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인터뷰] 알지티의 국산 로봇 ‘써봇’, 승강기도 탄다

알지티 써봇, 국내 넘어 동남아 진출 최종 목표는 IPO, 해외서 외형 확장 집중

2023-09-11     한다원 기자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자율주행 로봇이 일상생활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중국산 서빙로봇이 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면서 국내 서빙로봇 업계는 기술 고도화로 대응하고 있다. 서빙로봇 전문기업 알지티(RGT)는 자사 제품 ‘써봇(SIRBOT)’을 이용해 호텔·아파트 등 다층건물의 엘리베이터와 자동문을 사람 도움 없이 이용하며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알지티 기업 개요 및 정호정 알지티 대표. / 표=김은실 디자이너

알지티는 써봇에 투명물질인 유리·조명 등 빛 반사에 민감한 라이다(LiDAR) 센서의 약점을 개선한 특허 기술을 적용했다. 예측이 어려운 장애물이 있어도 다른 경로를 탐색하는 멀티 경로 탐색 기능을 활용해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보여준다. 기존 서빙로봇의 한계를 돌파한 것이다. 이로써 써봇은 투명한 자동문과 유리창이 많은 빌딩에서 안정적으로 자율주행이 가능하게 됐다. 현재 써봇은 외식업계와 스크린골프장, 헬스장 등 스포츠시설과 복합쇼핑몰 등 생활 편리시설을 비롯해 PC방·노래방 등 여가시설에서까지 활용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서비스로봇 회사가 되겠다’는 의미가 담긴 기업명처럼 알지티는 순수 국산 서빙로봇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알지티는 식당에서 사용 가능한 서빙로봇을 제작해 2021년부터 양산해 판매하고 있다. 올해 알지티는 국내를 넘어 동남아시아, 유럽 등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 시사저널e는 정호정 알지티 대표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알지티에 대해 소개해달라

대학교에서 메카트로닉스(기계공학과 전자공학을 통합한 분야)를 전공했다. 기업명 알지티는 Robot Global Team의 약자다. ‘한국을 대표하는 서비스로봇 회사가 되겠다’는 포부가 담겨있다. 동시에 알지티는 ‘로봇을 접한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추억을 제공하는 회사가 되겠다’는 미션도 갖고 있다. 자사의 제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로봇에 대한 긍정적인 기억을 만들어주는 것이 알지티의 존재 이유다. 종업원의 노동강도를 낮춰 효율적인 활동이 가능해지고 고객에 대한 서비스 질을 높이는 것, 업주 입장에서는 이직률이 낮은 안정적인 운영으로 매출을 증대시킴으로써 실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알지티의 자율주행로봇 ‘써봇’은 초기에 외식업장을 중심으로 공급돼 주문, 결제, 서빙, 퇴식 등 업무를 수행해왔다. 다만 알지티의 궁극적인 목표는 ‘서비스로봇 토탈솔루션 기업’이다. 단순히 서빙으로서 기능하는 것에서 나아가 다양한 서비스업장에서 사람들의 서비스 질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써봇은 스크린골프장, 헬스장, 복합쇼핑몰(지하상가 등), 요양시설, 마트, PC방 등으로 서비스 영역을 넓히고 있다.

알지티 써봇 개요. / 표=김은실 디자이너

알지티를 창업하게 된 계기는

대학생 시절 고모가 식당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고모의 요청으로 매장에서 외식업 서비스 운영을 도왔다. 쉴 틈 없이 하루 종일 움직이고 달리며 업무 강도를 경험했다. 그 결과 외식업계의 높은 이직률, 이에 따른 인력난이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고모 식당은 매출이 매우 높았음에도 인력난 때문에 식당 운영을 접으려 했었다.

메카트로닉스 학과에서는 자동화, 로봇 등에 대해 배운다. 그중에서도 저는 로봇공학을 전문으로 했다. 산과 같은 험지에서 운행하는 자율주행 로봇을 만들었다. 이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식당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 로봇 제작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또 단순노동을 대신해 줄 수 있는 로봇을 만들면 직원들이 손님에게 더 집중할 수 있고, 인력난도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년간의 시장 조사 후 서빙로봇의 필요성을 확신했다. 이후 2016년 혼자 연구 개발했다. 연구 개발을 하면서 서빙로봇에 대한 확신이 커졌고 2018년 알지티를 설립, 직원들을 모집해 지금의 회사로 성장하게 됐다.

써봇은 국내 첫 서빙로봇이다. 제작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대학에서 험지 자율주행을 전공했어서 제작 과정에서 큰 문제는 없었다. 써봇 0세대를 개발했을 때 테스트 시연을 위해 외식업장을 직접 찾아단면서 테스트를 요청드린적이 있다. 당시 외식업장에서 종교 단체 등 이상한 영업으로 보고 문전박대를 당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만난 외식업주분들 중 일부는 써봇 1세대가 나올 때까지 피드백과 조언을 주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써봇이 성장할 수 있었다.

알지티 써봇이 식당에서 활용되는 모습. / 사진=알지티

지금까지 투자금 90억원을 유치했는데 어떻게 사용할 예정인지

지금까지 누적 투자금은 인력비, 개발에 들어가는 재료비, 특허 취득비, 생산을 위해 대전에 지은 공장 비용 등이 대부분이다. 앞으로도 투자금은 써봇 발전을 위한 R&D(연구개발) 영역에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 써봇이 어떻게 활용되길 바라는지

앞으로도 써봇은 단순 서빙로봇이 아닌 서비스로봇으로 서비스가 필요한 전 영역에서 활약했으면 한다. 최근에는 엘리베이터, 자동문과 연동해 층간 주행도 가능해졌고 호텔, 아파트 등으로 카테고리가 다양화되고 있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본, 베트남 등에서 써봇을 선보이고 있는데 해외에서의 계획은?

최근 알지티는 베트남 수출 계약을 체결해 동남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베트남은 2030년까지 정보통신 분야 세계 30위 진입을 목표로 IT 인프라 구축에 힘쓰고 있다.

현재까지 써봇은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UAE, 말레이시아까지 6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최근 베트남까지 수출하면서 총 7개국으로 늘어났다. 알지티는 올 연말까지 동남아와 미국 내에서 외형을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중장기적으로는 유럽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 유럽의 경우 협동 로봇 분야를 주축으로 전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자율주행 서빙로봇 분야는 아직 국내에 비해 성장 속도가 느린 편이라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베트남에 진출한 알지티 써봇 모습. / 사진=알지티

국내 중국산 로봇이 많다. 알지티는 어떻게 한계를 돌파하고 있는지

우선 기술력에 그 답이 있다고 본다. 알지티는 써봇 개발 이후에도 끊임없이 외형뿐 아니라 다양한 업데이트를 거치며 사용성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멀티 경로 탐색 기능’이 있다. 일반적인 서빙로봇은 정해진 공간 내에서 공간을 분석하고 가야 할 경로를 만드는 맵핑 과정을 거친다. 대부분 맵핑 과정을 거친 후 실시간 경로 탐색을 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경로에 장애물이 생기면 그 장애물이 없어질 때까지 무한정 대기와 운행 시도를 반복한다.

다만 멀티 경로 탐색 기술력을 탑재한 써봇은 예측이 어려운 장애물이 있거나 그 속도가 예상보다 빨랐을 때도 멀티 경로 탐색을 통해 우회 주행이 가능하다. 기존 탑재돼 있던 예측 회피 주행 기술에 멀티 경로 탐색이 더해져 안전성과 효율성이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알지티의 써봇은 우회하는 경로가 있어도 장애물이 생기면 장애물이 없어질 때까지 멈춰 서있거나, 운행 시도를 반복했던 다른 서빙로봇이 가진 맵핑 방식을 혁신적으로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해당 알고리즘을 안드로이드 업데이트처럼 써봇을 가진 모든 구매자들에게 무료로 진행했다.

중국산 저가 로봇들은 처음 구매할 때 가격적으로 저렴하다. 그러나 사용하면서 인테리어 업그레이드, 보험비 등 추가 청구되는 비용도 많다. AS나 보안도 마찬가지다. 알지티 써봇은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모여 100% 국내 기술로 만든 제품이다. 그 기술력이나 AS, 보안 등 다양한 부분에서 빠르고 안전한 업데이트,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이밖에 알지티 내부에서는 가격도 합리적일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간구하고 있다.

써봇 외 준비하고 있는 서비스나 기술이 있다면

외식업계에서는 포스, 키오스크, 호출벨 등을 서로 연결해 하나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그런데 포스와 벤더사들이 다 달라서 기존 서빙로봇들은 연동하지 못한다. 이에 따라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반면 써봇은 각기 다른 시스템들과도 연동이 가능한 ‘스마트 연동 시스템’을 구현했다. 이를 특허로도 출원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알지티는 테이블오더, 호출벨, 판매 시스템까지 연동해주는 로봇 컨트롤러 등을 선보였다. 앞으로도 알지티는 주문, 주방에서 확인 후 조리, 서빙과 퇴식까지 외식업의 모든 것을 시스템화 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또 외식업 이외의 서비스 영역에서도 단일 시스템을 통해 효율화를 꾀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하고자 한다.

앞으로 5년 내 목표는 무엇인지

모든 스타트업이 그렇듯 기업공개(IPO)를 통한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종 목표는 ‘한국을 대표하는 서비스로봇 회사가 되는 것’이다.

자율주행 서빙로봇 스타트업이 되기까지 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그 과정에서 항상 함께해준 직원들과 고객, 기타 투자 및 협력사가 있었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그들의 노고를 잊지 않고 함께 성장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