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인터뷰] ‘동물약계 쿠팡’ 펫팜, 펫코노미 이끈다
커지는 반려동물 시장, 펫팜 동물약 겨냥해 사업 키워 제약사와 협업도···동물약 인지도 높이는 것이 목표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정부가 반려산업 육성에 나서며 펫코노미(펫+이코노미)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정부는 커져가는 반려산업을 지원하고 제도적 개선을 위한 육성대책도 발표했다. 스타트업도 펫산업에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펫팜은 ‘동물약계 쿠팡’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동물약을 겨냥해 사업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기준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수는 600만명에 달한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65%가량 늘어난 규모다. 펫팜은 동물약국을 위한 전용 의약품·건강기능식품(건기식), 즉 약사들을 위한 이커머스를 개설하고 직접 유통까지 담당하고 있다. 현재 펫팜은 약 3000개 회원약국에 반려동물 의약품·건강기능식품을 공급하고 있다.
펫팜은 펫테크 선두업체 중 하나다. 광동제약·경보제약·비엠스마일(페스룸) 등 제약사와 펫 브랜드 협약을 체결해 동물약품을 판매하고 있다. 펫팜의 누적 투자 유치금액도 40억원에 달한다. 향후 펫팜은 펫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시사저널e는 지난달 29일 판교에 위치한 펫팜 본사에서 윤성한 대표, 윤수호 팀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동물약을 창업 아이템으로 삼은 이유는
저(윤 대표)와 아들(윤 팀장)이 예전에 의약품 원료 회사에 다녔다. 당시 의약품 관련 신문, 소식 등을 자주 접했는데 반려동물 시장이 뜬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특히 약사들이 동물약국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정작 소비자들은 동물약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해당 사업을 잘 키우고 싶다는 생각에서 펫팜을 시작하게 됐다.
동물병원에서 판매하는 동물약은 일반 약 대비 최대 2배정도 비싸다. 펫팜은 일반 약국의 동물약국 개설을 도와주고, 동물의약품을 공급하며 소비자들에게 동물약국 위치를 제공한다.
이커머스에서는 약 판매가 안 되는 것으로 나는데
동물의약품은 동물의 질병 치료·예방 목적으로 사용되는 약품이다. 현재 국내 동물의약품은 온라인 주문이나 판매가 불가능하다. 동물약은 동물약국과 동물병원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동물약국은 일반약국이 지방자치단체에 동물약국 개설 등록을 완료하고 동물의약품 취급, 판매 허가를 받은 약국이다. 반려동물을 위한 구충제, 안약, 피부약 등의 약품이 동물약국에 구비된다.
펫팜은 소비자들이 집 근처 동물약국에서 동물의약품을 간편하게 구매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약사들의 동물약국 개설 등록을 돕고 검증된 의약품을 동물약국에 공급하고 있다. 동물약국 중개 시스템, 서비스 특허를 취득하고 해당 기능을 연동할 앱과 프로그랩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창업 소재가 특이하다보니, 운영 과정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지금도 동물약국을 생소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약국 운영 자체가 어렵다보니 주변에서 펫팜 운영 자체를 반대했다. 펫팜은 일반약국에 동물약을 위탁판매한다. 약국과의 부딪힘도 많았다. 동물약 세트는 60만원에 달했다. 약사들이 선결제로 구매한 뒤 판매하는 구조여서 동물약을 취급하기 원치 않는 약사들이 많았다.
2019년 12월에 회사를 설립했다. 약을 수입하거나 공급받는 입장이 아니어서 총판을 알아보고 약을 구입할 수 있는 공급처를 찾는 것 자체가 수개월이 걸렸다. 약은 온라인 거래가 이뤄질 수 없다. 약국에만 공급해야 한다. 펫팜은 첫달에 2개, 2달째 11개 등 동물약을 판매하는 약국 수를 늘려갔다.
반려인들에게 펫팜 인지도는 현재 어떤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주 연령층은 2030대 또는 아주 높다. 4050대는 오히려 반려동물을 키우는 경우가 줄고 있다. 아직 동물약국이 일반약국과 별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반약국에 일명 숍인숍 개념으로 동물약부터 건기식, 영양제, 고급 사료 등으로 확장해나가려고 한다. 최종적으로 펫팜은 펫 헬스케어 쪽으로 확대하고 싶다. 반려동물 필수 의약품, 약국 정보를 제공하고 약사와 소통하는 것을 개발하고 있다.
펫팜 앱을 통해 어떤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지
기본적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려면 필요한 약, 주기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것이 있다. 매달 약도 먹여야 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데 필수적인 것들을 앱으로 알림해주거나 약국에서 판매하는 약 정보 등을 제공해주고자 한다. 또 진단키트도 유전자키트로 넓히고 싶다. 앱을 통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싶다. 동시에 펫보험을 통해 동물약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연계하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
펫보험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강아지도 고양이도 구충제가 가장 필요로 하다. 심상사상충약, 내부구충제, 외부구충제 등이다. 해당 약들은 3달에 한 번은 반려동물이 취해야 한다. 그런데 가격이 만만치 않다. 일반 사람들은 데이터 수집이 많아서 실비보험 적용이 쉽다. 동물들은 어떤 의료 서비스들을 받고, 약을 구매하는지에 대해서 수기로 데이터 수집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 평균적인 데이터도 없고 축적되지도 않는다. 보험사 자체도 전산화되어 있지 않아서 펫보험이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 동물병원은 병원에 방문해 수의사 진료를 통해 약을 구매할 수 있고, 약국은 반대로 소비자가 반려동물 동반 없이 약 구매가 가능하다. 약국은 진료 과정을 거치지 않아서 상대적으로 동물약 가격이 저렴하다. 펫보험이 적용되면 보다 쉽고 저렴하게 약을 구매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정부가 반려동물 연관산업 육성대책을 내놓았다
윤석열 대통령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반려동물 보험(펫보험) 활성화’와 함께 정부는 2027년까지 반려동물 시장을 15조원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또 새로운 생산을 창출하고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4대 주력산업(펫푸드, 펫헬스케어, 펫서비스, 펫테크) 육성, 성장 인프라 구축, 해외 수출산업화 등 3대 전략을 수립해 추진한다.
아직 펫 시장에서 정부 대책 관련해 피부에 와닿는 부분은 없다. 반려동물 사업에 전격 뛰어든 대기업도 아직까지 없다. 관련 시장은 돈을 버는 시장이 아니어서 대기업들도 주저하는 상황이다. 기업들이 투자해야 얻는 게 있는데 투자 자체를 주저하고 있다. 정부가 반려동물 산업에 신경 쓰고 있는 만큼, 반려동물 특화된 기업들이 성장했으면 한다. 정부가 펫산업을 키운다고 하니, 반려동물 정책 펀드 등을 기대하고 있다.
투자 혹한기지만 펫팜은 투자금을 유치했다
일단 내년에 펫팜이 성장할 것으로 본다. 투자금은 물류창고나 확장 비용 그리고 약국을 유치하기 위한 영업 인력 확충에 사용할 계획이다. 약사들을 상담하는 상담사도 추가 고용하고, 펫팜 앱 개발에도 투자금을 사용할 예정이다.
일반 약사들은 동물약 판매에 거부감은 없는지
약 성분을 놓고 보면 사람 약이나 동물약이나 비슷하다. 대표적으로 후시딘은 개시딘, 마데카솔은 스킨카솔이다. 약사가 성분을 보면 판단이 어느정도 될 정도로 사람 약과 효능도 비슷하다. 물론 일부 약사들은 ‘왜 동물약까지 팔아야하냐’고 하기도 하지만, 약 성분을 보고 오히려 적극 판매하려는 분들도 있다. 약국마다 다르지만 동물약을 통해 100만원정도 판매율을 올리고 있다.
대신 동물약과 사람 약의 함량이 다르다 보니 약사들이 별도 공부해야 하는 부분은 있다. 이런 자료들은 인터넷 강의 등을 제공하고 있다. 지금은 가정에서 쓰는 비상약 위주로 판매하고 있다. 판매하려는 약 종류를 늘리려면 약사들의 전문 지식을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다.
제약사들의 관심도 많다. 광동제약의 경옥고(사람약)와 견옥고(동물약)가 대표적이다. 광동제약을 비롯해 여러 제약사들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의약품뿐 아니라 건강기능식품도 판매하고 있다. 제약사들은 각자 회사의 제품을 활용해서 적용하려는 욕구가 있다.
동물약을 유통하다 보면 부작용도 있을 것 같은데
의약품은 진입장벽이 높다. 제약사들도 유통 대기업들도 사료나 건강기능식품으로 도전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약은 온라인 거래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일부는 의약품을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있다. 일종의 꼼수다. 광동제약의 경옥고, 견옥고처럼 유명한 약의 이름을 바꿔 판매하는 경우도 많다. 동물약은 시장 초기 단계라 의약품 구매시 분별해야 한다.
펫팜의 최종 목표는
일반약국에서 동물약을 판매한다고 인식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아직 많다. 아무래도 소비자들은 동물병원에 대한 신뢰가 강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의 문화습관, 패턴 자체를 바꾸고 싶다. 지금은 약국에서 동물약을 구매하는 것이 생소하다. 약국에서 우리가 타이레놀 사듯 동물약을 자연스럽게 구매하는 것을 구축하는데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