크게 총보수와 기타비용, 매매중개수수료로 구분된다.
총보수는 운용수수료, 판매수수료, 수탁수수료, 사무관리 수수료 등으로 자산운용사 홈페이지와 MTS, HTS, 한국거래소 및 코스콤을 통해 총보수를 명확히 공시된다.
기타비용은 회계 감사비와 지수 사용료, 해외자산 보관수수료, 예탁원 결제보수, 채권평가 보수 등이다. 총보수와 기타비용을 합쳐 총비용(TER)이라고 한다.
매매중개수수료는 ETF가 지수를 추종하기 위한 리밸런싱 과정에서 주식을 사고 팔면서 발생하는 거래수수료다. 총비용에 매매중개수수료를 합해야 투자자들이 부담하는 실질수수료다.
환헤지형 ETF의 경우 환헤지 비용이 기타비용에 반영된다. 하지만 자산운용사들은 구체적인 환헤지 비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환헤지형 ETF들은 기타비용이 환노출형 ETF보다 비싼 경우가 많아 실질 최종비용은 환노출형 ETF보다 환헤지형 ETF가 높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ETF 수수료는 장기 투자시 수익률에 큰 영향을 끼친다. 자산운용사들이 ETF 가격에 ETF 수수료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수수료를 수취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증시에 상장된 해외 ETF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연금저축이나 퇴직형개인연금(IRP) 등을 활용해 장기 투자하고 55세 이후 인출해 노후생활을 대비하려는 투자자들이 많다.
이들과 같은 장기 투자자들에게는 환헤지형 ETF 대신 환노출형 ETF가 권유된다. 장기적으로 보면 원달러 환율도 우상향하고 있기에 환노출형 ETF 수익률이 환헤지형 ETF 대비 우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