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무신사 스탠다드’, 내부에선 브랜드 카피 논란

무신사 스탠다드, 입점 브랜드 상품 카피 의혹 불필요한 야근부터 익명 설문조사까지 직원들 불만 나와

2023-10-05     한다원 기자
최근 무신사 스탠다드가 논란을 빚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고객 리뷰’를 토대로 기획되는 무신사 스탠다드가 논란을 빚고 있다. 무신사의 자체 브랜드(PB)인 무신사 스탠다드는 기존 온라인 중심의 무신사를 오프라인으로 영역을 넓히고, 플랫폼 방문 유인을 높여 안정적인 매출을 이끌고 있다. 다만 무신사 스탠다드를 둘러싼 직원들의 업무 착취, 브랜드 카피 등 의혹이 생겨 눈길을 끌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 스탠다드는 최근 오프라인 점포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무신사는 2017년 위클리웨어를 통해 PB를 키우고자 무신사 스탠다드를 설립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베이직 캐주얼 브랜드, 가성비로 론칭 첫해 170억원을 달성했고 현재 무신사의 캐시카우로 자리잡고 있다.

무신사 스탠다드가 설립될 당시 상품 기획은 ‘고객 리뷰’에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건오 무신사 스탠다드 본부장은 2012년 무신사에 입사해 입점 브랜드 협업으로 경험을 쌓았다. 이 본부장은 “무신사 스탠다드 기획 의도는 입점 브랜드와의 시너지에 있다”면서 “입점 브랜드 영역을 침해하지 않고, 스타일링의 조화를 이루는 콘셉트로 출발, 스트리트 캐주얼 비중이 큰 입점 브랜드와 대조되는 베이직 캐주얼이 콘셉트”라고 밝혔다.

그간 무신사는 ‘브랜드와 동반성장’이라는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입점 브랜드의 매출 상승이 무신사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입점 브랜드가 안정적으로 생산과 마케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다음 시즌 생산 자금을 무이자로 빌려주는 ‘동반성장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무신사 스탠다드가 입점 브랜드사의 상품 디자인을 카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 사진=각 사 캡처, 편집=정승아 디자이너

다만 무신사 스탠다드는 기존 취지와 달리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무신사 스탠다드를 둘러싼 논란은 증폭되는 상황이다. 그간 무신사는 신진 브랜드 발굴, 육성 등 키워드를 내세웠지만 정작 무신사 스탠다드 내부에서는 ‘타브랜드 카피’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무신사 스탠다드에서 근무하는 A씨는 “입점사 판매데이터를 기반으로 카피 상품을 제작한다”면서 “내부에서 타브랜드 제품을 카피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 기자가 A씨가 언급한 브랜드와 무신사 스탠다드 상품을 비교해보니, 디자인 상당 부분이 비슷했다. 무엇보다 무신사 스탠다드 상품은 타브랜드 보다도 70%가량 저렴했다.

무신사 스탠다드가 카피한 것으로 지목되는 브랜드사는 최근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최근 M사(무신사 스탠다드)의 신제품 팬츠가 자사와 상당 부분 유사하다는 제보를 받고 두 제품을 실물 비교했다”면서 “진위여부를 떠나 자사 제품이 없었다면 M사의 제품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고, 현재 의견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와 정황을 확보하고 있으나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무신사 스탠다드가 카피한 것으로 지목된 브랜드사가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무신사 스탠다드 상품과 직접 비교했다. /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이어 “이 논란에 언급되고 싶지 않으나 두 상품을 비교해보니 오히려 자사 상품이 많은분들게 사랑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열심히 옷을 만들겠다”면서 “자사 상품은 6년 동안 디자인을 발전시켜왔고, 처음 제작할 때도 참고한 디자인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A씨는 “무신사 스탠다드는 타브랜드의 디자인 카피뿐 아니라 캠페인 마케팅 콘셉트도 비슷하게 하고 있다”면서 “입점 브랜드의 디자인과 비슷하게 판매하면서도 입점 수수료를 30% 받고 있다”고 했다.

이와 별개로 무신사 스탠다드는 불필요한 야근을 강요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무신사 본부장이 정기미팅을 하지 않고, 비정기적으로 최종 결재가 필요한 부서를 호출한다는 것이다. 결재가 필요한 부서는 대기해야 하고, 일부 부서는 새벽 3~4시까지 퇴근을 못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관련 내용이 외부로 새어나오자 무신사 스탠다드는 최근 구글폼을 통한 익명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다만 무신사 스탠다드 직원들 사이에서는 익명이지만 구글 계정으로 로그인해야 한다는 점을 꼬집었다. 설문조사 내용도 ‘본부장과의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없으며 대화를 통해 업무 고충을 해결하고 있다’, ‘나는 본부장과 업무 이외의 문제로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원활하게 업무 진행에 임하고 있다’ 등의 객관식 문항이 담겼다. 또 ‘나는 조직장 및 직장 상사로부터 업무 부진이나 실수가 있을 경우 해고하거나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들은적이 있다면 육하원칙에 맞게 모두 작성해달라’, ‘알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 사례가 있다면 육하원칙에 맞게 작성해달라’ 등의 주관식 설문조사가 이뤄졌다.

무신사 관계자는 “관련 내용에 대해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