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면 손해 보는 대출·청약제도···與 “신혼 7년간 부부 모두 청약 허용”
현행 대출·청약제도 신혼부부에 불리···위장 미혼 증가 등 부작용 지적 주택구입·전세 대출 소득 기준 상향···가계부채 부담 증가 우려는 과제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서울 강서구에 사는 직장인 이 모(36)씨는 지난 2019년 결혼식을 올렸지만 아직 혼인신고는 하지 않고 있다. 주택 청약을 통해 내 집을 마련할 계획인데 미혼인 상태가 당첨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청약 당첨 후에 혼인신고를 하려고 하다보니 지금까지 안 하게 됐다”며 “혼인신고 안한다고 결혼생활에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아직 아이도 없어 굳이 신고를 할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저출산이 국가적 문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현행 대출, 청약 제도가 혼인신고한 신혼부부에게 불리하게 설계돼 있어 서류상 미혼으로 남아있는 젊은부부들이 늘어나고 있다.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당정은 신혼부부에 대한 대출 소득 기준을 완화하고 청약 또한 혼인신고 전과 동일한 기회를 부여해 혼인신고로 인한 불이익을 해소하겠단 구상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신혼부부가 주택을 구입할 경우 합산 연소득이 7000만원 이하여야 정부 특례대출을 받을 수 있다. 1인가구 특례대출 연소득 기준이 6000만원 이하인 점을 감안하면 맞벌이 신혼부부는 혼인신고를 했을 때 대출 소득 기준이 높아지는 것이다. 또 주택청약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부부가 각각 1번씩 가능하지만 혼인신고를 하면 청약기회가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혼인신고 한 신혼부부가 정책 대출과 청약 등 정부의 주거지원책에서 상대적 불이익을 받으면서 실제 신혼부부 상당수는 결혼식을 한 뒤에도 곧바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실정이다. 이 씨는 “주변을 봐도 부동산을 어느정도 아는 신혼부부라면 혼인신고는 최대한 미루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른바 ‘위장 미혼’ 문제를 주목,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3월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내놓으면서 신혼부부 대상 주택자금 특례 대출 소득 기준을 8500만원으로, 전세 대출 기준은 기존 6000만원에서 7500만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당 내에서도 신혼부부 대상 대출, 청약제도 개선책을 모색하고 있다. 대출 소득기준의 경우 정부안보다 큰 폭으로 완화하고 청약 또한 부부 각각에게 부여하는 방안이 거론돼 왔는데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청년정책네트워크에서 이같은 정책 방향을 공식화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맞벌이 비중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고 평균 소득도 꾸준히 계속 늘어나는데 두 부부 합산으로 통산 소득을 계산해 대출여부를 결정한다면 과연 혼인신고, 결혼을 하고 싶겠는가”라며 “(결혼 전엔 부부가) 청약을 따로따로 할 수 있는데 결혼하면 (부부) 합쳐 한 번밖에 안 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 따로일 때나 합칠 때나 각각 한 번씩 할 수 있도록 청약 기회를 주는게 옳다”고 말했다.
특례주택자금 대출을 받기 위한 부부합산 소득 기준을 1억원 수준까지, 전세자금 특례 대출은 9000만원까지 확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여당은 구체적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이날 여당이 발표한 정책은 정부와 협의를 통해 나온 내용이다. 기존 정부안보다 대출 소득기준이 더 상향될 것이 확실시된다. 다만, 소득기준 상향이 가계부채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단 점은 부담이다.
여권 관계자는 “신혼부부 대출, 청약 관련 방안은 국토교통부와도 중간에 논의를 한 내용이다. 대출의 경우 기존 정부에서 발표한 금액보다 좀 더 상향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금액 수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청약의 경우 부부 각자 신청할 수 있고 만약 두 명 다 당첨시엔 하나만 선택할 수 있게 한단 계획”이라며 “신혼부부 기준은 현재 결혼 후 7년이다. 이 부분이 더 연장될지, 축소될지에 대한 조정 얘기는 없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