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성장' 자신한 CJ올리브영, 갑질 낙인 찍히나

쿠팡, CJ올리브영 공정위에 대규모 유통업법 위반 혐의 신고 CJ올리브영, CJ 3세 경영 승계와 맞물려···공정위 결과 촉각

2023-08-09     한다원 기자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사진=CJ올리브영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쿠팡이 CJ올리브영을 공정거래위원회에 대규모 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신고했다. 이미 여러 의혹들로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는 CJ올리브영은 최근 ‘갑질’에 휘말렸다. 그간 CJ올리브영은 중소기업, 신진 브랜드 발굴 및 성장에 주력해왔지만, 중소 업체들이 올리브영 때문에 다른 유통채널로 판로를 넓히지 못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쿠팡 주장에 설득력이 더해지는 가운데 CJ올리브영이 어떤 결말을 맞을지 이목이 쏠린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쿠팡은 CJ올리브영을 납품업체 갑질, 일명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후 쿠팡은 CJ올리브영의 갑질 정황이 담긴 추가 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했다.

CJ올리브영 최근 실적 및 중소기업 브랜드 성장 현황, 쿠팡이 공개한 CJ올리브영 거래 방해 갑질 사례.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쿠팡은 CJ올리브영을 공정위에 신고하면서 CJ올리브영의 거래 방해 갑질 사례 일부를 공개했다. 쿠팡에 따르면 중소 납품업체들은 쿠팡에 납품 계획을 알리자 CJ올리브영이 매장을 축소하거나 인기 제품을 쿠팡에 납품할 수 없다고 해 쿠팡 납품을 포기했다. 

쿠팡은 해당 사례를 공개하며 “2019년부터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는 CJ올리브영의 배타적 거래 강요행위로 인해 경쟁력 있는 제품을 취급하는 납품업체와 거래가 번번이 무산됐다”고 밝혔다. 2019년은 쿠팡이 화장품 판매 사업에 뛰어든 해이기도 하다.

여기에 CJ올리브영은 협력사와 상품 계약을 맺으면서 ‘다른 채널에 동일한 상품을 납품할 수 없다’는 취지의 독소조항을 담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는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 대형 유통 채널에도 납품을 못하게 막고 있다는 의미다. 대형 유통 채널에는 대형마트가 언급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전부터 CJ올리브영은 H&B(헬스앤뷰티)스토어인 롭스, 랄라블라 등과 독점 거래 의혹을 받아왔다. 해당 사안 역시 공정위에서 조사하고 있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타 유통사를 명시한 계약서는 존재하지 않으며, 현재 진행 중인 조사에서 협력사와의 거래 계약서 일체를 공정위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CJ올리브영 관련 조사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주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문제는 CJ올리브영의 최근 의혹들이 CJ올리브영의 행보와 정반대라는 것이다. CJ올리브영은 최근 2년간 2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가운데 CJ올리브영이 취급하고 있는 상품의 80%는 국내 중소 납품업체에 해당된다.

그간 CJ올리브영은 자사에 입점한 뷰티 업계 신진 브랜드들이 CJ올리브영을 발판 삼아 큰 성장세를 거뒀다고 강조했다. CJ올리브영은 지난 팬데믹(2020년~2022년) 기간에도 300개가 넘는 중소기업 브랜드를 발굴했다며 중소기업 브랜드 상생 행보에 집중해왔다.

특히 CJ올리브영은 자사가 ‘중소기업 성장 엔진’이라는 점을 내세워 연 매출 100억원을 넘어선 브랜드를 확대하고, 신진 브랜드들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순수 국내 뷰티 시장 취급고는 2019년 18조원 수준에서 2020년, 2021년 연속 15조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반면 지난해 CJ올리브영에서 연매출이 100억원을 넘어선 브랜드 수는 1년 전 대비 38% 증가했다는 점에서, 신규 브랜드 발굴에 집중해왔다.

당시 CJ올리브영 관계자는 “히트 상품 대열에 오르는 국내 중소 브랜드들의 개수와 매출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것은 국내 뷰티 시장 성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이라며 “올리브영을 발판 삼아 신진브랜드들이 양적, 질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공정위는 CJ올리브영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볼 수 있는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시장지배력 기준은 사업자가 활동하는 관련 시장 영역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에 대해 판단하는 ‘시장 획정’을 통해 정해진다. CJ올리브영은 롭스와 랄라블라가 철수하면서 H&B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그러나 쿠팡과 같은 다른 이커머스 기업들이 CJ올리브영 경쟁자에 포함되면, CJ올리브영이 이커머스로 인정받아 시장지배적 사업자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무엇보다 CJ올리브영은 CJ그룹 3세 경영 승계와 맞물려있어 이번 사태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CJ올리브영 최대주주는 CJ다. CJ는 51.15%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는 11.04%, 장녀인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는 4.21%의 지분율을 갖고 있다.

앞서 이선호 경영리더와 이경후 경영리더가 CJ올리브영의 프리IPO 당시 구주 일부를 매각해 각각 391억원, 1018억원의 자금을 마련한 바 있다. CJ올리브영은 IPO 작업을 일단 중단한 상태지만, CJ올리브영은 CJ 3세 경영 승계 재원으로 활용하기 적합하다는 시선이 많다. 따라서 이번 CJ올리브영 공정위 결과가 주목된다. 공정위는 올 하반기 중으로 CJ올리브영의 법 위반 여부와 제재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중소기업 브랜드들이 올리브영에서 성장해온 스토리가 있는 만큼 여전히 중소기업 브랜드 성장을 돕고 있다”면서 “그것과 별개로 공정위 조사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