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바뀐 바이오, IPO 시장서도 잔혹사 끊어낼까
바이오 업종 가파른 상승세···부진했던 지난해와는 대조적 업종 투심 회복에 IPO 시장에서의 흥행 기대감도 높아져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국내 증시에서 바이오 업종이 가파른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IPO 시장에서도 바이오 기업들이 힘을 받을지 주목된다. 그동안 바이오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지 못하면서 흥행 실패 사례가 다수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었다. 바이오 업종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관련 IPO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바이오주로 구성된 ‘KRX 바이오 K-뉴딜지수’ 지난 11일 기준 최근 한 달 동안 13.7% 상승했다. 이는 한국거래소가 산출하는 33개의 테마 지수 중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이다. 바이오 관련 지수는 지난해만 하더라도 수익률 하위권에 위치했었다.
국내 증시에서 바이오주의 분위기 반전은 기관들의 움직임에서도 나타난다. 특히 시장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에서 굵직한 움직임이 연이어 나오고 있는데,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이달 초 신규 ETF 브랜드 론칭 후 첫 상품으로 ‘KoAct 바이오헬스케어액티브 ETF’를 출시했다. 사모펀드 강자인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오는 17일 ‘TIMEFOLIO K바이오액티브 ETF’ 출시를 예고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IPO 시장에도 훈풍이 불지 관심이 모인다. 수년 전만 하더라도 IPO 시장은 바이오 기업들의 천국이었다. 그러나 바이오 기업의 연이은 임상실패, 성장주에 불리한 금리 인상기 등을 거치면서 투자자 외면을 받았다. 여기에 꼼꼼해진 금융당국의 심사가 곁들여지면서 수난시대가 시작됐다.
실제 올해 IPO에 도전한 바이오 기업 대부분이 흥행에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단백질 신약을 연구개발하는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올해 3월 진행했던 기관 수요예측에서 26.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리츠(REITs·부동산 투자 신탁)와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을 제외하면 올 들어 가장 저조한 수요예측 경쟁률이다.
이 밖에 백신 개발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큐라티스’는 52.89대 1을 기록했고 체외진단 의료기기 회사인 ‘프로테옴텍’은 94.1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올해 IPO 시장에서 1000대 1의 경쟁률이 연이어 터져 나왔던 것을 감안하면 부진한 결과였다. 임상시험 수탁 사업을 하는 ‘바이오인프라’가 1594.95대 1의 경쟁률로 흥행했지만 상장 후 주가는 공모가를 밑돌며 지지부진한 상태다.
증시에서 바이오 훈풍이 지속될 경우 바이오 업종의 IPO 잔혹사도 끊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루닛이나 보로노이 등 지난해 흥행 실패 속에 상장한 바이오 기업들이 현재 증시에서 재평가되면서 가파른 주가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바이오 업종에 긍정적인 투자심리가 지속된다면 바이오 기업의 IPO에도 관심이 옮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바이오 기업들이 IPO 시장에서 선전할지 주목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기업 ‘이엔셀’, 난치성 치과질환 치료제 개발 기업 ‘하이센스바이오’가 지난달 말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이 밖에 표적항암제 및 항체-약물 접합체(ADC) 전문 바이오텍 ‘피노바이오’,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활용 치료제 개발사 ‘큐로셀’ 등이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