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1월은 역대급 공모주 대란···최소 22개 공모청약 ‘대기중’
2018년 이후 5년 만이자 역대 '2위'급 빽빽한 공모청약 일정 미국발 금리인상 후폭풍···상장주관사 공모청약 경쟁 ‘치열’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올해 11월 공모주 시장이 역대급 일정을 예고하고 있다. 11월 한 달에만 총 22개 공모청약이 진행된다.
공모일정 연기나 취소가 없다면 지난 2015년 12월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월별 공모청약 기록이고 지난 2018년 11월 이후 가장 빽빽한 일정이다.
올해 11월에 공모주 일정이 쏠린 이유는 미국발 금리인상에 따라 올해 상반기 상장을 미뤘던 기업들이 최근 공모주 시장 열기가 높아진 틈을 타 일제히 기업공개(IPO)에 나서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2018년 당시에도 미국발 금리인상에 따라 상반기 내내 공모주 시장이 얼어붙었다가 11월이 되어서야 공모청약 일정이 한꺼번에 몰리는 일이 벌어졌었다.
◇ 11월에만 22개 공모청약 ‘박터진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다음달에는 공모청약 마감일 기준 IPO기업 18개와 스팩 4개 등 총 22개의 공모청약 일정이 진행될 예정이다.
당장 이날부터 다음달 1일까지 비아이매트릭스, 컨텍, 큐로셀, 메가터치 등 4개사의 공모청약이 진행된다. 이어 에스와이스틸텍과 에이직랜드의 공모청약이 실시되고 한국스팩13호도 청약에 들어간다. 11월 1주차에만 총 7개 공모청약이 진행되는 ‘박터지는’ 일정이다.
2주차에는 캡스톤파트너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스톰테크, 동인기연 등 4개사의 공모청약이 예고된 상태다. 3주차에도 에코아이, 그린리소스, 한선엔지니어링. 에이에스텍 등 공모청약이 대기하고 있고 4주차에는 LS머트리얼즈, NH스팩30호, 에이텀, 와이바이오로직스, 삼성스팩9호, 교보스팩15호 등 6개 청약이 진행될 예정이다. 5주차에는 케이엔에스 청약이 예고됐다.
올해 11월 같은 공모청약 쏠림은 역대급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한 달에 20개가 넘는 공모청약이 진행된 것은 한국거래소가 데이터를 집계한 2000년대 이후 2014년 12월(28개), 2015년 12월(22개), 2018년 11월(21개) 등 단 3번에 불과하다.
당초 11월 9~10일 공모청약을 진행할 예정이었던 블루엠텍이 증권신고서 정정에 따라 공모청약 일정을 12월 4~5일로 연기하지 않았다면 올해 11월에는 23개 공모청약이 예정됐었다. 포스뱅크 등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거나 곧 통과할 기업도 있기에 공모청약 일정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통상 4분기는 공모주 시장의 성수기로 여겨진다. VC나 사모펀드 등 투자자들과 상장을 약속한 경우 해를 넘어가기전 상장을 마무리해야 하는 계약을 맺은 경우가 많고 해를 넘어가면 다시 회계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기관투자가 자금계정(북)이 12월 초중순에 닫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그 이전에 수요예측을 진행해야 상장이 용이한 면도 있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매년 10~11월은 IPO 시장 연중 최고치의 신규상장을 위한 수요예측이 진행되는 성수기”라고 말했다. IPO시장은 기업수 기준 상반기 대비 하반기의 강세가 뚜렷하며 분기 기준으로는 4분기, 월 기준으로 11월>7월>10월 순으로 많이 진행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올해 11월 유독 IPO일정이 몰리면서 시장의 물량소화 부담이 커져 기대에 못 미치는 공모가를 받고 상장을 연기하거나 철회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특히 최근 증시 부진이 길어지면서 공모금액이 큰 IPO대어들의 경우 수요예측에 대한 부담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3조 IPO대어라고 평가받은 서울보증보험의 경우 최근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고 공모일정을 전격 철회했다.
올해 11월 공모주 시장에서는 최근 2차 전지 투심 위축에 따라 또 다른 조단위 대어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수요예측이 최대 고비라는 분석도 나온다.
◇ 금리인상 후폭풍 여파···2018년 판박이
지난 2014년과 2015년 12월 당시 상장기업이 유독 많았던 이유는 당시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맡고 있던 최경수 이사장이 한국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을 내걸며 상장할만한 기업들을 모두 상장시키려는 무리수를 뒀기 때문이다.
2013년 40개였던 상장기업 수는 2014년 69개로 늘더니 2015년에는 무려 122개에 달했다. 당시 한국거래소가 기업들의 상장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11월과 12월에 일정중복 및 공모물량 부담에 상장을 포기하는 회사도 10여곳에 달할 정도였다.
반면 올해 11월에 공모청약 일정이 쏠린 이유는 5년 전인 지난 2018년 당시와 비슷한 미국발 고금리 영향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앞서 미국 연준은 2017년부터 세 번에 걸쳐 0.25%씩 금리인상에 나섰고 2018년에도 0.25%씩 4번의 금리인상을 했다. 이를 통해 2018년 12월 미국 기준금리는 2.25%~2.50%까지 올랐고 2018년 3월부터는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10년 7개월 만에 역전되기도 했다.
국내 증시는 미국발 금리인상에 하향세를 보였고 공모주 시장은 2018년 상반기 당시 급속도로 위축됐다. 이후 기준금리 인상의 끝이 보이기 시작하자 2018년 11월 기업들의 공모청약이 쏠리게 됐다.
올해 공모주 시장 역시 2018년 당시와 비슷한 전개를 보이고 있다. 미국발 금리인상 여파로 상반기 동안 소형 딜 위주로 돌아갔던 공모주시장은 금리 인상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 하반기부터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11월 공모청약 일정이 대거 겹치면서 상장주관사간 청약 경쟁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일정이 중복된다면 투자금을 한 곳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증시 급락에 공모주 투자는 피난처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바이오업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IPO기업들이 수요예측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공모가가 높게 책정돼 상장 후 공모주 투자 수익률이 기대치를 밑돌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통상 수요예측이 많이 진행될 때는 공모가가 약세를 보였는데 올해는 7월 이후부터 과거 추세와는 다르게 공모가가 공모희망가 기준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되고 있다“며 ”성수기의 낮은 공모가 투자 기회를 올해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