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SITC서 연구 성과 공개···주목할 만한 항암 신약 연구는

'미국면역항암학회(SITC 2023)' 이달 1일~5일 개최 에이비엘바이오, 루닛, 애스톤사이언스, 큐리언트 등 참여 이중항체 신약, 면역항암제, 암 치료백신 등 개발 기대

2023-11-05     최다은 기자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면역항암제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 학회인 ‘2023 미국면역항암학회(SITC 2023)’에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연구 성과가 공개됐다. 항암 신약 개발에 뛰어든 기업들이 전임상부터 임상 2상까지 다양한 임상 성과를 발표해 눈길을 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5일까지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미국면역항암학회에서 국내 여러 기업들이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면역항암학회는 지난 1984년 설립 이래 매년 면역치료법 개발과 발전을 위해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암 연구와 치료 분야 전 세계 최고 권위의 연구자 및 의료인 등을 회원으로 보유하고 있다.

미국 면역항암학회(SITC)에 참여한 국내 기업./ 표=정승아 디자이너

에이비엘바이오는 항암제 파이프라인 ‘ABL503’와 ‘ABL111’의 비임상 데이터를 포스터로 공개했다. 에이비엘바이오와 아이맵은 면역항암 이중항체 ABL503과 ABL111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아이맵은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바이오 기업이다.

ABL503은 PD-L1과 4-1BB를 동시에 표적한다. 기존 PD-(L)1 치료제의 한계인 내성과 낮은 반응률 개선을 위해 개발됐다. 현재 미국과 한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ABL503은 아직 임상 초기 단계지만 고형암 환자에게서 완전관해(CR) 1건과 부분관해(PR) 3건이 확인된 바 있다. ABL111은 위암 및 위식도 접합부 암 등에서 발현되는 클라우딘(Claudin)18.2와 4-1BB를 동시에 표적하는 이중항체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최근 항암 치료를 위해 화학치료제와 PD-(L)1 치료제를 병용하는 치료법이 표준으로 제시되고 있다”며 “ABL503과 ABL111을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개발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루닛은 인공지능(AI) 바이오마커 ‘루닛 스코프’를 활용해 비소세포폐암 등 여러 암종의 치료 효과를 예측한 연구 결과 6건을 포스터로 발표했다. 비소세포폐암에서 흔히 발생하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변이 환자 중, 표적항암요법인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TKI) 치료 후 내성이 생긴 환자들의 면역항암요법 치료 효과를 예측하기 위해 종양침윤림프구(TIL) 분포 분석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 루닛 스코프가 분류한 면역활성 환자군은 면역결핍 환자군에 비해 면역항암요법에 대해 더 높은 객관적반응률(ORR)을 보였다. 면역활성 환자군은 40.0%, 면역결핍 환자군은 7.5%였다. 무진행 생존기간(PFS)은 각각 4.1개월, 1.4개월이었다. 이는 EGFR 변이에 대한 표적항암제 치료 후 내성이 생긴 환자에게 면역항암제 후속 치료가 유의미한 것을 입증했다는 설명이다.

애스톤사이언스는 신규 항원 암 치료백신 2종 ‘AST-07X'와 'AST-11X'에 대해 발표했다. 또 난소암 마우스 모델에서 AST-201의 항종양 효과, 인간 위암 이종이식 마우스 모델에 AST-301의 HER2-ADC 병용 투여 결과 등 최근 연구결과 3건을 함께 공개했다.

애스톤사이언스 측은 “최종 선별된 4개의 항원결정기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Th1-특이적 면역반응을 강하게 유도했다”며 “다만 Th1-비특이적 면역반응은 유도하지 않음으로써 백신의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1차적으로 검증했다”고 밝혔다.

네오이뮨텍은 ‘NT-I7’에 대한 임상 및 비임상 연구 실적을 포스터 2건을 통해 공개했다. 네오이뮨텍에 따르면 항암 동물 모델에서 NT-I7과 인터루킨(IL)-2, 면역관문억제제(PD-1 억제제)의 삼중 병용 투여 결과, NT-I7이 Tpex를 증폭하는 것을 확인했다. NT-I7이 Tpex를 증폭시키고 IL-2는 이 세포의 활성을 증가시키면, PD-1 억제제가 암세포의 저항을 낮춤으로써 항암 작용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네오이뮨텍은 “이번 연구성과를 통해 PD-1 억제제나 IL-2를 개발하는 회사들과 협력 논의를 더욱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큐리언트는 면역항암제 ‘아드릭세티닙’(개발명 Q702)의 임상 1상 데이터를 발표했다. 아드릭세티닙은 암세포와 면역세포에 작용해 항암 면역을 활성화시키고 암세포가 면역에 더 잘 노출되도록 하는 기전의 먹는(경구용) 약이다. 큐리언트는 대장암 췌장암 등 말기암 환자를 대상으로 미국 내 병원에서 이드릭세티닙 단독 투여 임상1상을 진행 중이다.

이밖에도 유틸렉스는 ‘난소암 전임상 모델에서 103의 항암 활성’과 ‘적응 T세포 치료제로서, MR1 제한적 범용 암세포 사멸 CD8+ T 세포인 panck T 세포 개발’ 등 2건의 초록을 포스터 발표했다. 권병세 유틸렉스 대표는 “지난해 SITC에서 발표한 103의 데이터가 폐암이었는데, 이번에는 난소암에 관한 항암 활성 데이터로 확장했다”라며 “앞으로도 연구를 통해 적응증을 늘려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