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는 불법파견, 2차는 진성도급”···현대차 근로자 지위 갈린 배경은
현대차 협력업체 근로자 18명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대법, 2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3명 불법파견 불인정 “상당한 지휘명령 받는 관계 단정하기 어려워”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현대차 2차 협력업체 직원들이 불법파견을 주장하며 근로자 지위를 인정해달라는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법원은 정규직과 사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1차 파견), 2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2차 파견)의 업무 수행방식이 상당 부분 동일하다면서도, 회사로부터 업무에 관해 상당한 지휘명령을 받아왔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이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현대차 협력업체 근로자 18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등의 소송에서 2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3명의 청구를 기각했다. 1차 파견인 사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15명의 근로자 파견관계를 인정한 것과 대비된다. 근로자들과 현대차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2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한 판결이다.
먼저 대법원은 1차 파견에 해당하는 사내협력 업체 소속 근로자 15명에 대해 “원심은 사내협력업체 소속 원고들의 실질적인 근로 관계는 사내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현대자동차의 울산공장에 파견돼 현대자동차의 지휘·명령을 받으면서 자동차 생산 업무에 종사한 근로자 파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며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근로자파견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반면 2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3명에 대해선 “현대차로부터 상당한 지휘·명령을 받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에 대해서는 ‘불법파견’ 판단을, 2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해서는 ‘진성도급’이라고 본 것이다.
원고들은 1차·2차 협력업체들이 현대차 등과 체결한 각 도급계약이 실질적으로는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한다며 이번 소송을 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따라 2년 넘게 일한 파견노동자를 사용하는 경우 사용자는 이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
2심은 2차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근로형태가 정규직이나 사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과 업무 수행방식이 모두 유사하거나 동일하다고는 봤다. 그러나 업무수행방식이 동일하다고 해서 2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회사의 정규직이나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회사로부터 상당한 지휘명령을 받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봤다.
우선 법원은 파견근로자와 도급인의 정규직 직원 사이의 상호 유기적인 보고와 지시, 협조가 중요하고 본질적으로 도급인의 상당한 지휘·명령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도급인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업무구조라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2차 협력업체 직원들은 회사의 사양식별표, 서열지, 서열모니터, 서열자 실명제 대장, 물류관리프로그램, 불출동선 등이 사용사업주의 파견근로에 대한 상당한 지휘명령의 징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는 서열공정 작업자라면 반드시 제공받아야 하는 업무수행에 필요한 ‘객관적 정보’일 뿐이다”며 “이 정보 공유를 사용자의 지휘명령으로 본다면 파견의 범위를 무한정 확대하는 것이어서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또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정규직 등과 유사한 방식으로 부품물류공정을 수행해 왔고, 사내에서 이뤄지는 부품물류공정은 회사가 설계한 UPH(시간당 생산량) 등에 의해 통제되는 등 ‘2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회사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작업자들이 모두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이는 업무방식의 유사성에서 기인한 것일 뿐”이라며 “부품의 종류를 기준으로 보면 업무가 명확히 구분되고 특정 부품에 대해서는 협업하거나 대체된 예를 발견할 수 없다”고 봤다.
2차 협력업체가 부품물류공정에 관한 하도급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독자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2차 협력업체들은 도급계약의 목적인 부품물류공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한편 2차 물류 직무에 관한 불법파견 소송 가운데 현대차가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는 “이번 판결을 통해 직접생산 공정과 구별되는 부품조달업무 아웃소싱의 정당성을 인정받았다는 데 의의가 크다”고 밝혔다.
반면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김현제 지회장은 “2·3차 하청 노동자들은 불법 파견 은폐를 위한 다단계 하청 꼼수로 차별과 착취에 시달리고 있다”라며 “이번 대법원 판결로 비정규직에 대한 이중, 삼중 착취가 용인되게 됐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