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총재 “중동사태로 물가 2% 수렴 늦어질 듯”···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여전
10월 금통위, 6연속 금리 동결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에 경기 불확실성 증대 “금통위원 6명 중 5명,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 열어둬” 또 한번 ‘영끌족’에 경고…“1%대 기준금리 돌아가기 어렵다”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물가가 목표 수준인 2.0%에 수렴하는 시기가 늦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동 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로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것이 한국은행 측 시각이지만 여전히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모습이다.
이 총재는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등으로 물가 및 성장 전망 경로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가운데 물가 상승률의 둔화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완만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가계부채의 증가 흐름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는 만큼 기준금리를 현재의 긴축적인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정책 여건의 변화를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기준금리 동결 배경을 밝혔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2월과 4월, 5월, 7월, 8월에 걸쳐 기준금리를 다섯 차례 연속 동결한 데 이어 이번까지 6회 연속 금리 동결이다. 이번 금리 동결은 금통위원 6명 전원의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그는 “금융통화위원 6명 중 5명이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금통위원 중 한 명은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이 워낙 큰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기준금리를 올릴 수도 낮출 수도 있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그러나 나머지 다섯 명은 불확실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현 상황을 평가해 볼 때 물가 상승 압력이 더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 시기도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에 지난 8월 회의 때보다 긴축 강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번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 배경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을 꼽았다. 특히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에 따른 불확실성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의 국제 금융시장 영향은 아직까지는 제한적인 모습”이라며 “하지만 향후 전개 양상에 따라서는 시장 변동성을 크게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8월에 예측했던 물가의 하락 경로보다는 속도가 늦어질 것이라는 게 금통위원들의 중론”이라며 “내년 12월 말까지 (물가상승률이) 2%에 갈 거냐고 물어보시면 불확실성이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는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인 2%까지 도달하는 시기가 미국보다는 빠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미국과 우리나라 모두 같은 물가 목표 수준을 가지고 있는데 미국의 물가 수준이 훨씬 높았기 때문에 빨리 내려오는 거고 우리는 그보다 낮았기 때문에 속도가 당연히 더딘 것”이라며 “목표 수준 2%대로 수렴하는 시기를 보면 우리가 미국보다 빠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금리 격차가 2%포인트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에는 금리차 자체보다 미국의 통화정책방향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 총재는 “한미 금리 역전 차 자체가 (금리) 움직임을 결정한다는 이론은 없다”며 “금리 차가 벌어지면 큰일이 벌어지는 것처럼 말하는데 과거 경험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금리 차 자체는 정책 목표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높은 금리가 주택난을 가중하고 이에 따라 주택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통화정책으로 대응해야 할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결국 부동산 가격의 문제”라며 “통화정책이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을 오르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지난 금통위에 이어 이번 금통위에서도 과거 저금리 시대와 같은 금리 수준을 기대하며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집값이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하더라도 자기 돈이 아니라 레버리지를 내서 하는 분들이라면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라며 “예전처럼 1%대로 기준금리가 떨어져 비용 부담이 줄어들 거라 생각한다면 경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