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중기 대출 규제 완화 요구···금융당국은 여전히 ‘NO’

서호성 케이뱅크 행장 “중기 대출 규제 완화해야” 금융위 “시장안정·소비자보호 위해 규제는 필요” 금감원 “중기대출 취급 이전에 자본여력 확충해야”

2023-09-21     김희진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3사/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기업대출 확대 기회를 엿보고 있다. 가계대출에 국한됐던 대출 포트폴리오를 개인사업자 대출 등으로 확대한 것에 이어 다음 단계로 중소기업 대출을 목표로 하면서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에 관련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지만 금융당국은 여전히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갈 길이 멀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3사 대표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넷전문은행법 제정 5주년을 맞아 개최된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서호성 케이뱅크 행장은 중소기업 대출 관련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 행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은 중소기업 여신이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비대면 상황에서는 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며 “중소기업 계좌 개설이라든지 금융 편의, 안전한 거래를 위해서 규제를 다소 완화하는 방안 등을 함께 논의해 미래를 준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지난해부터 여신 포트폴리오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2월 토스뱅크가 인터넷은행 중 최초로 무보증·무담보 개인사업자 대출을 출시한 데 이어 같은 해 5월에는 케이뱅크가 개인사업자 보증서담보대출, 9월에는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을 출시한 바 있다. 카카오뱅크도 작년 5월 개인사업자 보증서대출을 출시했으며 11월에는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상품 판매를 개시했다.

기업대출 영역 확대를 위해 인터넷전문은행들은 개인사업자 대출의 다음 단계로 여겨지는 중소기업 대출을 목표로 두고 있다. 서 행장이 토론회 자리에서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규제 완화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의 규제 완화 요구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모습이다.

전날 토론회에서 신진창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은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규제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당국의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시장 안정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보수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으며 이런 보호 규제는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대출 취급을 위해 비대면 거래 방식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신 국장은 “인터넷은행 대출 포트폴리오에 중소기업 대출 포트폴리오가 거의 전무한데 이것이 비대면 계좌 개설 문제 때문인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중소기업 대출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해 허용하고 있는데 인터넷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불편의 정도가 어느 수준인지 균형 있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감독당국 역시 인터넷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 확대를 추진하기 전에 먼저 자본 여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박충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중소기업 대출이나 개인사업자 대출을 안정적으로 하려면 자본 여력이 충분해야 하는데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대출의 연체율이 흔들리는 것은 결국 자본이 탄탄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인터넷은행에서 자본 여력을 확충하는 방법에 대해 좀 더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인터넷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을 취급하기 위해서는 영업장, 제출 서류 확인 등을 위한 현장실사가 필요해 비대면 거래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금융당국은 지난 5월 ‘은행업감독규정 일부 개정안’을 시행해 인터넷은행의 현장 실사와 기업인 대면 거래 등을 허용했지만 아직 실제 허용 사례가 없는 데다 감독규정의 대면 거래 예외 조항이 대출 심사 과정에서 불가피한 대면 거래 과정에 모두 적용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이라 선뜻 나서기에 어려움이 있다.

김시목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인터넷전문은행은 대면영업이 원칙적으로 불가한데 불가피한 경우 금융위원회에 사전보고를 통해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나 실제 허용 사례가 없어 유명무실하다“면서 ”일정한 기준을 만들어 실무적으로 이를 허용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