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아파트도 괜찮아’···고분양가 지속에 미분양 아파트 눈길

서울 미분양 아파트 물량 7월 들어 증가세 꺾여 고분양가 지속·인허가 물량 축소·출혈 마케팅 영향

2023-10-02     노경은 기자
서울시내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시장에서 관심받지 못하던 미분양 아파트에 눈길을 돌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최근 분양하는 사업장들의 분양가가 워낙 높아진 탓에 과거 고분양이라고 평가되며 미분양 난 단지들이 오히려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다.

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서울 민간 미분양 주택은 총 1081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월인 6월 말 1181가구 대비 8.5%에 해당하는 100가구가 감소한 것이다. 서울의 민간 미분양 물량은 4월말 1058가구, 5월 1144가구, 6월말 1181가구 등 2개월 연속 늘어나다가 상승세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실제 서울 강서구 등촌지와인은 지난 6월 말 기준 117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아있었는데, 7월 말 기준으로는 91가구로 크게 줄었다. 현재는 물량이 더 빠르게 소화돼 미분양 물량이 거의 소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포구 노고산동의 빌리브 디 에이블도 마찬가지다. 6월 말 기준 212가구나 주인을 찾지 못했지만 한달 뒤인 7월말 기준으로는 164가구까지 줄어들었다. 강서구 화곡동 화곡 더리브 스카이도 6월 말 114가구가 미분양 상태였는데, 7월 말 기준으로는 107가구로 소폭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그 원인으로 최근의 분양가 급등을 꼽는다. 공사비 급등을 이유로 최근 분양가 상승세가 가파르다보니, 과거 고분양가라고 평가된 단지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한 달 만에 분위기가 급반전하는 것이다.

앞으로 공급물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그간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소규모·나홀로 아파트도 이제는 다시 주목을 받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8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은 21만2757호로 작년 동기(34만7458호)비 약 38.8%가 급감했다. 올 1~7월 인허가 감소율이 29.9%였던 것을 감안하면 하락폭은 더욱 확대된 상태다. 같은 기간 착공 물량은 반 토막이 났다. 8월 누계 기준 전국 주택 착공은 11만3892호로 작년 동기(26만1193호)비 56.4%가 감소했다.

건설업체의 자구노력도 빛을 봤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로 부동산 시장에 훈풍이 돌고 있는 것도 영향을 줬지만 시행사나 건설사가 미분양 해소 차원에서 출혈 마케팅을 추진해왔다. 등촌지와인의 경우 약 3000만원 상당의 발코니 확장 및 시스템에어컨 설치 비용 등을 무상으로 전환했고, 화곡 더리브 스카이도 최대 7000여만원에 달하는 유상 옵션을 모두 무상 옵션으로 전환해 분양했다. 전용 38~49㎡ 평형임에도 분양가가 8억~13억원에 달해 고분양가 논란이 일은 빌리브 디 에이블은 발코니 확장 비용 무상 지원, 중도금 이자 지원 등을 내걸었다.

업계에서는 미분양 물량의 감소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집값이 저점 대비 20% 가까이 상승하며 분양 당시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소규모 아파트들도 현 시점에서 재조명을 받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더 좋은 입지의 아파트 물량이 해소됐는데, 이 수요가 낮은 입지까지 관심이 확산되는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