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노사, 임금 3% 인상에 500만원 지급 잠정 합의···전년과 동일

김영섭 대표 취임 후 첫 임단협 합의안 도출 노조 제시안 7.1% 인상+1000만원 지급에서 퇴보

2023-10-10     김용수 기자
김영섭 KT 신임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8월말 경기 성남시 KT 본사에서 진행된 임직원과의 미팅에서 직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 = KT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KT 노사가 올해 임금·단체협상(임단협)에서 임직원 1인당 임금을 3% 인상하고 500만원의 일시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김영섭 대표 취임 후 첫 임단협에서 전년 수준의 임금 인상률에 합의한 것이다. 당초 노조가 제시한 임금 인상률 7.1%에 한참 못 미치는 합의안이 도출됨에 따라 직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KT는 이번주 임단협 합의안에 대한 직원 설명회 및 임직원 투표를 거쳐 찬성표가 과반이 될 경우 합의안을 시행할 계획이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KT와 제1노조인 KT노동조합은 10일 김 대표와 최장복 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한 2차 본교섭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3년 임금·단체협상’ 잠정합의안을 타결했다. 잠정합의안에 따르면 KT는 1인당 235만5000원(기본급 154만5000원, 평균 3% 수준)의 임금을 인상하고, 경영성과격려금 차원의 500만원 일시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500만원 일시금 지급일은 오는 25일이다.

또 KT는 업무용단말기 구입비 100만원을 지원하고, 미래육성포인트를 개선키로 했다. 기존 미래육성포인트 제도에 따르면 입사 10년차 이내, 만 40세 미만 직원을 대상으로 연 50만포인트가 지급됐는데, 개선안에 따르면 입사 20년차 이내, 만 50세 미만 과·차장 직원은 연 100만포인트를 받게 된다. 그 외 직원은 기존 제도가 적용된다.

◇ 사내근로복지기금 860억원 출연 등 합의

KT는 사내근로복지기금 860억원도 출연하기로 했다. 또 정년퇴직 후 재고용(SC) 제도도 선발 인원 기준 정년 퇴직자의 15%에서 20%로 개선키로 했다. 고용 기간은 기본 1년에 1년이 추가된다. 또 회사는 급식보조비 및 구내식당 개선을 위해 ‘노사공동위원회’도 구성하기로 했다.

이밖에 총량자율근무제 기준 근로시간 단위를 ‘기존 주 40시간, 1주 단위 선택’에서 ‘월(4주) 160시간, 월 단위 선택’으로 확대한다.

앞서 그간 노사는 지난달 12일 김 KT 대표와 최 노조위원장이 참석한 ‘2023년 단체교섭 1차 본회의’를 시작으로 임금, 제도, 보수 등을 놓고 협상을 벌여왔다.

노조는 단체교섭에서 ▲임금인상 전년 대비 7.1% 이상 인상 ▲일시금 1000만원 지급 ▲급식통근보조비 2만2000원으로 인상 ▲복지기금 951억원 출연 ▲업무용단말기 지급 ▲복지포인트 2배 인상 ▲임금피크제 개선(차별 해소, 감액률 및 기간 축소, 노동시간 단축 등) ▲노동이사제 도입 ▲정년퇴직 연령 만 60세에서 만 65세로 연장 등을 골자로 하는 ‘2023년 단체교섭 요구안’을 제시했다.

이 중 직원들의 관심사는 단연 ‘연봉 인상률’이다. 지난해 기준 KT 임금이 통신업계 3위 LG유플러스에 사실상 역전 당한 상황에서 LG유플러스가 올해 임단협을 통해 직원 평균 임금을 6.5% 인상하기로 하면서 임금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 통신업계 평균 연봉 SK텔레콤>KT=LGU+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1인당 평균 연봉은 KT가 1억500만원으로 LG유플러스와 같다. 다만 LG유플러스 평균 임금에서 통신상품 판매 및 통신장비 유지보수 종사자를 제외한 1인 평균 급여액은 1억2100만원으로 KT 대비 1600만원 높다. 통신업계 1위로 평균 연봉 수준도 가장 높은 SK텔레콤의 평균 연봉은 지난해말 기준 1억5500만원 수준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KT 임단협은 난항을 겪다가, 이날 1인당 평균 연봉 3% 인상, 일시금 500만원 지급 등 잠정합의안에 타결한 것이다. 관건은 노사 공식 합의다. KT는 오는 11일 임단협 합의안에 대한 임직원 설명회를 거쳐, 13일 합의안에 대한 투표를 진행할 전망이다. KT는 임직원 투표에서 찬성표가 과반이 될 경우 합의안을 시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당초 노조 제시안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가합의안을 두고 일각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KT새노조 관계자는 “당초 노조가 요구했던 7.1%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결과다. 일시금도 500만원으로 요구안 1000만원의 절반 수준”이라며 “새노조는 교섭대표노조 1노조에게 통신3사 연봉 꼴찌로 전락할 우려 때문에 동종업계 최고 수준의 정액 인상을 요구했다. 실제로 LG유플러스는 올해 6.5% 인상을 합의했다. 하지만 이번 3% 인상에 그치면 LG유플러스에 연봉 역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1노조는 지난달초부터 수차례 교섭을 했다고 소식지에 실었지만, 내용을 보면 서로의 입장만 확인할 뿐 아무련 협상도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인상률 3%, 일시금 500만원에 합의해버렸다”며 “이를 두고 조합원들은 '예상했던 결과다', '답을 정해 놓고 벌인 쇼다' 등 반응을 보이며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 회사가 노조를 우습게보기 때문에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3%로만 인상해도 직원들이 별 불만 없이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KT노조는 지난해 단체교섭에서 임금 9.5% 인상을, 사측은 ‘임금 동결 및 일시금 200만원 지급’을 최초안으로 제시해 갈등을 보이다가, 1인당 평균 연 225만원(기본급 147만원, 평균 3% 수준)의 임금을 인상하고 경영성과격려금 차원의 500만원 일시금을 지급하기로 한 바 있다. 또 신입사원 초임을 단계적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연봉기준 지난해 4840만원, 올해 5400만원, 내년 6000만원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