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온상’ 누더기 이미지에···빌라·다세대 공급 대폭 줄었다

인허가 물량 지난해 대비 73% 급감···아파트 24.9% 대비 감소폭 커

2023-09-20     노경은 기자
1~7월 전국 빌라 인허가 및 착공물량 비교 / 표=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약 1년 전 서울 강서구, 인천 등지에서 비롯된 빌라 전세사기로 인해 빌라에 대한 이미지가 훼손된 가운데 올 들어 인허가 및 착공물량도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전국 다세대주택 건설 인허가 물량은 5872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2만1650가구에 견주어보면 72.9%나 급감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아파트의 인허가 물량이 24.9% 줄어든 것에 견주어보면 감소폭 차이가 유독 큰 것이다. 착공실적도 급감했다. 올해 7월까지 전국 누적 다가구주택 착공 실적은 6365가구로, 지난해 같은기간 2만1596가구 대비 70.5%나 위축됐다.

업계에서는 그 원인으로 빌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진 영향을 꼽는다. 원자잿값 및 인건비 상승만의 이유로 보기엔 빌라 공급이 유난히 큰 폭으로 줄어들어서다. 빌라는 아파트 대비 시세 파악이 쉽지 않고,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격차가 크지 않아 전세사기 표적이 됐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수도권 곳곳에서 비롯된 전세사기 확산으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퍼지면서 빌라 전세를 기피하는 수요자가 늘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서울 다세대·연립주택 전세 거래량을 보면, 지난해 1~7월 5만6228건에서 올해 4만1095건으로 전세 거래가 26.9%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빌라는 전세가격 형성이 중요한데 보증금 미반환 우려로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정부의 전세 임차인 보호를 위해 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요건을 강화한 조치가 되레 보증금 미반환 우려를 키웠고, 빌라시장을 위축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이 전세 사기에 악용되는 사례가 있다고 판단해 반환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올해 5월부터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려면 전세보증금이 공시가격의 150%에서 126% 미만일 경우로 문턱을 높였다.

예를 들어 그동안은 공시가격이 2억원인 빌라 전세 보증금이 3억원 미만일 경우에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2억5200만원 미만일 경우에만 가입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일부 임대인들은 세입자에게 보증금 일부를 돌려줘야 할 판이고, 높아진 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보증보험 미가입 빌라 전세 매물이 쏟아내고 있어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빌라시장이 위축되면 수요층의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강서구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빌라는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해 자금력이 부족한 이들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왔지만 전세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수요가 줄고, 정부의 까다로운 보증보험 기준으로 인해 미가입 매물만 늘어나며 시장이 위축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추석 연휴 이전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아직까지 빌라 공급 확충에 대한 예고는 없는 상황이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서민들의 주거 대책 차원에서 아파트 아닌 빌라 공급 대안도 나와줘야 한다”며 “전세사기 예방책이나 악성 임대인을 걸러내는 시스템 마련 등으로 시장이 안전하다는 걸 홍보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