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경쟁 활발···KB국민vs신한 ‘양강구도’

신한은행, 2분기 이어 3분기도 디폴트 적립금 1위 국민은행, 디폴트옵션 상품 6개월 평균 수익률 가장 높아 적립금 규모 저조한 우리은행···“연내 ETF 상품 연내 100개까지 확대”

2023-11-14     김희진 기자
5대 은행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적립금 현황/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해 지난 7월부터 도입된 사전지정운영제도(디폴트옵션)가 시행 4개월 차를 맞은 가운데 은행들이 연말을 앞두고 연금 고객 유치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 중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이 각각 적립금액과 수익률 면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주도권을 잡는 모습이다.

1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적립금은 3조730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분기(9766억원) 대비 282.0% 급증한 규모다.

5대 은행이 전체 금융권의 디폴트옵션 적립금(5조1095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3%에 달한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지난 7월 12일부터 본격 시행한 제도다.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IRP) 퇴직연금 가입자가 본인의 퇴직연금 적립금에 대해 별도로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금융사가 사전에 결정된 운용 방법으로 투자 상품을 자동으로 선정·운용하는 방식이다.

5대 은행 중에서 적립금액이 가장 많은 곳은 신한은행으로 3분기 말 1조1710억원을 기록했다. 직전 분기(3333억원)와 비교하면 3개월 만에 3배 이상 성장했다. 신한은행은 앞서 지난 2분기에도 퇴직연금 사업자 중 적립금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앞서 신한은행은 디폴트옵션 시행 등 퇴직연금 시장 변화에 발맞춰 전문적인 고객 관리를 위해 지난 3월 은행권 최초로 ‘퇴직연금 고객관리센터’를 출범했다. 최근에는 고객 모집을 위해 개인형 IRP 계좌에 가입자 부담금을 100만원 이상 입금하거나 계약이전 입금한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시행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많은 기업들과 함께해 온 퇴직연금 사업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업의 규약 신고뿐만 아니라 가입자가 디폴트옵션을 등록하는 마무리까지 이어지도록 진행해 온 결과”라며 “디폴트옵션이라는 큰 시장 변화 가운데 퇴직연금 고객관리센터가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평균 수익률이 가장 높은 곳은 KB국민은행이었다. 국민은행에서 취급하는 디폴트옵션 상품 8종의 6개월 평균 수익률은 2.12%로 집계됐다. 여타 은행들이 1%대 수익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높다.

특히 ‘디폴트옵션 고위험포트폴리오1’의 6개월 수익률은 5.34%로 전체 296개 디폴트옵션 상품 중 1위를 달성했다.

KB국민은행은 업계 최초로 개인 고객에게 1대1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는 ‘퇴직연금 자산관리 컨설팅센터’와 연금자산관리부터 은퇴 노후 전반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KB골든라이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부채연계분석(LDI) 기반 적립금운용계획서 컨설팅’ 및 ‘맞춤형 자산배분솔루션(OCIO)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차별화된 연금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반면 우리은행은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5대 은행 중 가장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우리은행의 디폴트옵션 적립금액은 272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분기(636억원)와 비교하면 4배 이상 급증했지만 여타 은행들이 모두 5000억원을 넘긴 것과 비교하면 적은 규모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보험사나 증권사와 시너지를 통해 연계 판매 전략을 펼칠 수 있는 경쟁사와 달리 우리은행은 퇴직연금 판매를 연계할 만한 다른 계열사가 없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퇴직연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최근 IRP 상품의 비대면 가입 절차를 간소화했으며 지난 10월에는 전국 주요 167개 금융센터에 167명의 연금전문가를 선발·배치해 맞춤형 관리 체계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어 “적립금 규모가 늘어나려면 높은 수익률과 체계적인 관리가 관건”이라며 “상품경쟁력 강화를 위해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을 연내 100개까지 확대하고 연금전문가의 고객 은퇴자산 관리 역량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