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藥 9부 능선 유한양행 ‘렉라자’, 내년 1000억원대 매출 달성할까
공단과 약가협상 타결 시 1차 치료제 확대···2차 치료제 비해 매출 증대 확실, 증대 폭 관심 현 약가는 인하 전망, 경쟁품목 ‘타그리소’ 동향 관심···마리포사 임상 결과도 영향 줄 듯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1차 치료제 급여 확대의 9부 능선에 도달한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페암 치료제 ‘렉라자’ 확대가 확정되면 내년 1000억원을 넘는 매출을 달성할지 주목된다. 정부와 협상에서 결정되는 약가와 경쟁품목 동향, 그리고 임상시험 결과 등이 내년 국내 렉라자 매출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개최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23년 제11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2차 치료제인 유한양행 렉라자는 1차 치료제 확대에 따른 급여 적정성을 인정 받았다. 앞서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비소세포페암 1차 치료제 허가에 이어 8월 심평원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렉라자 급여기준이 설정된 바 있다. 이에 약평위 판정 이후 진행되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약가협상을 통과하면 렉라자는 1차 치료제로 급여가 확대될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심평원 약평위를 통과하는 품목은 대부분 공단과 약가협상을 타결시키는데 렉라자처럼 급여를 확대하는 품목은 통과 가능성이 높아 사실상 9부 능선을 올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통상 항암제는 1~3차 치료제로 분류된다. 1차 치료 후 종양이 재발했거나 진행하게 되면 2차 치료제를 쓰고 효과가 없는 경우 3차 치료제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에 1차 치료제 대상 환자가 많고 시장도 가장 크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지난 2021년 7월 급여 출시된 렉라자는 그동안 2차 치료제로 사용됐다. 업계에 따르면 렉라자 매출은 2021년 41억원, 2022년 161억원에 이어 올 상반기 103억원으로 파악된다.
공단과 약가협상 기간이 60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업계는 렉라자 협상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올 연말 1차 치료제 급여 확대가 확정될 것으로 전망한다. 늦더라도 내년 초에는 확정될 가능성이 예상된다. 이 경우 렉라자의 2024년 국내 매출을 1000억원 이상으로 전망하는 관측이 적지 않다. 기존 국내 비소세포페암 1차 치료제 시장이 3000억원대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최근 2년간 렉라자 매출 규모와 제품력, 유한양행 영업력 등을 종합한 증권가와 업계 전망치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일각에서는 내년 렉라자 매출규모를 1500억원 이상으로 판단하기도 하지만 시장 상황이 유동적이고 의사들 처방행태는 물론 변수가 적지 않아 전망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1차 치료제로 급여 확대를 전제로 한 렉라자 내년 매출에는 많은 변수가 꼽힌다. 우선 기본적으로 렉라자 약가가 확정되지 않았다. 현재 렉라자 약가는 240mg 기준 20만 6892원이다. 업계가 그동안 협상 사례를 분석한 결과, 2차 치료제를 1차 치료제로 급여 확대하는 경우 2차 치료제 기준 약가의 5%에서 10%가 협상에서 인하되는 결과가 대부분이었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렉라자 같은 대형품목의 경우 건강보험 재정에 주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협상 과정에서 공단이 높은 상대적으로 높은 인하율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변수는 경쟁품목인 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다. 타그리소의 경우 렉라자보다 한 달 빠른 9월 약평위에서 급여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렉라자보다 빠르거나 엇비슷한 시기 1차 치료제로 급여가 확대될 가능성이 전망된다. 타그리소는 최근 수년간 분기별 25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해왔기 때문에 1차 치료제로 확대될 경우 렉라자와 직접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최근에는 렉라자와 얀센 ‘리브리반트’를 병용투여하는 방식의 ‘마리포사’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 대한 임상 3상 결과 초록이 공개되면서 내년 렉라자 매출에 미칠 여파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이번 임상은 치료 경험이 없는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107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임상 결과 마리포사는 타그리소 단독요법에 비해 항암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마리포사는 타그리소 단독요법보다 질병 진행과 사망 위험을 30% 더 감소시켰다. 약물 반응 지속 기간(mPFS)도 23.7개월로 타그리소 단독요법 16.6개월보다 7.1개월 길었다.
단, 이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mPFS 수치 등이 지적됐다. 실제 이날 키움증권은 23.7개월인 mPFS가 타그리소 단독 투여 대비 개선된 수치지만 시장 예상치였던 25~30개월에 못 미쳤다는 점을 언급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향후 전체 생존(OS) 결과 데이터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 D씨는 “초록만으로 임상 결과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성급할 수 있다”며 “마리포사 임상은 시간을 갖고 차분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결국 내년 렉라자의 1차 치료제 확대 가능성은 높지만 유한양행이 헤쳐갈 관문이 적지 않게 파악되는 상황이다. 이에 유한이 일단 국내에서 렉라자 영업에 어떤 방식으로 올인할 지 주목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