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 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 목표주가 하향 '폭격' 배경은?

실적부진 장기화 전망하며 목표주가 대폭 하향한 리포트 쏟아내 미국발 전기차 수요감소 및 금리상승을 목표주가 하향 근거로 제시

2023-11-08     이승용 기자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주가가 폭락했다. 부진한 3분기 실적을 발표하자 여의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목표주가를 대거 하향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이 배경으로 보인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전기차 수요 감소 등의 영향으로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의 실적부진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 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 목표주가↓‘폭격’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에코프로비엠은 전날대비 10.19%(2만9000원) 급락한 25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앞서 에코프로비엠은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 조치 첫날인 지난 6일 상한가인 29만9000원에 장을 마쳤다. 하지만 전날 4.85% 떨어진 28만45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1일 천하’에 그쳤다.

이날 여의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에코프로비엠 목표주가를 대폭 하향한 리포트를 쏟아냈다.

‘에코프로 저격수’로 세간에 이름을 알린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날 에코프로비엠 목표주가를 55만원에서 42만원으로 하향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도 에코프로비엠 목표주가를 기존 50만원에서 35만원으로 낮췄다.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도 44만5000원에서 34만원으로,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36만원에서 29만원으로 목표주가를 조정했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41만원→35만원)、안회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47만원→33만원), 박진수 신영증권 연구원(45만원→37만원), 전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31만원→25만원) 등도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김현수 연구원과 더불어 또 다른 ‘에코프로 저격수’로 이름을 알린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 목표주가 20만원과 투자의견 ‘REDUCE(하향)’를 유지했다.

이날 많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에코프로비엠의 목표주가를 대거 하향한 이유는 에코프로비엠의 3분기 실적 발표 때문이다. 에코프로비엠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8033억원, 영업이익 459억원을 냈다고 전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5.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7.6% 감소했다. 원재료 가격이 하락하면서 시차를 두고 평가손실이 실적에 반영되는 역래깅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에코프로비엠뿐만 아니라 에코프로 주가도 이날 전날 대비 14.2%(12만2000원) 급락한 73만7000원에 장을 마쳤다. 앞서 에코프로 주가는 공매도 금지 조치 첫날 상한가를 기록했고 대부분의 종목들이 하락한 전날에도 주가가 3.74% 오르며 85만9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는데 공매도 금지 3일차에 결국 주가가 급락한 것이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날 에코프로에 대해서도 목표주가를 하향한 리포트를 내놨다. 김 연구원은 비상장 자회사의 실적 악화 등을 이유로 에코프로 목표주가를 기존 55만5000원에서 42만원으로 낮췄다.

앞서 김 연구원은 에코프로 주가가 급등하던 지난 4월 ‘훌륭한 기업이지만 나쁜 주식’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내며 에코프로 목표주가를 45만4000원으로 상향하면서 투자의견을 Reduce를 제시해 투자자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이후 올해 8월 4일에도 에코프로 목표주가를 55만5000원으로 상향했지만 투자의견은 Reduce를 그대로 유지했다.

◇ 목표주가 대폭 하향 근거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에코프로비엠의 실적부진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업체들의 판매목표 하향, 배터리 생산계획 축소, 정책지원 약화 등으로 업황 둔화 조짐이 보인다”며 “에코프로비엠은 판가하락과 고객사 물량축소로 올해 4분기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역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애널리스트들은 에코프로비엠의 주요 고객사인 미국 포드사의 전기차 계획 일정 연기가 내년 실적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SK온 및 포드와 3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이 공급하는 양극재로 SK온은 NCM9 배터리를 만들고 포드는 이 배터리를 대형 전기 픽업트럭인 ‘F-150 라이트닝 EV’에 탑재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과 SK, 포드는 F-150 라이트닝 EV을 생산하는 공장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포드는 지난달 예상치를 밑도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120억 달러 규모의 전기차 투자 계획을 축소하는 한편 연간 6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하는 목표 달성 시한을 올해 말에서 내년 말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2026년 가동을 목표로 SK온과 합작으로 건설하는 켄터키 2공장 일정 역시 연기됐다.

안회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Ford F-150 라이트닝 판매계획 수정으로 NCM 배터리 제품 출하 증가폭도 제한적일 것”이라며 “2024년 신공장 가동이나 신규 고객사 대상 출하가 예정되어 있지 않음에 따라 기존 고객사 수요 및 전반적인 전방산업 분위기가 실적에 투명하게 반영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까지는 수요 성장 불확실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현수 연구원은 에코프로에 대해 그룹 계열사의 실적부진 및 금리상승에 따른 기업가치 할인 효과 등을 이유로 목표주가를 하향한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에코프로 자회사들인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기업가치에 대한 에코프로의 지분가치를 각각 합산해 에코프로의 적정기업가치로 10조9000억원을 제시했다.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 19조 6246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김 연구원은 “본질 가치를 초과한 버블의 영역에서 변동성 전투 참전은 결국 벌금으로 돌아올 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