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 우려 지울까···'민' 출신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 차기 은행연합회장 최종 후보로
새 은행연합회장에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 "만장일치 결정" "폭넓은 이해와 탁월한 통찰력 갖춰···은행산업 발전 적임자" 오는 27일 정사원 기관총회 최종 승인 후 공식 취임 예정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전국은행연합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됐다. 최근 상생금융 등 은행권을 향한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의 입장을 누구보다 잘 대변할 수 있는 민간 출신이 표를 얻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국은행연합회는 16일 서울 명동 로얄호텔에서 회장 후보 추천을 위한 3차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열고 만장일치로 조 전 회장을 차기(15대) 회장 후보로 결정했다. 은행연합회는 "조용병 후보는 금융산업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탁월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은행산업이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고 대내외 불확실성에 직면한 은행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적임자"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날 3차 회추위에서는 지난 2차 회의에서 정한 후보 5명 개개인의 자질과 능력 등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회추위는 김광수 현 회장과 특수은행(산업·농협·기업),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SC제일·한국씨티), 지방은행(광주), 인터넷은행(케이뱅크) 등 11개 은행장으로 구성된다.
앞서 회추위는 지난 10일 2차 회의에서 후보군(롱리스트) 6명을 선정한 바 있다. 롱리스트에는 윤종규 현 KB금융지주 회장과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병환 전 NH금융지주 회장과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이 이름을 올렸다.
이후 윤종규 회장은 은행연합회에 차기 회장 후보 고사 의사를 전달했다. 윤 회장은 "은행권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분이 선임되길 바란다"며 후보 고사의 뜻을 알렸다.
경남 함안군 출신인 조 후보자는 대전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법과대학)를 졸업한 뒤 1984년 신한은행에 입행했다. 뉴욕지점장, 부행장,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현 신한자산운용 대표, 은행장 등을 거쳐 2017년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오른 정통 '신한맨'이다.
지난해 말에는 신한금융지주 회장직 3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전망을 뒤엎고 전격 용퇴를 선언했다. 조 후보자의 용퇴는 금융지주회사 최고경영자(CEO) 물갈이의 신호탄이 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당시 조 후보자의 용퇴를 두고 "리더로서 개인적으로 존경스럽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조 후보자가 은행권 수장으로서 마주할 현실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 효과로 은행권이 올린 이자 이익과 관련해 상생 금융 확대 요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의 종노릇' 발언에 이어 '갑질', '독과점' 등 은행권에 대한 날선 비판을 이어가면서 은행권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초과 이익을 회수하는 '횡재세' 법안 발의도 추진 중이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이날 회추위 직후 취재진과 만나 "지금까지 은행권도 금융소비자 보호나 상생 금융에 신경을 많이 썼지만 사회적으로 잘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면서 "(조 후보자가) 경륜이 많고 리더십도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잘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는 오는 27일 은행과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 최고경영자(CEO)가 참여하는 정사원 기관총회에서 최종 승인받은 뒤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