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家 3남 김동선, 신사업 광폭 행보···백화점도 살릴까
햄버거·와인·로봇까지 신사업 박차 유통 본업 백화점은 팝업스토어 외 뚜렷한 사업 강화책 '아직'
[시사저널e=이숙영 기자]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이 신사업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 파이브가이즈로 첫 경영 능력 입증을 해낸 김 본부장은 와인 수입, 로봇 등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 가운데 유통 본업인 백화점 사업을 키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는 최근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백화점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 MD를 총괄한 김재환 패션부문장과 파이브가이즈 사업을 주도한 오민우 에프지코리아 대표가 신임 임원으로 승진했다.
지난달 한화갤러리아는 6년 만에 대표를 교체하기도 했다. 한화갤러리아는 새 대표이사로 김영훈 전략기획실장을 내정했다. 김 신임대표는 전략팀장·기획실장·전략기획실장 등을 거치며 신사업을 주도한 전략통으로 꼽힌다.
이번 임원인사는 한화갤러리아는 대표부터 임원까지 신사업 맞춤형으로 단행됐다. 한화갤러리아는 올해 신사업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는 한화 오너가 3남인 김 본부장이 신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어서다.
김 본부장의 주도 아래 한화갤러리아는 올해 5월 파이브가이즈를 운영하는 에프지코리아를 설립했고, 이어 6월 신규 와인 수입 사업을 진행하는 비노갤러리아를 설립했다.
또 이달 4일에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를 통해 로봇전문기업 한화로보틱스를 출범했다. 한화로보틱스는 한화모멘텀의 자동화 사업부 중 협동로봇·무인운반차·자율이동로봇 등을 분리한 것으로, 호텔앤드리조트가 32%, 한화는 68%의 지분을 차지한다.
김 본부장은 백화점·리조트 등 유통 사업에 로봇 사업을 더해 사업 분야를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한화로보틱스를 통해 고객 응대용 로봇 등을 개발해 백화점과 리조트 곳곳에 배치하는 식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의 신사업은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다. 특히 올해 6월 오픈한 파이브가이즈는 큰 인기를 끌며 시장에 안착했다. 한화갤러리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6월 사이 에프지코리아·비노갤러리아는 1억7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김 본부장의 외식 신사업이 순조롭게 출발한 가운데 유통 본업인 백화점 사업도 키울 수 있을지에 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한화갤러리아가 올해 백화점 성장을 위해 내놓은 키워드는 '콘텐츠 강화'다. 국내 신진 디자이너와 팝업스토어를 여는 등 콘텐츠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갤러리아는 올해 들어 '떠그클럽' '언더마이카' '폴리테루' 등의 브랜드와 협업해 팝업스토어를 선보였다. 그중 일부는 오픈런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하지만 팝업스토어로는 소비자 유입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갤러리아는 전국 5개 백화점을 운영 중으로 점포 수 자체가 적어 접근성이 낮다. 또 팝업과 같은 콘텐츠는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주요 백화점에서 이미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리서치업체 오픈서베이가 올해 발표한 ‘백화점 트렌드 리포트 2023’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의 소비자 방문 빈도수는 월 1.57회로 국내 주요 백화점 중 가장 낮다. 빅3인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외에 NC백화점, AK플라자도 모두 소비자 방문 빈도수가 월 2회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조사에 따르면 백화점을 방문하는 목적은 물건구매(38.8%), 아이쇼핑(19%), 외식(15.6%) 등이 대부분이며, 팝업스토어에 방문하기 위해 백화점을 방문하는 경우는 2.2%에 그쳤다. 즉 팝업스토어 개최만으로는 유의미한 경쟁력을 지니기 힘들다는 의미다.
한화솔루션에서 법인을 독립한 후 첫 성적표였던 지난 1분기에는 매출 420억원, 영업이익 1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 3월 실적만을 반영한 것으로 지난해 1분기 한화솔루션 갤러리아부문의 실적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다만 올 2분기 한화갤러리아의 매출은 전년 대비 감소했다. 한화갤러리아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9억원 감소한 127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판관비 감소 등으로 소폭 증가했다. 지난해 2분기 36억원에서 올해 39억원으로 3억원 늘었다.
한화갤러리아의 백화점 시장점유율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2021년 8.1%에서 2022년 7.8%로 줄었고, 올해는 6%대로 내려온 것으로 추정된다.
한화갤러리아의 주가도 떨어지고 있다. 지난 3월 한화갤러리아 재상장 당일 종가는 2130원을 기록했으나 7월 들어 1500원 밑으로 떨어졌다. 이날 기준 종가는 1050원으로 재상장 당일 대비 50.7% 감소했다.
이에 김 본부장이 외식·로봇 외에 백화점 사업을 강화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갤러리아는 백화점 점포를 확대할 계획은 없다. 다만 올해 4월 매입한 압구정 갤러리아명품관 인근 토지와 건물을 활용해 MZ세대 맞춤형 오프라인 공간을 조성할 예정이다. 오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건물을 새로 올린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올해 백화점 업계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지속적으로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4분기가 백화점 업계의 매출 핵심인 만큼 4분기를 위해 내부적으로 여러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