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당국 공매도 개선 의지, 총선용 이벤트라면 곤란하다

개인투자자 무시하던 금융당국, 공매도 제도 개선 의지 피력 외국IB 불법 공매도 적발에 태도 바꿨다지만 총선용 의혹 해소해야

2023-10-30     이승용 기자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그동안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제도 개선 요구를 묵살해오던 금융당국이 갑자기 공매도와 관련해 달라진 태도를 보이면서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희망과 의심이 교차하고 있다.

앞서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종합감사에서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 등이 공매도와 관련해 전수조사 및 전격 중단,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하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각각 전수조사와 제도개선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공매도 확대를 주장하던 금융당국의 태도가 달라진 것으로 시장은 이해하고 있다.

공매도는 코로나19 이후 지난 2020년 3월부터 약 1년간 전면 금지됐지만 지난 2021년 5월부터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된 상태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공매도 제도를 확대하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거 이탈할 것이라는 논리로 개인투자자들에게 겁 아닌 겁을 주며 공매도 전면 개시를 타진해왔다.

금융당국은 최근 금융감독원이 외국계 IB들의 고의적인 무차입 공매도를 적발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상황을 달리 인식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BNP파리바와 HSBC는 9개월 동안 560억원 규모의 무차입 공매도를 저질렀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적발한 최초의 고의적 불법 공매도다. 그동안 금융감독원이 적발했던 불법 공매도는 단순한 실수나 착오에 의한 무차입 공매도뿐이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태도 전환을 놓고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의구심을 가진 사람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 그동안 고의적인 무차입 공매도가 적발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금융당국은 ‘몰랐다’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적지 않은 개인투자자들은 ‘고의로 모른척 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공매도 시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개인은 공매도 상환 기간이 90일로 제한돼 있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이론상 무제한이다. 담보 비율도 개인은 120%고 기관과 외국인은 105%다. 외국인·기관의 공매도 비중은 98%에 달한다.

개인투자자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제도 개선’이 아니라 ‘신뢰 구축’이다. 개인투자자들은 무차입공매도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시스템이 만들어지거나 외국처럼 불법 공매도를 저지른 세력이 수십년동안 감방에 가거나 숏스퀴즈가 일어나 공매도 세력이 파산하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기 원한다.

금융당국이 각종 제도를 개선한다며 이리저리 수치나 제도를 고쳐도 이 같은 현상들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개인투자자들이 신뢰를 보내기 어렵다. 결국 이번 금융당국의 태도 전환을 놓고 내년 총선을 의식한 민심 달래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