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커피 1잔=3시간’ 공식은 언제부터?
‘스타벅스 3층=카공족’ 암묵적 규칙 생겨 커피 1잔, 3시간 이용하라는 일부 카페도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스타벅스에는 규칙이 있다.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굳이 무언가를 주문하지 않아도 이용 가능한 것과 스타벅스 3층은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의 공간이라는 것이다. 전자는 공공연한, 후자는 암묵적인 규칙이다. ‘스타벅스 3층=카공족’은 스타벅스 본사에서 정한 규칙은 아니지만 카공족 사이에서는 그렇게 여겨지고 있다.
카페의 사전적 의미는 ‘음료수를 마시거나 간단한 식사를 하는 곳’이다. 친구들을 만나거나 간단한 업무를 볼 때 카페를 찾는 이유다. 특히 한국 카페는 노트북을 펴고 업무 또는 공부하는 공간으로 인식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스타벅스는 적극적으로 콘센트 설치하고, 무료 와이파이를 도입하면서 시장을 공략했다. 스타벅스가 카공족, 코피스족(카페에서 일하거나 공부하는 사람)을 공략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의 부응으로 스타벅스는 국내 프랜차이즈 관심도에서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앞서 스타벅스는 노량진점을 오픈하는 과정에서 “콘센트가 4개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빠르게 해결해 논란을 잠재웠다.
반면 2000년대 초반 스타벅스와 커피 프랜차이즈 양대산맥으로 꼽혔던 커피빈은 이런 트렌드를 읽지 못한 탓인지 현재 투썸플레이스·이디야커피·메가커피 등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에도 관심도가 밀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페가 언제부터 카공족·코피스족의 공간인가 싶다. 한국 카페는 카공족·코피스족 공간으로 바뀐지 오래됐긴 하다. 그런데 카공족·코피스족들이 갈수록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기자 지인은 “점심시간 되니까 아예 콘센트에 노트북 충전기를 꽂아두고 카페 테이블에는 책을 쌓아놓고 자리를 비웠다”고 말했다. 이 지인은 기자에게 해당 사진을 보내며 “이분(카공족) 점심 먹으러 간거 같은데 이분 충전기 빼고 내 노트북 충전기 꽂아도 될지...”라며 의견을 구했다. 당시 기자가 해줄 수 있는 답변은 “빼도 되겠지?”뿐이었다.
다시 스타벅스 3층. 스타벅스 3층=카공족이라는 공식 아닌 공식이 생기면서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누가 누굴 눈치 보는 것인지”라는 말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심지어는 카공족을 놓고 논쟁아닌 논쟁이 펼쳐지기도 했다. 분명 카페는 커피를 마시는 곳인데 카공족 때문에 대화하는 행위 자체가 눈치를 보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일부 카페는 ‘커피 1잔에 3시간’이라는 규칙을 만들었다. 카페의 잘못은 아니다. 오랜 시간 한 소비자가 커피 한 잔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나름대로 속앓이 끝에 내린 결론일 것이다. 실제 기자도 카페에 노트북 펴두고 3분정도 전화하고 돌아오니 ‘장시간 자리 비우지 말라’는 쪽지가 남겨진 적도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커피 업계에서 적자를 피하려면 테이블당 고객이 머무는 시간이 1시간 42분 이하여야 한다. 이 조사에서는 월평균 매출, 영업일수, 하루 영업시간 등을 모두 고려했을 때 1시간 42분을 넘지 않아야 카페가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고 나타났다.
앞으로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커피 1잔당 3시간 이용’이 사회적 약속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동시에 커피 한 잔을 시키면서도 가맹점주 눈치, 시계를 봐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연출될 것이다. 이쯤 되니 카페에서 카공족이 점차 사라지게 될지, 커피 주문량이 늘어날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