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제작사 빅텐츠 IPO에 시장 관심 쏠린 배경은

28일부터 수요예측···변경된 제도 첫 적용 사례될 듯 콘텐츠주 투심 악화 속 흥행 성공할지 주목 키움 펀드, 8년 걸린 엑시트 성과 여부도 눈길

2023-07-27     송준영 기자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코넥스에서 코스닥 시장으로 이전 상장을 추진하는 문화 콘텐츠 기업 빅텐츠에 업계 관심이 모이고 있다. 변경된 수요예측 제도가 빅텐츠에 처음 적용되는 까닭이다. 여기에 새내기 컨텐츠주들의 주가 부진 잔혹사를 끊어낼지와 8년 넘게 투자한 기관의 결실 여부 역시 이목을 끄는 부분이다.

◇ 수요예측 제도 변화 첫 적용···업계 관심↑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빅텐츠는 오는 28일부터 내달 3일까지 5거래일 동안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지난 2003년 설립된 빅텐츠는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진짜가 나타났다’를 비롯해 ‘발리에서 생긴 일’과 ‘쩐의 전쟁’, ‘대물’ 등 콘텐츠를 선보인 제작 및 지식재산권(IP) 전문 기업이다.

표=김은실 디자이너.

여느 IPO와 달라 보이지 않는 빅텐츠에 업계가 주목하는 배경에는 수요예측 제도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앞선 지난 5월 금융위원회는 주관사의 인수업무 규정을 개정한 바 있다. 개정된 규정에 따르면 7월 이후 증권신고서를 새롭게 제출하는 기업부터 수요예측 참여 기관이 자기자본이나 펀드 AUM(운용자산)을 초과하는 주문을 넣는지 여부를 주관사가 확인해야 한다. 

아울러 수요예측 기간도 기존 2영업일에서 5영업일로 늘렸다. 수요예측 기간을 늘려 기관들이 충분히 고민할 수 있게 해 수요예측의 내실화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다만 자금수요 일정, 시장 상황, 공모 규모 등 필요한 경우에는 수요예측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는 수요예측 왜곡을 바로잡겠기 위한 제도 변화다. 변경된 제도가 처음 적용되는 만큼 주관사의 기관 주금납입 능력 확인이 어떻게 이뤄질지, 경쟁률이 어떻게 나올지, 공모가는 어떻게 확정될지 등에 관심이 모이고 있는 것이다. 증권신고서 정정 등으로 일정 변경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빅텐츠는 이번 제도를 처음 적용받는 IPO가 된다.

◇ 콘텐츠주 투심악화 극복할까

빅텐츠가 새내기 콘텐츠주들의 잔혹사를 끊어낼지 여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올해 상장한 콘텐츠주들이 상장 후 급락하는 모습이 연이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반대로 빅텐츠의 흥행 저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실제 이달 20일 상장한 웹툰 제작사 와이랩은 기관 수요예측에서 1821.64대 1로 흥행에 성공했으나 주가가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장 첫날 공모가인 9000원 대비 144.4% 상승한 2만2000원까지 치솟았지만 이내 하락하며 1만350원에 마감했다. 이후 주가는 반등하지 못했고 지난 27일에는 공모가 아래인 7490원까지 내리기도 했다.

앞서 상장한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미르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올해 초 상장한 스튜디오미르는 기관 수요예측에서 1701.62대 1의 경쟁률로 흥행했다. 상장 3거래일 만에 공모가 1만9500원 대비 3.3배 높은 6만4100원까지 상승했지만 이내 미끄러졌다. 스튜디오미르는 전날 상장 후 최저가인 2만3000원까지 내린 바 있다.

이밖에 빅텐츠가 기업가치 산정을 위해 비교기업으로 삼은 종목들의 주가도 지지부진하다. 상장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빅텐츠의 비교기업으로 에이스토리와 스튜디오드래곤, 삼화네트웍스를 꼽았는데 이들은 최근 한 달 기준 각각 25%, 14%, 21.5% 하락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올해 1분기 연고점을 기록한 후 오랜 하락세를 보였다. 

이는 결과적으로 콘텐츠 업종에 투자심리가 좋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물량을 위해 보유 확약을 걸어야 하는 기관 입장에서는 상장 직후 주가 하락은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다만 이날 저가매수세 유입으로 콘텐츠 관련주들이 소폭 반등하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긍정적인 요인으로 풀이된다. 

◇ 키움 펀드, 8년 걸린 엑시트 성공할지 여부도 주목

이 같은 상황에서 오랜 기간 빅텐츠의 상장을 기다려온 기관이 있어 눈길을 끈다. 키움인베스트먼트는 2016년 3월 ‘키움성장 15호 세컨더리펀드’를 통해 당시 빅텐츠 신주 4만주와 구주 13만5000주 인수에 총 29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당초 상장을 빠르게 진행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당시 중국의 ‘사드’(THAAD) 보복 이슈가 콘텐츠 업종에 악재로 작용하면서 상장을 미뤘었다. 

빅텐츠를 오랜 기간 묵혀왔다는 점에서 이 펀드의 결실 여부가 주목된다. 빅텐츠가 계획대로 상장한다면 키움성장 15호 세컨더리펀드의 지분율은 4.29%(13만5000주)가 된다. 희망 공모가 밴드(2만1000~2만3000원) 상단 기준으로 하면 지분가치는 31억원 수준이다. 이 펀드는 2.15%에 해당하는 지분은 1개월 보유 확약을 걸어놓은 상태다.

최근 콘텐츠주가 부진하다는 점은 지분 가치에 부정적 요인이나 새내기주 첫날 가격제한폭 완화 제도 적용은 호재로 평가된다. 지난달 26일부터 신규상장 종목의 상장일 가격제한폭이 공모가의 60∼400%로 확대됐는데 이후 상장한 종목 대다수가 400% 상승 기대 영향에 상장 당일 평균 200% 안팎의 상승률을 보였었다.

한편 빅텐츠는 수요예측 이후 내달 7~8일 양일간 일반 수요예측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빅텐츠는 이번 공모를 통해 희망 공모가 밴드 상단 기준 107억원을 모집할 예정이다. 공모금액은 신규 드라마 제작을 통한 지속적인 콘텐츠 개발과 우수한 작가·감독 영입을 위한 계약금으로 활용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