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스톤파트너스·HB인베스트먼트, 직상장이 전화위복될까
스팩합병 상장 무산되자 직상장으로 증시 입성 재도전 공모주 시장 열풍에 스팩합병 대비 공모자금 확대 기대도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국내 1세대 벤처캐피털(VC)로 꼽히는 캡스톤파트너스와 HB인베스트먼트(에이치비인베스트먼트)가 코스닥 상장에 재도전하고 있다.
앞서 캡스톤파트너스와 HB인베스트먼트는 스팩합병을 통한 상장을 꾀했으나 VC 간 지분보유를 금지하는 법령에 뒤늦게 발목이 잡혀 합병이 철회된 공통점이 있다.
캡스톤파트너스와 HB인베스트먼트가 직상장 대신 스팩합병을 꾀했던 이유는 고금리에 따른 시장 위축에 따라 원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공모주 시장에 온기가 돌면서 일각에서는 스팩합병보다 더 나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 캡스톤‧HB인베, 스팩상장 대신 직상장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스팩합병을 통한 상장이 무산됐던 캡스톤파트너스와 HB인베스트먼트가 본격적으로 직상장 절차를 밟고 있다.
캡스톤파트너스는 전날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희망공모가범위는 3200~3600원이고 159만6000주를 100% 신주발행한다. 다음달 16일부터 20일까지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하며 최종공모가를 확정하고 다음달 26~27일 공모청약을 진행한다. 희망공모가범위 상단 기준 공모금액은 약 57억원이고 예상시가총액은 약 480억원이다. 11월 중 상장이 목표고 상장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캡스톤파트너스는 2008년 설립된 1세대 VC로 지난해 매출 122억원, 당기순이익 61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34억원, 당기순이익 9억원을 냈다. 현재 운용자산(AUM) 규모는 약 4649억원으로 집계됐다.
HB인베스트먼트 역시 지난 7일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는 통상 45영업일 이내 결정되고 수요예측과 공모청약 등을 거치면 반년 정도 소요된다. 이를 감안하면 HB인베스트먼트는 내년 상반기 상장이 유력하다.
HB인베스트먼트도 1999년 설립된 국내 1세대 벤처캐피탈로서 밀리의서재, 슈어소프트테크, 코어라인소프트, 자비스앤빌런즈(삼쩜삼) 등에 투자했다. 지난해 매출 159억원, 당기순이익 74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말 기준 운용자산(AUM)은 5374억원으로 알려졌다.
캡스톤파트너스와 HB인베스트먼트는 모두 스팩과 합병을 통해 상장을 추진하려다 무산되자 직상장으로 선회한 VC들이다. HB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10월 NH스팩23호와 합병을 추진하기 위해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제출했고 캡스톤파트너스는 올해 4월 NH스팩25호와 합병을 위한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하지만 뒤늦게 벤처투자법 시행령에 저촉된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합병이 철회됐다. 벤처투자법 시행령 25조 2항에 따르면 VC는 다른 VC 지분을 취득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는데 상장주관사가 스팩 주요주주들이 VC라는 점을 간과했던 것이다. NH스팩23호는 SBI인베스트먼트가, NH25호스팩은 우리벤처파트너스(옛 다올인베스트먼트)가 발기인이었다.
◇ 직상장이 전화위복될까
캡스톤파트너스와 HB인베스트먼트가 직상장 대신 스팩합병 상장을 꾀했던 이유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금리상승에 VC 및 IPO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VC가 상장하려는 핵심적인 이유는 공모금을 자체 투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즉, 최대한 공모금을 많이 확보해야 VC 상장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금리인상에 따른 시장 위축으로 상장 VC들의 실적은 악화했고 시가총액도 쪼그라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캡스톤파트너스와 HB인베스트먼트가 직상장에 나선다면 비교기업으로 선정될 VC들의 주가 하락으로 공모가 산출 과정에서 원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웠다.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고 공모금액이 더 줄어들 가능성도 높았다. 실제로 그동안 상장을 추진했던 VC들이 수요예측 과정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는 경우도 많았다.
2021년 12월 옛 다올인베스트먼트(KTB네트워크)는 희망공모가범위로 5800~7200원을 제시했지만 수요예측 경쟁률이 50.19대1에 그치며 5000원으로 공모가가 결정되기도 했으며 지난해 2월 실시된 스톤브릿지벤처스 수요예측에서도 경쟁률이 20대 1에 그치며 희망공모가범위(9000~1만500원)의 하단을 밑도는 8000원에 공모가가 결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3월 상장한 LB인베스트먼트 수요예측에서는 경쟁률 1298대 1을 기록하며 최종공모가를 희망공모가범위(4400~5100원) 상단인 5100원으로 확정했다. 하지만 이는 LB인베스트먼트가 공모 과정에서 기존 제시했었던 희망공모가범위를 6700~7500원에서 4400~5100원으로 낮춘 영향이 컸다.
스팩합병은 직상장과 달리 안정적으로 공모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HB인베스트먼트가 합병하려던 NH스팩23호의 상장주식수는 716만주로 주당 2000원 기준 143억원의 공모자금을 가지고 있었고 캡스톤파트너스가 합병하려던 NH스팩25호의 상장주식수는 302만주로 합병시 60억4000만원의 공모자금을 획득하는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최근 공모주 시장의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캡스톤파트너스와 HB인베스트먼트가 직상장 과정에서 스팩합병과 비교해 비슷하거나 더 나은 결과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캡스톤파트너스의 경우 수요예측에서 공모가를 희망공모가범위 상단으로 확정한다면 NH스팩25호와 합병하는 것과 비슷한 공모금액을 확보할 수 있다. 공모가가 상단을 초과해 결정된다면 스팩합병 추진시보다 많은 공모금액을 끌어들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