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지갑 열어라"···'맨즈' 사업 강화하는 패션·뷰티업계

패션·뷰티 시장서 남성 소비자 입지 강화···실적 견인도 남성 라인 신제품 출시·팝업스토어·이벤트 등으로 남심 잡기 나서

2023-08-22     이숙영 기자
아모레퍼시픽 남성 토탈 스타일링 브랜드 '비레디'가 올해 3월 신규 헤어 제품 라인을 출시했다. / 사진=아모레퍼시픽

[시사저널e=이숙영 기자] 패션·뷰티에 관심을 보이는 남성이 늘고 있다. 과거 패션·뷰티분야는 여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패션·뷰티에 대한 남성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자신을 꾸미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 남성인 '그루밍족'들이 패션과 뷰티에 투자하며 시장에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패션·뷰티업계는 맨즈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패션·뷰티 시장에서 남성 소비자의 영향력이 증가함에 따른 변화다. 과거에 패션·뷰티기업들이 제품과 마케팅을 여성에 치중했다면 최근에는 패션과 뷰티 전반에서 남성 라인을 강화하고 남성 타깃의 마케팅을 전개 중이다.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 규모는 해마다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집계에 따른 올해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대비 4%정도 증가한 약 1조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최근 3년간 남성 화장품 수요는 연 3%대 성장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남성 패션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오는 2024년 15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패션업계 내 남성 소비자의 구매력이 높아지며 기업의 실적을 견인하기도 했다. 애슬레저 패션기업 안다르·젝시믹스 등은 맨즈 카테고리 인기로 2분기 실적이 상승했다. 안다르의 지난 2분기 맨즈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배 상승했다. 젝시믹스도 기능성 남성용 제품 덕에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0.6% 올랐다.

남성 소비자의 영향력인 강해진 가운데 패션·뷰티업계는 적극적으로 맨즈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먼저 뷰티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기존에 보유한 남성 브랜드의 제품 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남성 스타일링 브랜드 '비레디'의 제품군을 확장하고 헤어, 로션 등의 신제품을 선보였다.

LG생활건강과 한섬은 남성 화장품 라인 신규 론칭으로 남성 소비자의 눈길을 끌었다. LG생건은 더페이스샵을 통해 남성 화장품 라인 '스피프코드'를 론칭했다. 현대백화점그룹 패션뷰티기업 한섬은 자체뷰티브랜드 '오에르'를 통해 올 하반기 남성 프리미엄 기초화장품 라인을 출시하며 관련 사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헬스앤뷰티스토어인 CJ올리브영은 남성 타깃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올리브영은 2030대 남성 고객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남성 고객 수요가 많은 상품을 할인하는 행사를 전개하고 있다. 또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경품 이벤트를 진행, 경품으로 남성 선호도가 높은 현대자동차 캐스퍼·플레이스테이션5·닌텐도 스위치 등을 내걸었다.

이구성수에서 진행하고 있는 남성패션 팝업 '맨즈포뮬라'. / 사진=29CM 

패션업계에서도 맨즈 라인 강화에 나섰다. 먼저 하고엘앤에프의 남성 패션 플랫폼 '뎁스'는 올해 7월 오프라인 뎁스존을 오픈하며,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발을 넓혔다. 뎁스는 하고엘앤에프에서 남성 패션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만든 플랫폼으로 써저리, 로드존그레이 등의 브랜드가 입점해있다.

여성 소비자에게 인기가 많은 29CM는 최근 오프라인 공간인 '이구성수'에 처음으로 남성 패션 중심의 팝업 전시 ‘맨즈포뮬라’를 전개했다. 전시는 2539세대 남성 고객을 주요 타깃으로 진행된다. 29CM는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기존 핵심 영역인 라이프스타일, 여성패션 이외의 남성패션 분야에서 존재감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남성 패션·뷰티 시장의 성장에 백화점 등 유통채널에서도 움직이고 있다. 예컨대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4월 강남점에 남성 패션관을 새롭게 선보이며 매장 배치를 바꿨고, 롯데백화점은 남성들을 위한 '비오템 옴므' 뷰티 팝업을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25~39세 남성 중 패션에 높은 관심을 가지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럭셔리 제품을 선호하는 비혼·비출산 남성'이라고 불리는 이른바 30대 '럭비남'을 잡기 위해 패션, 백화점업계 등에서 마케팅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