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부담 더 늘었다?···KDB생명 증자에 쏠리는 눈
후순위채 상환 위해 1425억원 신주 발행 결정 자본 늘어나지 않는데다 원매자는 신주도 인수해야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최근 KDB생명이 1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시행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원매자의 자금 부담이 더 늘어났단 지적이 나온다. 이번 유증의 목적은 자본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다음 달 만기가 다가오는 후순위채를 상환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KDB생명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나금융지주는 KDB생명을 인수할 때 이번에 발행한 신주도 떠안는 동시에 자본건전성 개선을 위해 추가 자금도 투입해야 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생명은 최근 이사회에서 142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증자를 실시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주당 6196원에 2300만주의 신주를 발행할 계획이다.
KDB생명은 최근 주식 수를 줄이는 무상감자를 시행했기에 이번 증자로 기존 주식(2371만6240주)과 비슷한 규모로 신주가 발행되는 셈이다. KDB생명이 신주를 발행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다음 달 중도상환 청구권(콜옵션) 행사일이 돌아오는 22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상환하기 위해서다. 지난 6월 발행한 후순위채로 조달한 900억원과 이번 증자로 조달한 금액을 합하면 상환 자금을 모두 확보한다.
그런데 당시 KDB생명은 후순위채 발행으로 상환 금액을 모두 확보할 수 있었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보증을 서주자 총 5350억원의 물량이 몰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증액 없이 계획대로 900억원만 발행하기로 했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KDB생명의 후순위채 발행 한도는 아직 남은 상황이다. 더구나 산업은행은 KDB생명으로부터 연 2.49%의 보증료를 받기로 했기에 이익도 늘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규모를 확대하지 않았고, 이번 증자로 나머지 상환 자금을 마련한 것이다.
이에 일각에선 KDB생명의 후순위채 상환을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전부 해결하지 않고 원매자에게 넘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번 증자는 결국 KDB생명의 새 주인이 자금 부담을 떠안은 것과 마찬가지다. 원매자가 KDB생명의 기존 주식과 신주를 모두 인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증자로 후순위채 상환 자금을 마련한 것이기에 KDB생명의 자본규모의 변화는 없다. 향후 추가 자금투입에 대한 부담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신주까지 사들여야 하는 셈이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KDB생명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나금융을 선택했다. 최근 하나금융은 인수를 위해 실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나금융이 KDB생명을 인수하면 대규모 자금을 보내야 한다. KDB생명이 낮은 자본건전성 수준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새 지급여력비율(K-ICS·킥스)는 경과조치를 적용해도 101.5%에 머물렀다. 당국의 권고치(150%)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KDB생명이 3월 말 기준으로 당국의 권고치를 넘기 위해선 약 6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형 금융지주인 하나금융의 자금력이 충분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적은 액수는 아니라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더구나 이번 증자는 새 주인이 KDB생명의 자본의 양 뿐만 아니라 ‘질’도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새로 발행될 주식 1400억원 규모만큼은 이전에 후순위채로 조달해 확보한 보완자본이 기본자본으로 바뀌는 효과가 발생한다. 킥스 아래서 보험사의 자본은 보통주와 신종자본증권(요구자본의 15%)은 기본자본으로 분류되며, 후순위채는 손실흡수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보고 보완자본으로 분류한다.
킥스 아래에선 자본성증권의 자본인정 한도 규제가 적용되기에 증자를 통해 자본의 질까지 개선해야 한다. 더구나 지난해 보험업권에서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사태가 터졌기에 금융당국은 자본의 질 개선에 대해 강조하는 상황이다. 하나금융이 KDB생명을 인수하면 투입해야 하는 자금 규모가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KDB생명이 킥스 아래서 후순위채 자본 인정 한도가 얼마 남지 않았기에 증자를 선택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며 “이번 증자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KDB생명을 인수하려고 하는 하나금융의 자금 부담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