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태양광 사업 실패’ 한전, ‘부실 징계’ 했다가 행정소송도 패소

‘신재생에너지사업’ 200억 손실···사업팀장 부실 검토 드러나 징계 사유 ‘업무상 배임’ 잘못 적용했다가 “부당징계” 판단

2023-11-12     주재한 기자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미국 태양광 사업 실패로 200억 원의 손실을 안은 한국전력공사가 책임자를 부실·늑장 징계했다가 관련 행정소송에서도 패소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강우찬 부장판사)는 한전이 “부당정직 구제신청을 받아들인 재심판정을 취소해 달라”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을 지난달 27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앞서 한전은 지난 2017년 신재생에너지 사업으로 미국 칼라일 그룹 자회사인 코젠트릭스 솔라홀딕스로부터 미 콜로라도주 앨라모사에 위치한 태양광 발전소를 인수했다. 당시 한전은 “세계 최대 전력시장인 미국에 처음으로 진출하게 됐다”며 “본격적인 미국 진출을 위한 현지 기반을 확보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이 발전소는 설비결함 등을 원인으로 발전량이 급감하는 등 운영실적이 저조했고, 발전소의 적자가 누적됐다. 결국 한전은 인수 3년 만인 지난 2020년 7월 이사회 의결을 통해 이 사건 발전소를 청산했다. 이 사업으로 약 2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한전은 사업실패의 원인이 북미사업 TF팀장이었던 A씨의 사업성 부실 검토에 있다고 판단, 2020년 2월 A씨에 대해 정직 6개월의 징계를 했다. 사업 관련 주요 리스크를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이를 누락하거나 왜곡해 보고하는 등 사업인수에 대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쳐 부실한 사업을 인수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이유에서다. 한전은 A씨가 취업규칙상 성실의무와 금지사항을 위배했다고 보고, 징계양정에 대해서는 ‘업무상 배임’을 적용했다.

실제 A씨는 ▲발전량에 영향을 미치는 일사량 예측량 부당 기재 ▲부품 불량 등 주요 리스크 누락 및 허위 보고 등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A씨는 지노위를 거쳐 중노위에서 부당징계라는 판정을 받아냈다. 중노위는 “A씨에 대한 징계사유는 인정되나 이를 징계시효 5년이 적용되는 ‘업무상 배임’으로 보기는 어렵다”라며 “일반 징계시효인 3년을 적용하면 이미 징계시효가 도과한다”라고 판단했다. 중노위는 또 “징계양정 또한 과도하다”라고 봤다.

중노위 결정에 불복해 한전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도 법원은 중노위 측 손을 들어줬다. 한전이 A씨의 징계양정으로 적용한 ‘업무상 배임’이 문제였다.

재판부는 “원고(한전)은 과실에 의한 경우나 일반적인 채무불이행도 징계대상으로서의 업무상배임에 널리 포함되고, 형사규정과는 동일시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적어도 업무상 배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임무에 위배해 재산상 이익을 취하고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입힐 인식과 의사 및 그러한 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의 주장과 같은 해석은 (업무상 배임에 대해) 징계시효 기간을 더욱 길게 규정하고 있는 취지에 반할 뿐 아니라, 배임의 사전적 정의에도 반한다”며 “특히, 이 사건 징계사유는 발전소 청산에 따른 책임을 묻는 성격 또한 포함돼 있어 업무상 배임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 원고 또한 참가인(A씨)을 업무상 배임으로 고소하지는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징계시효 또한 도과했다고 지적했다. 한전의 인사관리규정에 따르면 징계는 징계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3년이며, 다만 금품·향응 수수, 업무상 횡령·배임 등의 경우에는 5년으로 규정한다.

재판부는 “징계시효의 기산점은 원칙적으로 징계사유가 발생한 날로, 늦어도 참가인이 왜곡 등 보고를 이사회에 한 2016년 7월15일이다”며 “원고가 그로부터 3년 뒤인 2020년 2월15일 이 사건 처분을 했음이 명백해 징계시효가 완성됐고, 업무상배임을 사유로 정직처분을 한 것은 위법하다”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