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1.5곳 문 닫아···건설사 폐업 17년 만에 최다

건설 경기 침체에 중소건설사 줄줄이 도산 올해 1월부터 이달 22일 폐업 건수 '405건' "올 하반기부터 중소건설사 경영 위기 시작"

2023-09-24     최다은 기자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건설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분양 물량이 급감하자, 폐업한 건설사 수가 2006년 이후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24일 국토교통부의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22일까지 종합건설업체의 폐업 신고건수는 총 40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6년 435건 이후 최대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211건)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었다. 단순 계산하면 매일 1.5개의 건설사가 폐업한 셈이다.

최근 3년간 폐업한 건설업체는 2020년 211건, 2021년 169건, 2022년 261건이었다. 지난해까지 연간 폐업 건수보다 올해 1월부터 이달까지 폐업 건수가 더 많았다. 시·도별로는 경기가 92곳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과 전북, 부산, 충남이 뒤를 이었다.

올해 들어 건설사 폐업 건수가 급증한 배경엔 분양 감소가 주원인이 됐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분양 물량은 13만5181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 연말까지 예정된 분양 물량을 더해도 24만1608 가구에 그쳐 지난해 대비 13만가구 가까이 줄어들 전망이다. 또 미분양 우려로 예정 분양이 시장에 나오는 것이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건설 경기 침체는 아파트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이 국토교통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건축 착공면적은 4058만6000㎡로 전년 동기 대비 39.9% 줄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건설 시장이 침체됐던 2009년과 비교해도 최저치다. 공종별로 보면 주거용이 41%, 비주거용은 39.5% 줄었다. 비주거용 중에서는 상업용이 44.5%, 공업용이 32.7% 감소했다.

같은 기간 건설경기 선행지표인 건설 수주는 105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9% 줄어들었다. 공공은 3.1% 감소했으나 민간은 27.4% 급감했다. 건설업계의 자금난을 가중하는 요인으로는 원자재 가격 인상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이 꼽힌다.

고금리 기조 장기화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인내싱(PF)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사업비를 조달할 자금줄이 막힌 데다, 공사비·인건비 등 각종 비용도 치솟았다. 현금력이 부족한 중소건설사들 위주로 도산이 이어지는 이유다. 건산연은 중소건설사의 경영 위기는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산연은 지난 15일 건설동향브리핑을 통해 “다수 중소건설사는 이미 증가한 공사비와 지연된 공기로 인해 투입 공사비가 예정 공사비에 비해 훨씬 커져 손실이 크게 확대된 상태에서 금융기관의 대출 거절로 인해 유동성 위기까지 경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책임준공 이행에 따른 추가 공사비와 책임준공 기한 도래에 따른 부동산PF 채무 인수 부담까지 더해질 경우 신용도가 낮은 다수 중소 건설사가 경영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