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대규모 약가인하 후유증···거래처에 차액 지급 업무로 분주
복지부, 제네릭 재평가 통해 7355품목 약가인하···약가제도 개편 후속조치 차액 보상, 두 가지 방식···3개월 출고량 30% 보상과 거래처 재고 파악 후 보상 제약사 직원들, 거래처 재고 파악 등 작업 동원···업계 “현장 혼란 발생, 정부가 해결해야”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제약업계가 대규모 약가인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제약사들이 약가인하 후속조치로 거래처에 인하 품목 차액을 지급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 작업에 제약사 직원들이 동원되는 분위기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5일자로 제네릭(복제약) 약가재평가 결과 총 7355개 품목 약가를 인하했다. 이는 지난 2018년 ‘발사르탄’ 성분 고혈압 치료제의 불순물 검출 사태를 계기로 제네릭 의약품 약가제도가 2020년 7월 개편된 데 따른 후속조치다.
복지부는 새 약가제도를 기등재 제네릭에 적용하기 위해 올 2월까지 ‘생동성시험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자료를 제출토록 했다. 두 요건을 모두 충족했을 경우 약가가 유지됐다. 반면 한 가지만 충족했거나 두 요건 모두를 충족하지 못했을 경우 이번에 해당 제네릭 약가가 인하된 것이다.
핵심은 이번 약가인하 대상 품목 수가 많아 해당 약제를 보유한 제약사들이 진행해야 할 작업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그동안 약가인하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번에는 대상 품목이 적지 않은 규모여서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약가인하 대상이 7355개 품목이어서 이로 인한 처방 손실 금액과 업체 숫자도 만만치 않은 규모”라며 “인하 품목이 많은 제약사의 경우 추석 전까지 작업을 진행해야 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업계에 따르면 제약사가 도매업소와 병의원, 약국 등 거래처에 자사 의약품 약가인하에 따른 차액을 보상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우선 제약사의 A품목 약가가 인하된 시점을 기준으로 최근 3개월 동안 특정 거래처에 공급한 출고량의 30% 물량에 대해 차액을 보상해주는 방식이 있다.
이같은 경우 거래처에 A품목이 현재 얼마나 남아 있느냐는 중요치 않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이에 재고를 많이 갖고 있는 거래처는 불리하고 재고 없이 물량을 거의 소화한 거래처는 유리한 방식으로 분석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런 방식은 거래처 재고를 파악할 필요가 없고 일률적으로 출고량의 일정 부분에 대해 보상하는 것이어서 제약사 입장에서는 수월한 편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거래처 입장에서는 재고 물량에 대한 정확한 차액 보상이 어려워 불만을 가질 요소도 있다는 분석이다. 참고로 예를 들어 약가가 1만원인 품목이 9000원으로 인하됐을 경우 기존에는 거래처에 9000원에 공급했고 인하 후에는 8000원에 공급한다고 가정하면 제약사는 차액인 1000원을 거래처에 지급해야 한다는 계산이 도출된다.
반면 제약사가 거래하는 도매나 병의원, 약국 등에 남아 있는 약가인하 대상 품목 물량을 체크해 차액을 보상하는 방식도 제약사들이 상당수 활용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경우 제약사는 일일이 거래처 재고를 파악해야 하는 작업이 필요하지만 상대적으로 거래처 입장에서는 선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개성이 강하고 독자 시스템을 선호하는 제약업계 특성상 첫 번째 방식이나 두 번째 방식을 선택하거나 또는 혼합하는 방식으로 다양하게 차액 보상을 진행하고 있다.
상위권 규모의 B제약사는 거래처 중 도매는 첫 번째 방식으로 진행하고 병의원과 약국은 두 번째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한다. 중위권 C제약사는 도매를 통해 병의원 및 약국으로 공급된 물량 중 판매된 품목의 30%를 최근 2개월 기준으로 보상하고 있다. 첫 번째 방식을 일부 변경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업체별로 다양하지만 B제약사처럼 업체 사정에 맞춰 첫 번째 방식과 두 번째 방식을 적절히 합쳐 운영하는 사례가 비교적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문제는 제약사가 두 번째 방식을 진행하는 경우 실제 작업은 직원들이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진행해야 할 업무에 추가로 거래처 재고 물량을 일일이 파악해 약가인하에 따른 차액을 보상하는 작업은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시간이 적지 않게 소요되고 업무강도가 크다는 전언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약가인하가 있을 때마다 작업했지만 이번에는 특히 더 힘들다”며 “회사 내부 업무도 복잡하지만 거래처와 협의하는 부분도 쉽지 않아 통일된 업무 지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대상을 제약사에서 도매나 약국으로 확대하면 지금 현장에선 혼란이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제약사는 매출 감소, 제약사 직원과 도매, 약국은 추가 업무 부담으로 불만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최근 시행된 약가인하로 해당 제약사 직원들이 업무 부담 가중을 겪고 있다. 도매와 약국 등도 업무에 혼선이 발생하며 약업계 전체가 분주한 상황으로 분석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과거 약가인하가 진행될 때마다 이같은 혼란이 발생했지만 이번에는 인하 규모 확대로 논란도 커지고 있는 상태”라며 “정부가 혼란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