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로비 의혹’ 박영수 2차 구속기로···검찰 ‘50억 클럽’ 수사 분수령

우리은행 이사회 재직 시 대장동 일당 지원하고 금품 수수 혐의 2년째 빈손 ‘50억 클럽’ 檢 수사···기각 시 ‘의지 부족’ 비판 가중될 가능성

2023-08-03     주재한 기자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을 돕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3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법조·언론계 거물급 인사들이 대장동 개발 사업에 도움을 준 대가로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에게 50억원을 약속받았다는 ‘50억 클럽’ 의혹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두 번째 구속심사에 출석했다. 지난 6월29일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이뤄진 보강수사로 범죄혐의가 얼마나 소명됐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특검은 3일 오전 10시14분쯤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찰에서 제공한 승합차에서 내린 박 전 특검은 심경을 묻는 질문에 “번번이 송구스럽다”며 “있는 그대로 법정에서 말하겠다”라고 굳은 표정으로 짧게 답했다.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받은 돈이 청탁 대가가 맞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대답 없이 손을 흔들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지난달 3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박 전 특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1차 때 청구했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수재 등 혐의에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추가됐다.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이던 2014년 11월 대장동 컨소시엄 구성을 지원하는 등의 대가로 남욱 변호사 등 민간업자들로부터 200억원 상당의 땅과 건물을 약속받고, 실제 3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3억원은 2015년 1월 박 전 특검이 출마한 대한변협 회장 선거를 앞두고 전달됐다. 검찰은 선거자금 명목으로 이 돈이 전달됐다고 의심한다. 전달자는 양재식 전 특검보이며 검찰은 당시 캠프 관련자들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특검은 또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등으로부터 우리은행 여신의향서 발급 청탁 대가로 2015년 4월 5억원을 수수하고 추후 50억원 상당의 이익을 약속받았다는 혐의도 함께 받는다. 당시 우리은행은 성남의뜰 컨소시엄의 PF 대출에 참여하겠다는 1500억원 여신의향서를 냈다. 그 결과 성남도시공사와 화천대유 등이 출자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은 민간사업자 평가 항목 중 자금 조달 부분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특히 검찰은 이번에 박 전 특검의 딸 관련 혐의를 추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의 딸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화천대유에 재직하면서 대여금 11억원, 분양 아파트 시세차익 8억~9억원, 퇴직금 5억원 등 총 25억원 가량을 받았다고 의심한다. 대금 11억원은 박 전 특검이 받기로 한 50억원의 일부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이번 영장실질심사는 범죄 혐의가 얼마나 소명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차 구속영장 청구 당시 법원은 “피의자의 직무 해당성 여부, 금품의 실제 수수 여부 등에 관해 사실적·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서 검찰의 혐의 적용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검찰은 구체적인 증거 보강이 이루어졌고, 구속사유가 명확하다며 이번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박 전 특검이 휴대폰을 훼손하고, 양 전 특검보의 사무실 직원이 사용하던 컴퓨터가 압수수색 전 포맷되는 등 증거인멸이 정황 역시 뚜렷하다고 지적한다.

이번 영장심사는 50억 클럽 수사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가 시작된 지 2년이 지났으나 수사 결과는 ‘빈손’에 가깝기 때문이다. 1차 구속영장은 기각됐으며, 먼저 기소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경우 지난 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차 영장 기각시 검찰의 늑장 및 부실 수사 논란에 더해 수사 의지에 대한 비판까지 가중될 수 있다.

‘50억 클럽’은 김만배씨와 정영학 회계사가 나눈 대화가 담긴 ‘정영학 녹취록’에 처음 등장한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씨는 정씨에게 “50개가 몇 개냐”라며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박 전 특검, 곽 전 의원, 김수남 전 검찰총장,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권순일 전 대법관 등 6명의 이름을 언급한다. 실제 2021년 9월 곽 전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 퇴직금으로 수령한 금액이 ‘50억원’(실수령액 25억원)으로 밝혀지며 ‘50억 클럽’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