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LG이노텍, 3분기도 ‘흐림’···전장부품으로 반등 노려
세트업체 성수기 진입에도 IT 수요 회복세 더뎌 전장부품 매출 비중 확대로 도약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올 3분기 부진한 실적을 내놓을 전망이다. 3분기는 통상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의 신제품 출시에 따라 부품업계 성수기가 시작되는 시점으로 보지만, 전방 IT 수요의 회복세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수익성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6일 전자부품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전장부품 사업을 기반으로 반등을 노리겠단 방침이다. 더 이상 IT 기기 수요 회복만을 기다리기는 어렵단 판단에서다. 지금은 두 회사 모두 전장 부문 매출 비중이 미미한 편이지만, 시장 성장세가 높게 점쳐지는 만큼 역량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 3분기 실적 추정치 잇따라 하향 조정
하나증권은 삼성전기의 3분기 매출액을 전년 동기 대비 5% 줄어든 2조2552억원으로, 영업이익은 28% 감소한 2252억원으로 전망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추정치(매출 2조2994억원, 영업이익 2371억원)를 하회하는 수준이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 스마트폰의 수요 회복이 지연되고 중화권 고객사들의 주문 강도가 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라며, “이에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의 물량 증가폭을 하향 조정함에 따라 가동률 하락으로 인해 수익성 역시 기존 대비 낮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어 “국내 고객사 스마트폰 물량도 기대보다 소폭 낮아 광학통신 및 패키지 부문도 소폭의 실적 하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LG이노텍의 경우 애플의 아이폰15 시리즈 출시 수혜가 클 것으로 전망됐지만, 일부 부품의 초도 생산에 문제가 생기면서 수익성이 낮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이투자증권은 LG이노텍의 올 3분기 매출을 전년 동기 대비 12.6% 감소한 4조 7000억원을, 영업이익은 66.3% 감소한 1498억원으로 예상했다. 이는 에프앤가이드에서 추정한 매출액(4조 6413억원) 보다는 높지만, 영업이익(2350억원)은 크게 밑도는 수치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광학솔루션 부문은 폴디즈줌 모듈 내 프리즘, 렌즈 등 컴포넌트 생산 차질에 더해 모듈 조립에도 일부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고정비가 커진 상황에서 이 같은 생산 차질은 수익성 저하로 나타났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관련 생산 차질 문제가 지난달을 기점으로 대부분 해소되면서 최대 성수기인 4분기에는 반짝 실적 향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애플향 카메라 모듈 생산이 일정부분 4분기로 이월되면서 해당 분기 최대 실적을 예상한다”며 “애플 내 높은 점유율을 확보한 아이폰15 프로맥스 및 프로 모델의 생산 비중 증가와 더불어 프로맥스에 탑재된 폴디드줌 카메라를 신규 공급함에 따라 평균공급단가(ASP) 상승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양사, 전장부품 매출 비중 확대 사활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전장용 부품사업을 육성하며 부진한 부품 실적을 만화하려고 노력중이다. 삼성전기는 전장용 MLCC 성장세가 눈에 띈다. 회사는 지난 2분기 기준 전장용 MLCC의 매출 비중이 2021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매출 비중 20%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MLCC 증설을 전장용 라인 중심으로 추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전기는 부산공장 캐파의 2배 수준인 필리핀 공장을 내년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중국 천진 공장의 전장용 MLCC 생산도 점진적으로 확대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MLCC 원재료의 내재화 역량을 키운단 방침이다. 전장용 비중이 늘어날수록 수익성 확대를 위한 원가절감 방안의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삼성전기는 2025년까지 세라믹 파우더, 메탈(니켈, 구리) 파우더 등 MLCC 핵심 원료의 생산능력을 올해 대비 2배 늘어난 1200톤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회사의 MLCC 원재료 내재화율은 50%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도 전장용 MLCC는 긍정적인 수요를 기반으로 삼성전기 실적 버팀목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IT용 대비 상대적으로 부피가 커서 원재료 사용량의 동반 증가가 예상되며 핵심 원재료를 내재화하는 것은 비용 부담을 떠나 MLCC의 퍼포먼스 상향에도 기여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향후 경쟁력 차별화 요인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LG이노텍 또한 전장부품 매출을 확대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회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LG이노텍의 올 상반기 기준 전장부품 부문 투자액은 약 347억원으로, 전년 동기(101억원) 대비 3배를 넘는 수준이다.
회사는 북미 전기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멕시코 법인에 전문 인력 채용을 확대하는 등 증설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멕시코 공장은 LG이노텍이 지난 2014년 설립한 첫 해외 차량 전장부품 생산기지로, 카메라 모듈을 비롯해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용 부품 등 전장용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고 연구원은 “LG이노텍이 올해 광학솔루션 매출에서 전장 카메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2.6% 수준으로 추정되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북미 전기차향 중심으로 빠른 성장이 전망된다”며 “북미 전기차향 전장 카메라 시장 규모를 지난해 4700억원에서 2030년 5조~5조5000억원으로 전망함에 따라 LG이노텍은 국내 경쟁사와 함께 이에 대한 메인 벤더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