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국제 유가에 원유 ETN 투자자 ‘방긋’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국제 유가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관련 ETN(상장지수증권) 투자자들이 미소를 짓고 있다. 레버리지 원유 ETN의 경우 이달 들어서만 25%를 넘어서는 수익률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 유가의 배럴당 100달러 돌파 가능성에 ETN 성과가 더 좋아질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상승세 둔화 요인도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WTI(서부텍사스산원유) 상승에 수익률이 두 배 연동되는 신한투자증권의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은 이달 들어 전날까지 25.93%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376개 ETN 중에서 가장 좋은 성적으로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드러진 성적이다.

다른 원유 투자 ETN들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같은 기간 ETN 수익률 상위 10개 종목 모두가 원유 레버리지 ETN일 정도다. 이들 모두 20%대 수익률을 기록했다. 레버리지가 아닌 일반 원유 투자 ETN도 10%가 넘어서는 성과를 냈는데, 대표적으로 ‘신한 WTI원유 선물 ETN(H)의 경우 12.36%의 수익률을 보였다. 이 역시 레버리지가 아닌 일반 ETN 중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이다.

국제 유가가 급등한 것이 이들 ETN의 성적과 직결됐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의 10월 인도분 WTI 선물 가격 종가는 배럴당 91.48달러로 전 거래일 종가 대비 71센트(0.78%) 올랐다. 이는 올 들어 가장 높은 가격이다. WTI는 지난달 말만 하더라도 배럴당 83.63달러에 거래됐었고 지난 6월에는 배럴당 60달러대에서 움직이기도 했다.

국제유가의 최근 상승은 공급 부족과 수요 증가 가능성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우선 공급 부족 이슈와 관련해선 산유국들의 감산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7월부터 시작한 100만배럴 규모의 자발적 감산을 올해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러시아도 연말까지 약 30만배럴 감축한다. 이에 앞서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올해 하반기 원유 공급 부족을 경고하기도 했다.

수요 측면에서는 원유 최대 수요국으로 꼽히는 중국의 수요 확대 가능성이 유가 상승을 부추겼다. 중국의 경제지표가 시장 예상보다 강하게 나온 것이다. 실제 중국의 8월 소매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산업생산은 4.5% 올랐다. 이는 시장이 예상치인 3.0%, 3.9% 상승을 넘어선 것이다. 

국제유가가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는 점은 원유 ETN 투자자에 긍정적인 소식으로 분류된다. 시장에선 당분간 산유국들의 감산과 중국의 수요 확대 이슈가 유가를 자극할 것으로 보고있다. 여기에 일부 지역의 원유 현물가격이 이미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는 등 선물 가격이 현물보다 저평가 상태가 되는 ‘백워데이션’(backwardation)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는 점도 원유 선물 가격 상승론에 힘을 싣는다. 

이에 단기적으로는 배럴당 100달러는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마이크 워스 셰브론 최고경영자(CEO)는 18일(현지 시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안에 브렌트유의 배럴당 100달러 돌파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다만 상승세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어 눈길을 끈다. 대표적으로 하이투자증권은 지난 15일 보고서를 통해 “국제유가 100달러 도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 지속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며 “심리적 마지노선인 90달러를 이미 넘어선 만큼 현재 레벨에서도 수요 훼손이 점차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 내 수요가 강하게 살아나면 모르겠으나 현재로선 그 가능성도 작다”라고 밝혔다. 하이투자증권은 WTI가 80~90달러 수준의 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