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법안①] ‘2주택 접점·3주택 이견’ 취득세 완화, 소급적용 믿다 세금폭탄 맞나

정부, 작년말 거래절벽에 취득세 중과 완화안 발표 2주택 완화 여야 공감대, 3주택 이상은 야당 반발 최근 부동산 시장 호전, 취득세 완화 필요성 반감  정부안 믿고 투자한 다주택자 세부담 증가 가능성 “취득세 과다, 부동산 수급 왜곡 전세폭등 부작용” 

2023-09-04     최성근 기자

21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시작됐다. 시사저널e는 취득세와 비대면진료, 노조회계 투명화, 재정준칙, 교권침해 방지 등 정부가 입법에 힘을 쏟는 중점법안들의 특징과 쟁점 등을 5회에 걸쳐 짚어보는 기획기사를 준비했다. -편집자 주-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가 법률 개정인 필수인 취득세 중과 완화책을 내놨지만, 국회 설득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2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감면은 필요하단 기류지만, 3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감면은 야당을 중심으로 비판적 시각이 상당하다. 여야 합의 실패로 취득세 중과 완화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어 정부 약속을 믿고 투자에 나선 다주택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도입된 현행 취득세 중과제도는 최고세율이 12%에 달한다. 1주택자(비조정대상지역은 2주택까지)는 일반세율 1~3%를 적용하지만, 2채 이상 보유하면 8%(조정대상지역 2주택, 비조정대상지역 3주택)~12%(조정대상지역 3주택 이상·법인, 비조정대상지역 4주택 이상·법인)의 중과세율을 부과한다. 

이를 두고 세 부담이 과도하단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고, 정부는 지난해 12월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중과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조정대상지역 여부에 관계없이 2주택까지는 중과를 폐지하고 3주택 이상은 현행 중과세율의 50% 수준으로 낮추겠단 계획이다. 

정부는 취득세제 개편이 법률 개정사항인 점을 고려해 2022년 12월 21일 이후 거래에 대해선 취득세 중과 완화를 소급 적용하겠단 방침도 제시했다. 그러나 취득세 중과 완화 정부안이 국회 동의를 얻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과반을 점한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선 정부안에 문제가 있단 지적이 나온다. 3주택자 이상의 다주택자에 대해 세제 완화를 하는 것이 무주택 서민에 입장에서 불합리하단 비판이다. 2주택자에 대해선 큰 틀에서 세제 완화가 필요하단 기류지만 1주택자와 똑같이 기본세율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선 이견도 제기된다.

취득세 소관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관계자는 “민주당 내에선 3주택자 이상이나 법인의 중과세 완화는 상당히 부정적이다”며 “2주택자에 대해 중과를 풀어주는 건 필요하다고 보지만 1주택자와 동일하게 1~3%를 적용하는건 형평성 문제도 있기에 2~4% 식으로 차등을 둬야 한단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정부안 취지에 동의하면서도 일부에선 3주택자 이상 중과세율 완화 정부안인 6%보다 다소 상향한 선에서 조정하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 표=김은실 디자이너

부동산 시장 상황도 취득세 중과 완화에 추진 동력을 얻기 어려운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정부안이 나온 지난해 12월은 주택 시장이 거래 절벽을 겪으면서 급속히 냉각되던 시기로 수요측 요인인 취득세를 풀어야 한단 주장이 힘을 얻었으나, 현재는 부동산 시장의 반등세가 완연한 상황이다. 또 올해 들어 세수 펑크 우려가 커지는 점도 지방세로 먹고사는 지방자치단체 설득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부안보다 다소 후퇴한 취득세 중과 완화책이 도출되거나, 여야 합의에 실패하면 아예 내년 총선 이후로 추진이 미뤄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정부는 여전히 기존 안대로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중과 완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연내 입법을 위해 국회 설득 작업에 힘을 쏟겠단 방침이다. 

행안위 관계자는 “취득세 부담이 크면 거래 단절로 인해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다주택자나 법인에 대한 취득세 중과 완화는 다주택자의 유형이나 시장 상황, 투기 방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단 의견”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내놓은 다주택자 취득세 완화안의 국회 통과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정부 발표만 믿고 주택 매입에 나선 투자자들은 자칫 세금폭탄을 맞을 성황에 놓였다. 정부가 소급 적용 방침을 밝힌 지난해 12월 22월 이후 주택시장에는 대규모 청약이 쏟아졌다. 단군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인 둔촌주공 재건축 등 서울 주요지역 청약이 진행됐다. 둔촌주공의 경우 지난해 12월 본청약 당시 거리심리가 바닥을 치며 일부평형에서 미계약분이 나왔으나 정부의 다주택자 취득세 완화안 발표 이후 진행한 무순위 청약에선 평균 46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완판에 성공했다.

당시 청약에 나온 전용 49㎡(8억5000만원)에 당첨돼 비조정지역 3주택자가 됐다면, 정부안대로라면 취득세로 3400만원을 내면 되지만 법 통과에 실패하면 2배인 6800만원을 내야 한다. 이에 취득세 중과 감면안이 후퇴할 경우 일부 반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취득세를 과도하게 부과하면 수요와 공급이란 시장질서가 왜곡될 수 있고, 시장가격을 세금으로 제어할 경우 역효과가 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취득세가 너무 높으면 수급이 제대로 안돼 부동산 시장을 고란시킬 수 있다. 다른 국가의 경우 다주택이란 개념이 없고, 취득세 최고세율을 12% 부과하는 국가도 없다”고 말했다.

세금은 부동산 가격 대책이 될 수 없단 지적이다. 홍 교수는 “세금이 오르면 거래만 중지시키고 가격상승과 하강요인을 묶어놓는 잠금 현상만 일어난다”며 “전세폭등 등 가격변화에 있어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 세금과 같은 금액 통제는 바람직한 정책이 아니고 물량에 의한 주택 정책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