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이어 중동까지”···현대차, 日 텃밭 뺏기 가속도
현대차, 사우디에 중동 생산 거점 확보···연 5만대 생산 사우디, 토요타·닛산 점유율 40%···현대차, 생산 거점 투자로 점유율 다툼 신흥국 경제 성장에 따른 자동차 시장 규모 확대 및 앞선 전기차 기술력 이점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현대자동차가 동남아시아에 이어 중동까지 전통의 일본차 안방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북미, 유럽, 중국 등 자동차 선진국에선 점유율 확대가 쉽지 않은 가운데 동남아와 중동을 비롯한 신흥 개발국을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자동차 조립(CKD) 합작공장을 건설하며 중동 지역 내 첫 생산거점 확보에 나선다. 합작공장은 내년 상반기 착공해 2026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전기차와 내연기관을 포함해 연간 5만대 차량을 생산할 계획이다.
공장이 들어서는 킹 압둘라 경제도시는 사우디아라비아 서부 지역에 위치해있으며, 사우디 제2의 도시이자 최대 무역항이 위치한 ‘제다’로부터 약 100km 거리에 있다. 최근 전기차 업계의 투자가 잇따르고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입주하는 등 중동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로 각광받고 있다.
현대차는 사우디아라비아 합작공장에 자동화 공정 및 지역 맞춤형 설비를 적용할 예정이다. 생산 라인업도 단계적으로 확대해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 중심 생산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사우디 자동차 판매 대수는 55만2000여대로 2020년 대비 20.7%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우디 자동차 시장은 최근 경제성장, 인구 증가, 여성 운전 합법화 등이 맞물려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사우디는 전통적으로 일본차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사우디 자동차 시장은 일본 토요타가 점유율 33%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닛산도 점유율 6%로 3위를 차지했다. 양 사 점유율이 40%에 육박하는 셈이다.
현대차는 14% 점유율로 2위며, 기아는 4% 수준이다. 현대차는 이번 현지 합작 공장 건설을 통해 일본차 텃밭인 사우디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방침이다. 사우디를 거점으로 현대차는 중동 지역 점유율을 끌어올려, 오는 2032년에는 35만대를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서도 전기차 공장을 짓고 동남아 시장 확대를 위한 교두보로 삼았다. 인도네시아 공장에선 전기차 아이오닉5를 비롯해 다양한 차종이 생산될 계획이며, 현재 연간 15만대 생산능력에서 향후 최대 생산능력을 25만대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최근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현지 생산 거점 구축과 함께 현지 판매를 늘려가며 점유율을 높여나가고 있다.
현대차 인도네시아 판매법인의 경우 지난 2021년 현지 판매 순위가 13위에 그쳤지만, 올해 7월에는 6위까지 껑충 뛰었다. 이 기간 판매대수는 2021년 3005대에서 현지 생산이 시작된 2022년 3만1965대로 10배 이상 늘어났고, 올해 1~7월 누적 판매대수는 2만65대로 전년대비 48.1% 증가했다.
현대차의 경우 일본 토요타 등과 마찬가지로 전세계적인 대중 브랜드로 유럽 고급 브랜드와 달리 동남아, 중동 등에서도 가격 경쟁력과 상품성을 충분히 갖춰 판매 확대가 예상된다. 최근 동남아와 중동 경제 성장에 따라 국민들의 소비력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현대차 입장에선 고무적이다.
특히 전기차 시대를 맞아 일본차 브랜드보다 현대차가 앞서 있다는 점이 일본차 텃밭 공략을 위한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차는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다양한 순수 전기차를 내놓고 있으며, 전세계 시장에서도 테슬라, 폴크스바겐 등에 이어 전기차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앞서 진출한 인도네시아 시장에선 올해 1~7월 전기차 3913대를 판매해 시장점유율 56.5%를 달성하고 전기차 시장 1위에 오른 바 있다.
중동지역에선 현대차는 오는 2027년까지 전기차 라인업을 2배 이상으로 늘려, 중동 판매 차량 라인업 중 3분의 1을 전기차로 구성할 계획이다. 또한 2032년에는 중동에서의 전기차 비중 판매 비중을 15%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