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돈 봉투 의혹’ 윤관석, “지시·권유 안해”··· 사실상 무죄 주장
“전달책” 주장하며 檢 적용한 정당법 50조2항 부인 윤 의원 “아내 암 투병” 주장하며 보석도 호소 검찰 “압수수색 전 휴대전화 교체” 증거인멸 강조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윤관석 무소속 의원이 첫 공판에서 사실상 무죄를 주장했다. 돈 봉투를 받은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이를 지시하거나 권유한 사실은 없어 적용된 법률 조항이 잘못됐다는 취지다.
윤 의원 측은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김정곤·김미경·허경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당법 위반 혐의 첫 공판에서 금액과 법리 부분에서 다툰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전반적으로 사실 관계에 대해서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검찰이 주장하는 금액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경험한 바로는 봉투 하나에 100만원씩 들어있는 봉투 10개를 두 번, 총 2000만원을 받았고 이는 피고인이 직접 봤기 때문에 안다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검찰이 적용한 정당법 제50조 제2항에 대해서도 “법리부분도 보기에 이상한 부분이 있다”고 항변했다. 돈 봉투를 받아 전달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지시·권유하지는 않았다는 취지다. 정당법상 당 대표 경선에서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벌금(50조 1항)에 처하지만 ‘지시·권유·요구’할 경우 형량이 5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50조 2항)으로 높아진다.
돈 봉투를 받은 배경에 대해서도 변호인은 “100만원을 받고 현역 의원들이 표를 던지게 할 수는 없다”며 “감사 표시, 더욱 힘을 내서 도와달라는 취지의 제안 정도일 뿐 100만 원으로 표를 사려하진 않았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이나 이정근, 강래구, 박용수 모두 송영길의 선거를 돕는 사람”이라며 “이들이 송영길의 선거를 위해서 자금이 들어온 것을 알고 그 돈으로 의원들에게 인사를 하자는 차원에서 제공된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이 금품을 제공하자고 논의하고 집행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첫 공판기일 직후 열린 보석 심문에서 윤 의원 측은 수감 상태에서 재판을 준비하기 어렵고, 암 투병 중인 아내를 돌봐야 한다며 보석을 허가해 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8월23일 구속기소된 윤 의원은 지난달 15일 보석을 청구했다.
반면 검찰은 윤 의원이 압수수색을 받기 하루 전 휴대전화를 교체하는 등 증거인멸 우려가 있고, 이 사건으로 정당 민주주의의 가치가 완전히 훼손되는 등 엄벌할 필요성이 있다며 보석 청구를 기각해달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고려해 이른 시일 내 보석 허가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했다. 또 오는 16일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을 불러 본격적인 증인신문을 하겠다고 정리했다.
윤 의원은 지난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시 후보였던 송영길 전 대표의 당선을 목적으로 경선캠프 관계자들로부터 현역 의원과 지역본부장 등 선거운동 관계자들에게 제공할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윤 의원이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과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등에게 현금 제공을 지시·권유·요구하고, 송 전 대표의 전직 보좌관 박용수씨로부터 2차례에 걸쳐 현금 각 3000만원씩 총 6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돈 봉투 살포에 따른 최종 수혜자로 지목된 송 전 대표도 조만간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또 송 전 대표의 인허가 로비 의혹으로도 수사망을 넓히고 있다. 송 전 대표가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 측으로부터 국토교통부를 설득해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폐기물 소각장 증설 관련 인허가를 해결해달라는 청탁을 받았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