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취업규칙 변경 유효성’ 판례 바뀌자 대형로펌 대거 선임

간부 사원들, 현대차 상대 부당이득금반환 청구 소송 파기환송심 노동자 동의 없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한 사안 대법, 근로자 동의권 강조하면서도 “남용 시 불이익 변경 가능” 율촌·태평양·화우 소속 변호사들 합류···치열한 법리다툼 예고

2023-07-27     주재한 기자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현대자동차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유효성’을 놓고 간부사원들과 진행 중인 민사소송에서 변호인단을 대거 보강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법원 판례 변경에 따른 치열한 법리다툼을 준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간부사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반환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국내 대형 로펌 3곳을 추가로 선임했다. 대법원에서 사건을 맡았던 법무법인 지평 외에 법무법인 율촌, 태평양, 화우 소속 변호사들이 추가로 대리인단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 사건은 새로운 법리해석이 필요한 사안으로 다양한 전문가들과 충분한 검토를 위해 추가 대리인들을 선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이번 이슈가 현대차를 넘어 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2003년 법정근로시간이 주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해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한 개정 근로기준법이 2004년 7월부터 사업장에 시행되자, 과장급 이상의 간부사원에게만 적용되는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별도로 제정했다.

간부사원 취업규칙은 종전 취업규칙과는 달리 월 개근자에게 1일씩 부여하던 ‘월차휴가제도를 폐지’하고, 총 인정일수에 상한이 없던 연차휴가에 ‘25일의 상한을 신설’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간부 사원이었던 원고들은 연월차휴가 관련 부분이 무효라며 2004년부터 지급받지 못한 연월차휴가수당 상당액을 부당이득 반환으로 청구하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2심은 원고들의 손을 일부 들어줬다. 간부사원 취업규칙 중 연월차휴가 관련 부분이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해당한다는 판단에서다. 2심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았고, ▲사회통념상 합리성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미지급 연월차휴가수당 지급청구를 일부 인용했다.

그러나 지난 5월 대법원은 종전 판례를 뒤집고 새로운 판례를 제시했다. 사용자가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변경하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면 그 적용을 인정했던 종래의 대법원 판례를 모두 변경한 것이다.

대법원은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따른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 취업규칙 변경이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판단하고,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 없이 그 유효성을 인정했던 종전 판례는 헌법과 근로기준법의 근본 취지 등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종전 판례가 들고 있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확정적이지 않고, 어느 정도에 이르러야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지 당사자가 쉽게 알기 어렵다”며 “이로 인해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계속돼 법적 불안정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대법원이 근로자의 동의권을 절대적인 것으로만 본 것은 아니었다. 대법원은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못했다고 해서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이 항상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며 “근로자 측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한 경우’에는 동의가 없는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도 유효하다고 인정될 수 있다”고 단서를 붙였다.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이 갖는 ‘절차적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근로자 측이 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한 경우’ 예외적으로 불이익한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을 인정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이 사건과 관련 대법원은 “원심은 종전 판례의 태도인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적용해 간부사원 취업규칙 중 연월차휴가 관련 부분의 효력을 판단했을 뿐이다”며 “노동조합의 부동의가 집단적 동의권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해 전혀 판단하지 않았다. 이는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설명했다.

결국 이어지는 파기환송심은 회사의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 남용이 있었는지가 쟁점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내달 18일 첫 변론기일이 지정됐으나, 재판부 재배당을 이유로 기일이 변경됐다. 재판부 변경의 구체적인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원고 측은 재배당 사유를 확인중이다.