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매매 시기 또 놓쳤나?’···활력 떨어진 주택시장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 약 500건 감소 고금리에 내년 거래절벽 우려도

2023-11-02     노경은 기자
고금리와 단기간에 급격히 오른 집값에 대한 피로감으로 서울 주택거래량이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내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활기 넘치던 서울 주택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고금리로 인해 거래량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인 것이다. 거래량 감소에도 시장에 나오는 매물은 오히려 늘었다. 살 사람이나, 팔 사람이나 시기를 또 한차례 놓친 것 아니냔 우려도 나온다.

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9월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335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달인 8월과 비교해 491건 줄어든 수준이다. 10월 거래량은 더 처참할 것으로 보인다. 10월 서울 아파트 거래건수는 이날까지 1093건으로 집계됐다. 부동산업계는 아직 집계기한이 한 달 가까이 남긴 했지만 현 추세를 감안하면 2000건대 안착도 불확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4월 3186건을 기록한 이후 9월까지 6개월간 3000건을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그 배경으로 금리인상을 꼽는다. 지난해 말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거래절벽 수준으로 떨어지자 정부는 규제완화와 정책대출 등을 통해 시장을 일시 부양했다. 그러자 올해 2월부터 반등한 부동산시장은 청약을 시작으로 서서히 수요가 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8월 가계 대출이 은행권에서만 7조 원가량 급증하자 정부는 지난 8개월간 주택시장 활성화에 특효를 보여 온 특례보금자리론 판매를 중단했다. 여기에 대출금리까지 오르면서 거래량과 가격 상승 폭이 주춤한 채 횡보한 것이다.

이처럼 거래는 감소추세를 보이는 반면 시장에 매물은 쌓여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시장에 나와 있는 서울 아파트 매물은 총 7만9320건으로 나타났다. 연초 5만513건 대비 무려 60%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지난달 1일 매물건수가 7만2154건이었던 점에 비교해봐도 한 달 만에 7000건 이상 늘었다.

상황이 이렇자 내년 시장전망을 어둡게 보는 이들도 늘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주택시장에 대해 부담스러운 수준의 금리와 가격 수준, 경기 둔화 등 여파로 시장이 부진한 만큼 거래 활성화가 지속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내년 전국 주택 매매가격도 2.0%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기적으로 상반기보다 하반기, 지역적으로 수도권(-1%)보다 지방(-3%) 하락 폭이 더 클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증권도 2024 주택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주택시장은 구매력 저하와 거래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며, 2024년 침체기를 지나 2025년 점차 회복기에 진입할 것을 전망했다.

다만 전셋값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주택 매수수요가 집을 사는 대신 전세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전세수요가 빌라나 다세대로도 분산됐는데 전세 사기 여파로 이제는 아파트 전세 수요 쏠림현상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