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의무 폐지 하세월···분양권 거래도 잠잠

12월부터 거래 기대됐던 둔촌주공·장위4구역 분양권, 시장서 보기 어려울 수도

2023-09-15     노경은 기자
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사업장에 설치된 타워크레인 모습/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분양권 거래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렸음에도 불구하고 패키지로 불리는 실거주의무 폐지방안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영향이다. 이에 따라 당초 올해 12월이 되면 거래될 것으로 기대됐던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과 장위자이레디언트(장위4구역 재개발) 분양권의 손바뀜도 예상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오는 20일 공공재개발 사업 일반분양 주택의 실거주 의무 폐지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실거주 의무 폐지안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논의되는 건 지난 5월 말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앞서 정부는 4월 초 분양권 전매제한 규제 완화에 관한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한 바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전매제한 기간은 기존 최대 10년에 달했지만 이로써 수도권은 최대 3년, 비수도권은 최대 1년으로 축소됐다. 기존 분양을 마친 단지에도 소급 적용됨에 따라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의 전매제한 기간은 기존 8년에서 1년으로 줄어들게 됐다.

다만 실거주 의무 폐지안이 국회에서 계류되면서 전매제한 완화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전매를 하더라도 실거주하지 않으면 최대 징역 1년 혹은 1000만원 벌금 처분을 받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 사는 30대 직장인 A씨는 “지금 상황은 분양권을 팔아도 되지만 그 집에 수년 간 살아야 하는 걸 강제하는 거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관련업계에서는 수개월만의 거듭된 상정임에도 불구하고 실거주 의무 폐지가 통과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여야 간 이견차를 좁히지 못해서다. 정부는 최근 민간 아파트 공급부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실거주 의무 등 법안 통과가 필요하다며 연내에 통과시키겠다는 목표다. 다만 야당 측은 거주 의무 폐지로 인해 자칫 갭투자 급증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지 않으면 전세로 잔금을 마련하려던 신축 단지 수분양자들이 임차인을 구할 수도 없고 팔 수도 없어 주택 거래가 줄어들고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

이 때문인지 올 초 급증하던 분양권 거래 시장도 잠잠한 모습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 20건에 불과했던 분양권 거래는 3월 27건에 이어 5월과 6월 각각 82건, 87건까지 치솟았지만 실거주의무가 풀리지 않으니 7월 73건, 8월 44건으로 다시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이달에는 아직 신고기한이 남아있지만 불과 3건의 거래신고만 돼있다.

업계에서는 실거주의무 폐지와 관련해 여야의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 결론이 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에도 통과되지 않으면 논의는 11월로 미뤄진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법안개정이 필요한 사안을 다소 성급하게 발표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여야의 합의가 미뤄지면서 시장에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고 있다는 점을 참작해 실거주 의무 폐지를 조속히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