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콘텐츠社 ‘교통정리’ 실패···‘낙동강 오리알’ 스토리위즈
밀리의서재 웹소설 진출로 스토리위즈와 사업군 ‘중복’ ‘한 지붕 두 플랫폼’···스토리위즈 실적개선 ‘안갯속’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KT가 그룹 내 콘텐츠 계열사 간 ‘교통정리’에 사실상 실패했다. 웹툰·웹소설 전문 계열사 스토리위즈가 웹툰·웹소설 플랫폼을 운영 중인 가운데, 또 다른 콘텐츠 계열사 밀리의서재가 웹소설 플랫폼 출시 계획을 밝히면서다. 스토리위즈는 구현모 전 KT 대표 선임 후 첫 분사 사례로 주목을 받았지만, 출범 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 밀리의서재가 스토리위즈와 겹치는 사업군에 진출하면서 스토리위즈의 그룹 내 입지가 위협 받게 됐다.
1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 계열사 밀리의서재는 연내 웹소설 플랫폼을 출시해 웹소설 콘텐츠 시장에 직접 진출할 계획이다. 밀리의서재는 독서플랫폼 ‘밀리의서재’를 운영 중인 기업으로, 2021년 지니뮤직에 인수돼 KT그룹으로 편입됐다.
밀리의서재는 전체 웹소설 시장 중 여성향 로맨스 장르 공략에 우선순위를 뒀다. 이를 위해 회사는 매주 오리지널 신작 1작품 이상, 연간 60~70종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수급할 계획이다. 또 여성향 콘텐츠에 강점이 있는 기업의 인력을 신규 영입했다. 레진코믹스 사업총괄, 리디 로맨스팀 팀장과 PD, MD 등이 대상이다.
◇ 밀리의서재, KT 요금상품 묶음판매 전략
밀리의서재는 향후 KT의 요금상품과 묶음판매(번들링) 형태의 마케팅 전략으로 웹소설 플랫폼 이용자를 확보할 방침이다. 이는 SK텔레콤이 멤버십, T우주(SK텔레콤 구독서비스) 가입자에 SK그룹 계열사 원스토어의 웹소설 플랫폼 ‘원스토리’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벤치마킹했다.
회사가 웹소설 시장 진출을 결정한 배경은 시장 성장성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발표한 ‘2022 웹소설 산업 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웹소설 시장 규모는 약 1조390억원이다. 2013년 시장 규모가 100억~200억원 규모로 추산됐단 점을 고려하면 10년 새 100배가량 성장했다.
문제는 밀리의서재의 웹소설 사업이 스토리위즈의 사업 영역과 중복된단 점이다. 스토리위즈는 2020년 구현모 전 KT 대표의 선임 후 첫 분사 사례로, 현재 웹툰·웹소설 플랫폼 ‘블라이스’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스토리위즈는 KT그룹의 웹툰·웹소설 콘텐츠 사업을 통한 오리지널 지식재산권(IP) 발굴 등을 하고 있다. 스토리위즈가 원천 IP를 제작 및 발굴하면 KT스튜디오지니가 이를 영상으로 제작하고, 영상 콘텐츠는 인터넷(IP)TV ‘지니TV’, 미디어지니 ENA 채널 등 KT그룹의 미디어플랫폼을 통해 선보이는 방식이란 점을 고려하면, 스토리위즈가 KT그룹의 미디어·콘텐츠 사업 전략의 핵심축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회사의 실적은 부진하다. 스토리위즈의 매출은 출범 첫해인 2020년 55억원, 2021년 82억원, 지난해 107억원 등을 기록했다. 반면 영업손실은 2020년 17억원, 2021년 37억원, 지난해 37억원 등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 밀리의서재가 스토리위즈의 핵심 사업과 중복되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KT그룹 내 스토리위즈의 입지는 한층 불안정해지게 됐다.
◇ 미디어협의체 동력 잃어 ‘한지붕 두 사업’
미디어·콘텐츠 분야 전문가는 “한 그룹에서 두 개 계열사로 나눠 같은 사업을 해서 얻는 긍정적인 효과는 전혀 없다. 오히려 비용적인 측면에서 마이너스다. 한 IP를 여러 플랫폼을 통해 노출시켜 IP의 성과를 높이겠단 전략도 아닌 것 같다”며 “네이버나 카카오가 (웹툰·웹소설 시장에서) 잘 되는 이유는 적정수 이상의 실사용자가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위즈의 경우 실사용자가 부족하단 게 가장 큰 단점이다. 사업 모델을 바꾸는 등 실사용자를 늘리기 위한 노력이 없으면 사업 실패는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적자 문제가 해결되려면 결국 플랫폼 사업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이용자들의 시간을 뺏어 와야 한다”며 “플랫폼 인 플랫폼(PIP) 전략이 필요할 것 같다. 메신저와 같이 이용자가 이용할 수 있는 핵심 서비스에 덧붙이는 형태가 아니라면 어렵다”고 덧붙였다.
KT그룹의 이같은 결정엔 KT그룹의 미디어·콘텐츠 그룹사 대표이사(CEO)들이 참여하는 ‘미디어 협의체’가 동력을 잃은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KT는 그룹 내 ‘중복사업 최소화’ 등을 목표로 2021년부터 강국현 전 KT 커스터머부문장 사장 주도로 협의체를 운영해왔다. 그러나 임기만료 등으로 협의체 구성원이 교체된 데 이어, 최근엔 협의체 핵심 임원인 강 전 사장이 ‘부근무(대기발령)’ 조치되기까지 했다.
미디어·콘텐츠 분야 전문가는 “CJ ENM처럼 모회사의 기획실에 다 모여서 업무를 나누고 시너지를 만들어야 하는데, KT의 미디어·콘텐츠 사업 방향을 보면 중구난방식으로 사고팔고 하는 것 같다”며 “CEO급 말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실무를 담당하는 상무급 임원들이 모여서 논의할 수 있는 협의체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KT 관계자는 “밀리의서재와 스토리위즈가 (사업이) 겹치는 부분이 있긴 한데, (양사간)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