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대차·기아 중고차 진출, 뚜껑 열어보니
“생각보다 가격 높다” vs “이 정도는 예상했다” 고가·고품질 정책으로 기존 중고차와 차별화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드디어 중고차 시장에 진출했다.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지 3년 만이다.
이에 대해 시장 반응도 엇갈렸다. 현대차와 기아가 중고차 시장에 진입할 경우 기존 중고차 업계 생존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의견과 반대로 비양심 중고차 딜러 대신 믿고 살 수 있는 현대차가 들어오는게 낫다는 쪽으로 나뉘었다.
이 중 현대차의 시장 진출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쪽 의견이 좀 더 많았다. 중고차의 경우 대표적인 레몬마켓으로 불린다. 정보 비대칭과 낮은 신뢰로 인해 저 품질 상품만 거래되는 시장이란 뜻이다.
수많은 소비자들이 수십년간 중고차 딜러들에게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차라리 웃돈을 주고서라도 마음 편하게 중고차를 거래하겠다는 의견이 팽배했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국내에선 일명 ‘빠’보단 ‘까’가 많은데, 중고차 진출과 관련해선 옹호하는 쪽이 많았다는 점도 그동안 소비자들의 심정을 대변해줬다.
우려반 기대반이었던 현대차 중고차 시장 진출이 지난달 24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기아는 이보다 약 1주일 뒤인 이달 1일부터 중고차 사업을 개시했다.
중고차 판매가 시작된 후 반응은 또 엇갈렸다. 이번엔 가격이다.
현대차 중고차 홈페이지가 열린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생각보다 비싸다는 반응과 이 정도면 납득할 만한 수준이다고 설전이 오고갔다.
가격이 비싸다는 쪽은 중고차 가격이 신차와 별 반 차이가 없다는 의견이었으며, 납득할만한 수준이라고 하는 측은 품질 검사나 중고차 상태 등을 감안하면 그리 비싸지 않다는 주장이다. 또 기존 중고차 플랫폼들 대비 10% 정도 밖에 비싸지 않다는 반응도 있었다.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할 경우 가격대가 높을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견됐다. 현대차는 자체적으로 200여개에 달하는 품질검사를 꼼꼼히 진행한 후 새 차 수준으로 상품성을 갖춰 내놓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 홈페이지에서 중고차 품질검사 이력 등이 공개되자,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선 “신차보다 중고차 검수가 오히려 더 꼼꼼하다”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들이 나오기도 했다.
현재 현대차 중고차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초기 매물이 부족한 영향도 있다. 중고차의 경우 우선 매물이 있어야 판매가 가능한데,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중고차 매물을 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이에 현대차는 사업 개시 전에 직원용, 시승차 위주로 확보해 판매를 시작했다. 이들 차량 대부분은 풀옵션에 가까운데다, 주행거리도 짧고 상태도 양호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을 수 밖에 없었다.
물량이 늘어나면서 현대차 중고차 가격도 안정화에 접어들겠으나, 기존 중고차 업계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남은건 소비자의 선택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믿고 편하게 살 수 있는 현대차의 손을 들어줄지, 발품을 팔더라도 좀 더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는 중고차의 손을 들어줄지 시간이 말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