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한화생명, 내년 영업경쟁 더 치열···중소형사 ‘한숨’

삼성생명, GA 판매확대 추진···영업력 강화 내년 보장성 시장 축소···대형사 쏠림 심화될듯

2023-10-23     유길연 기자
삼성·한화·교보생명 서울 본사 / 사진=각 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올해 한화생명과 ‘영업 전쟁’을 벌였던 삼성생명이 추가로 영업력 강화 움직임을 보이면서 내년 생명보험사 ‘빅3(삼성·한화·교보)’의 점유율이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형사들의 경쟁 틈바구니에서 결국 중·소형사들의 입지가 더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최근 암보험·건강보험 등 제3보험 점유율 확대를 위해 설계매니저 조직을 구축 중이다. 설계매니저는 보험사 직영 대리점이나 법인보험대리점(GA) 등에 파견돼 설계사가 고객 정보를 전달하면 적합한 상품을 추천·설계해주는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이다. 

GA 판매채널 영업을 더욱 강화하겠단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 보험상품은 수시로 바뀌고 종류도 다양하다. 이런 상황에서 보험사가 모든 보험사의 상품을 취급하는 GA에 설계 전담 인력을 보내 설계사에게 상품을 추천하도록 하면 자사 상품을 판매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최근 삼성생명은 실적발표회에서 GA 인수를 언급할 정도로 GA 채널확장에 열을 올린다. 

새 회계제도(IFRS17) 아래서 생보사는 보험영업이익을 늘리기 위해 종신보험, 제3보험 등 보장성보험 판매를 늘려야 한다. 최근 금융당국이 단기납 종신보험 규제를 강화해 사실상 적극적으로 종신보험을 팔기 어려워졌다. 그 결과 제3보험을 늘리는 것이 보험사 실적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설계매니저를 늘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부동의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은 올 상반기 한화생명의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제판분리(상품개발과 판매 조직의 분리)를 단행한 이후 자회사 GA를 대형화하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 지난 5월 초 한화생명이 부동의 ‘1위’인 삼성생명을 꺾고 초회보험료 업계 1위에 올랐다. 한화의 진격에 놀란 삼성생명은 그간 유지했던 보수적인 기조를 깨고 업계 최고 수준의 판매수당을 내걸어 다시 1위 자리를 되찾아왔다. 

두 대형 생보사 간의 전쟁은 삼성생명의 승리로 일단락됐지만 업계에선 삼성생명이 적잖이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란 평가다. 내년에 삼성생명이 영업 드라이브를 더욱 강하게 걸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삼성생명이 GA 채널 확대에 나설 조짐을 보인 만큼 내년에 대규모로 사업비를 투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빅3의 나머지 한 곳인 교보생명도 경쟁 심화에 부담을 느껴 올해 4분기에 사업비 지출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대형 생보사들이 영업 경쟁을 계속 벌이면서 생보 시장 ‘빅3’ 쏠림현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생보사 시장은 내년도 암울하다. 보험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23년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에 따르면 내년 생보업계의 보장성 보험의 초회보험료는 올해 대비 16.8%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보장성 보험 시장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대형사들이 판매 드라이브를 걸면 '제로섬 게임'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중소형사들은 울상이다. 대형사들이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서면 당해낼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단 것이다. 올해 한 대형 생보사는 설계사들에게 월 10만원 상당의 종신보험 상품을 판매하면 1회 50만원에 상당하는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책(인센티브)을 걸어 업계에서 회자됐다. 자사건강보험 센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월납 보험료의 5배가 넘는 500%의 시책을 내 건 셈이다.

해당 대형 보험사 입장에서는 건강검진에 대한 원가는 낮기에 실질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은 크지 않다. 하지만 중소형 보험사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사실상 500% 이상의 시책률을 책정해야 자사 상품의 판매를 이끌어낼 수 있다. 중소형사들이 짊어져야 하는 부담이 크단 얘기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들이 영업 드라이브를 거는데 중소형사들이 괜히 나섰다간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라며 “이에 중소형사들은 내년에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등 ‘몸 사리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자료=생명보험협회,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