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망 신약 키워드가 바뀐다

항암제 견줄 의약품, '비만·당뇨' 치료제 낙점 단순 생명 연장→ 만성질환 관리, '삶의 질 개선' 관심 전 세계 고령화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시장도 유망

2023-10-19     최다은 기자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고부가가치 신약 분야가 바뀌고 있다. 기존엔 질병 치료 위주의 개발 수요가 높았다면, 최근엔 예방,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치료제 개발이 늘어나고 있다. 수십년 동안 신약 개발사들의 주요 타깃은 항암 신약이었는데 최근엔 당뇨·비만, 알츠하이머병 등으로 다각화되고 있다.

의약품 전문 시장분석기관 이밸류에이트가 최근 발표한 2028년 글로벌 10대 의약품과 전문의약품 매출 상위 10대 제약사에 따르면 당뇨 및 비만 치료제가 항암제에 이어 많은 매출을 일으킬 의약품으로 꼽혔다. 

당뇨·비만 치료제가 주목받는 이유는 시장성 때문이다. 당뇨와 비만은 만성질환에 가까워 평생 관리해야 한다. 또 서구화된 식습관 등 다양한 요인으로 2030 젊은 세대의 당뇨병 환자가 늘면서 시장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당뇨 치료제 성분 GLP-1이 비만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며, GLP-1을 활용한 비만 치료제 개발은 제약바이오 업계의 키워드로 떠오르기도 했다.

글로벌 의약품 트렌드 변화는 국내에도 광범위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파이프라인 기술이전으로 수익을 내는 다수의 국내 바이오기업들은 기술수출(Lisense-out) 수요를 끌어내기 위해 빅파마들의 관심사인 당뇨·비만 신약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전통 제약사들도 속도감 있게 해당 신약 개발에 나서며 글로벌 흐름에 따라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 비만 치료제 개발에 가장 선두에 있는 한미약품은 지난 7월 식약처에 비만 치료제 국내 3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해, 주 1회 투여하는 주사제 타입으로 개발 중이다. 2025년 국내 상용화가 목표다. 일동제약은 비만치료제로 개발 중인 ‘ID110521156’의 임상 1상 단계에 있다. 유한양행은 비만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한 전임상을 완료했다.

전 세계적인 인구 고령화로 노인성 질환에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이 늘어나고 있다. 노인성 뇌 질환은 원인 규명과 치료가 어려운 복합 난제로 분류돼왔다. 그러나 지난 7월 알츠하이머병 치료 신약 레켐비가 FDA 정식 허가를 받으며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치매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평가로 주목받았다.

국내에서는 아리바이오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에 가장 선두를 달리며 임상 3상을 중이다. 주목되는 점은 국내 기업들은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을 투여 횟수를 줄이거나 경구용(먹는) 제형으로 개발해 투약 편의성을 개선했다는 것이다. 글로벌 빅파마보다 후발주자로 시장 진입을 노리는 만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함이다.

비만·당뇨,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등 만성질환과 퇴행성 뇌 질환 신약의 상업적 가치가 오른다는 것은, 생존의 차원을 넘어 ‘삶의 질 향상’으로 의료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것. 인간의 의료 욕구가 일상생활을 더 건강하게 영위하는 단계로 넘어가면서 산업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글로벌 의약품 수요가 다양해지고, 차세대 신약 개발이 늘어날수록 산업은 성장한다. 국내 기업들도 혁신 신약 개발에 집중하면서 새로운 기술 발굴에 주목한다. 생명 연장과 만성질환 관리, 예방을 넘나드는 신약 탄생은 새로운 계열의 신약 수요로 이어진다. 신약 개발이 오랜 시간과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분야임에도, 업계를 향한 관심은 점점 뜨거워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